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혼모노

신세계를 소개합니다

by 백경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박정민 배우의 강렬한 추천사에 이끌려 혼모노를 집어 들었다.


성해나 『혼모노』는 일곱 개의 단편으로 엮여있다. 제목처럼, ‘진짜인가, 가짜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모든 단편이 다 흥미롭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서 흡입력 있게 이야기 속으로 초대되고 다 읽은 후 다시금 되새김질하도록 만든다.


오늘은 책 제목이기도 한 「혼모노」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신당에 차례차례 옥수를 올린다.
옥황상제, 칠성, 그리고 장수할멈. 장수할멈 앞에는 일부러 목단 한단을 더 놓아둔다.
새벽 꽃시작에 가 골라 온 것이라 봉우리가 굵고 탐스럽다. 무얼 바쳐도 감격이나 감사 한번 하지 않던 할멈도 목단을 올리면 늘 흡족해하곤 했다.
곱구나, 참으로 고와. 역시 혼모노는 다르네.


혼모노의 화자는 30년간 영험하다 소문난 박수무당 문수다. 그는 자신이 모시는 신령 중 장수할멈을 최고로 뽑는다. 어느 날 갑자기 신기가 사라지고 만다.


문수 집 앞 스무 살짜리 신애기가 온다. 장수할멈이 이사 온 신애기에게 옮겨간 듯했다. 간판이 걸리지도 않았는데 신애기네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엄격하게 자신의 몸주 역할을 했던 문수와는 달리 신애기는 패스트푸드로 배를 채우기도 하고 대학가에 가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문수는 점점 신애기에게 장수할멈이 옮겨갔다고 의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방 선거를 앞둔 황보 의원이 문수를 찾아온다. 황보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문수를 찾아온다. 그 만남에서 그는 문수가 더 이상 신기가 있지 않음을 직감한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굿판은 문수가 아닌 신애기의 몫이 된다.


장수할멈이 떠난 문수는 여기서 굴하지 않는다. 더 이상 신기가 없는 문수는 예리한 신칼을 휘두르고 날카로운 작두 위를 올라간다. 신칼이 뺨을 스치고 작두가 발바닥을 파고든다. 땀이 뻘뻘 흐르면서도 피가 흥건하다. 그는 피인지 땀인지 모를 것에 흠뻑 젖는다.


이것은 나와 저애의 판이다. 누구의 방해도 공작도 허용될 수 없는 무당들의 판이다.


문수는 어떻게 됐을까?




「혼모노」에는 재미있는 장치들이 있다. 문수와 신애기의 대립이 그러하고, 바나나맛 우유와 바나나 우유가 그러하다.

진짜와 가짜의 대립과 혼돈을 통해서 진짜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과연 혼모노는 무엇일까?


문수는 신애기를 처음 봤을 때,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이라는 말을 신애기에게서 듣는다. 하지만 이 말은 클라이맥스인 굿판에 이르러서 문수가 신애기에게 돌려준다.

신령이 떠난 문수는 더 이상 혼모노가 아니다. 그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니세모노’가 된다.


진짜와 가짜의 싸움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명품 브랜드 물건, 값비싼 술, 저작권의 무형 자산. 더 나아가서는 AI의 발전으로 사람마저 복제시키는(목소리며 이미지 등) 사태까지 이르렀다.

얼핏 생각하면 허영심이나 욕심에 비롯되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만 본다면 본질을 겉핥았다고 본다.


좀 더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SNS나 유튜브처럼 유명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지도 오래다. 혹자는 그것들이 가장 아름답고 좋은 부분만 편집했기 때문에 스스로와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내심 자신의 삶도 재단하고 편집하여 가공하게 된다. 심한 경우 그 상태가 자신의 모습이라 스스로를 속이는 이들도 생겨난다.


우리의 삶은 아름다움만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하게도 찌질하고 추한 모습, 당장이라도 지우고 싶은 모습들이 혼재되어 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미숙하고, 미숙하기에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삶은 수많은 가짜와 진짜가 어우러지며, ’진짜’를 향해 나아간다.(이러한 삶도 자각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렇다고 매번 진짜일 수도 없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사람, 하루하루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하고 사색을 하고 깨닫고 다시 깨닫고 하는 게 아닐까.


지금의 내 모습이 불만족스럽더라도 온전히 끌어안아주면 어떨까. 친구가 산 백이 진품인지 가품인지보다, 내가 지향하는 삶이 진품인지 가품인지 의심하고 분별력 있게 바라보는 게 혼모노 아닐까 싶다.


‘진짜’를 탐구하며 진실된 존재가 되길 바라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뭘 알겠냐만. 큭큭, 큭큭큭큭.




성해나


2019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부문 데뷔

2024년 제15히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2024년 제 25회 이효석문학상

2024년 제15회 젊은작가상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