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

신세계를 소개합니다

by 백경

전쟁과 테러, 전염병, 환경오염, 인구과잉, 가난과 빈곤.

지구는 점점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고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행성이 되어버렸다.

억만장자 가브리엘 맥 나마라가 주도해서 2광년이나 걸리는 새로운 행성을 향할 우주선 파피용을 만든다.


이름하여 최후의 희망 Dernier Espoir 프로젝트.


14만 4천 명의 인류가 지구 멸망을 피하기 위해서 이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우주선 내부는 ‘작은 사회’가 된다. 탑승자들의 선발 과정은 초기부터 돈과 권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우주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직업군도 기준이 된다. 이후 세대를 위해 건강 상태와 장기간 생존에 적합한 체질이 선택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유전병이 없는 사람 위주로 선발된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 전 세계에서 고르게 인원을 모은다.


이상적인 신인류는 우주선을 타고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게 된다. 초반엔 이상적인 공동체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권력, 종교, 폭력 등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현실을 깨닫게 된다.


100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우주선에는 14만 4천 명이이었던 인류는 6명만 살아남게 된다. 이후 2명만 새로운 행성에 착륙하게 된다.

새로운 행성의 최후의 2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성경 내용들이 떠올랐다.

창세기 창조 이야기, 최초의 인간, 노아의 방주, 바벨탑 이야기 구원받는 14만 4천 명 등.

성경 이야기들이 이리저리 섞여서 배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이 흥미롭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식의 창조와 인간 군상을 다룬 SF 소설, 매력이 있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어땠을까?


아마도 그는 뉴스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를 접한 뒤 이런 상상을 하진 않았을까?


고통은 왜 존재하는 거죠?

행동을 변화하기 위해서란다. 불에서 손을 떼게 하려면 고통이라는 자극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희귀병 중에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 있단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상처를 느끼지 못하는 거지.
‘무고통’이라는 병에 걸린 이들은 대부분 오래 살지 못하지.


대학생 때, 봉사활동을 장애인 시설에 했었다.

물론 좋은 마음으로 그곳에 갔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왜 세상에 불행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지?

신이 있다면 왜 저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지 않는 거지?


이 생각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넘어서, 가난한 사람,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로 확장되었다.


한창 우울증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잊고 있었던 그 질문은 나에게로 향했다.


왜 나는 이렇게 고통의 한가운데에 있어야 하는가.


인간은 모든 것에 이유를 달고 싶어 한다.

정작 아는 것도 크게 없으면서 말이다.

아니, 아는 게 없기 때문에 더 분석하고 이유를 만들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는 나비가 날개를 잃고 다시 애벌레가 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벌레가 다시 예전의 나비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애벌레에게 다시 날개가 솟아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탈바꿈은 언제든 가능한 일입니다.
비상할 수 있는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브라보, 엘리자베트.

이브크라메르


힘든 시기를 벗어난 난 그 시절을 떠올린다.

때로는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다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지만, 다시 이겨낼 수도 있다는 확신도 갖고 있다.


파피용에서 본 것처럼, 더 이상 인류가 살기 힘든 지구를 떠나 1000년의 시간이 흘러 새로운 행성에 도달해, 새로운 인류가 터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완벽할 수 없다.


비슷한 역사가 반복될 뿐이다. 파피용에서처럼, 인류는 지구를 벗어나도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한다.


그렇다면 희망은 없는가?


그렇지 않다. 여러 실패를 거듭하며 원인과 이유를 분석하고 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역시 인간이다. 인간의 존재를 벗어날 순 없다. 나비가 결국 다시 나비가 되듯이.


우린 거기서 희망을 가진다. 희망을 갖지 않는다면, 애벌레에서 그치고 말 것이다.


세상에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때로는 불행하기도, 때로는 슬픔이 가득 차기도 할 것이다.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우리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것이고,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 시작은 굉장한 행동이 아니다. 작은 첫걸음일 뿐이다.





파피용은 프랑스어로 ‘나비’인데, 이야기에서 나오는 거대 우주선의 거대한 돛을 펼친 모습이 나비와 닮아서 파피용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1961년생 프랑스 작가, 개미, 뇌, 천사들의 제국, 신 등의 소설을 써내며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다.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해외작가로도 손꼽힌다. 과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작품을 쓰며,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 많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