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좋은 곳에서 만나요

신세계를 소개합니다

by 백경
호수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다니, 그것도 한겨울에. 지금 와서 생각하면 지독해도 이렇게 지독할 수가 없다. 왜 하필 이런 방식을 택했으며 그걸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지, 내가 한 짓이지만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유리 작가의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연작소설집이다. 죽음이란 공통 주제를 갖고, 죽은 자들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오리배, 심야의 질주, 세상의 끝, 아홉 번의 생, 영원의 소녀, 이 세계의 개발자.

총 여섯 죽음과 죽은 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오리배의 주인공은 아빠의 납골당으로 가는 길, 빗길에 택시가 미끄러지며 죽음을 맞이한다. 심야의 질주 주인공은 그 택시를 몰았던 택시기사의 이야기다. 세상의 끝은 심야의 질주의 주인공이,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죽인 사람이 주인공이다.

연작소설인 만큼 각각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동시에 서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이 부분이 흥미롭다. 귀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이야기로 풀어냈다고나 할까.


이중 마지막 단편인 이 세계의 개발자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세계 개발자는 어릴 적부터 RPG 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게임 회사에 들어가 MMORPG게임 개발자가 된다. 그녀가 죽은 이유는 과로인 것 같았다.

죽은 주인공은 게임에 빗대어 현실세계를 분석한다. 인간(캐릭터)이 태어나는 건 부모(플레이어)가 원했기 때문이며, 인간(캐릭터)이 살아가는 건 스스로(플레이어)가 살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인공은 빨리 자신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러다 신과의 만남을 갖게 된다. 신은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죽었는데도 ‘옮겨지지’ 않은 인간들은 모두가 삶에 크게 미련이 없던 이들이었어. 죽고 싶다, 까지는 아니지만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은 그런 생을 살고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막상 그들이 죽고 나니까 그게 아니더라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죽고 나더니 비로소 지가기 생전에 뭘 하고 싶었던 것인지 깨닫더라. 그걸 할 수 있는 몸과 시간을 갖고 있을 땐 하지 않던, 심지어 하고 싶은지도 모르던 사람들이. 그리고 이상하게도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해내고 나서야 떠났어. 원래 갔어야 했던 곳으로.”


그녀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창조한 신을 이해한다. 개발자도 게임 내에서는 하나의 창조주니까. 그리고 비로소 창조주의 마음을 납득하게 된다.



정말 원하는 것이 없었나 묻는다면 물론 아니었다. 왜 지금까지 이걸 생각하지 못했지 싶을 만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 것이 내게도 있었다. 다만 타인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것이었을 뿐. 그건 당연히 게임을, 그러니까 세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문득 한강 작가의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이유리 작가의 『좋은 곳에서 만나요』는 죽음을 통해서 사랑을 바라보게 한다. 허구의 이야기 속 죽은 자들의 말들이지만, 산 자들에게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보낸다. 이유리 작가가 말하는 사랑은 사람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때론 동물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만든 어떤 것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기에) 살아가는가.


살아있기에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고, 맛볼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이 유한하니, 사랑할 수 있는 시간도 유한하다. 살아있기에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기에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마지막 단편에서 신이 말한 것처럼 죽기 전에 그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책 앞장에 있는 글귀가 마음에 들어 가져왔다.

시간이 된다면 읽어보길 강추한다.


꼭 다시 만나요.
좋은 곳에서.




이유리


202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

『브로콜리 펀치』, 『모든 것들의 세계』 등을 냈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