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신세계를 소개합니다

by 백경
“나에게는 이런 파티가 좀 어색해요. 아직 주인도 만나보지 못했고요. 나는 옆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리 멀지 않은 내 집을 가리켰다.
“개츠비라는 사람이 운전기사를 시켜 초대장을 보냈더군요.”
그 순간,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제가 개츠비입니다. I’m Gatsby.”


주말마다 성대하고 화려한 파티가 열렸고 파티주의 롤스로이스는 시내버스처럼 사람들을 태워 날랐고, 왜건은 부지런한 노란 벌레처럼 역으로 달려가 도착하는 기차마다 손님을 데려왔다. 끝없는 음악과 샴페인, 남자들과 여자들의 속삭임으로 파티는 풍성했다.

하지만 월요일이 되면, 집사와 정원사까지 합세해 하루 종일 걸레와 솔, 망치와 전지가위를 들고 주말의 잔해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그의 이웃인 난 그 모습을 수도 없이 지켜봤다. 도대체 그는 얼마나 부자길래 매번 저렇게 파티를 열까.


그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들만 귀를 파고들었다. 스파이, 살인자, 전쟁 영웅…. 정작 주인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손님들은 그저 술과 음악을 즐기다 사라졌다.

그의 고백을 듣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가 파티를 여는 건 오로지 데이지, 데이지 때문이었다.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 없다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개츠비에게 있어서 데이지는 과거의 낭만이자 닿기 힘든 사랑이었다. 모진 길을 돌고 돌아 결국 데이지에게 닿기 위해 개츠비는 돌아왔다. 그에게 데이지는 불가능한, 닿을 수 없는 사랑이 아니었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작품에 나오는 초록색 불빛은 이 둘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멀리서 지켜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기는 힘든..




위대한 개츠비의 작품 시대는 ‘재즈의 시대’라 불리던 1920년대 미국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국은 경제 호황을 맞는다. 소비문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신흥 산업이 번성해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힘을 얻었던 시기다.


당시 미국은 금주법으로 인해 불법적인 산업이 번성했고 신흥 부자와 기존 상류층의 대립이 난무했다. 이 작품 내에서 이런 시대적 요소들은 은연중에 혹은 전면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개츠비에게 데이지가 있다면 우리에겐 무엇이 데이지일까?

어릴 적 장래희망, 첫사랑, 경제적 자유 등. 다양할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토록 바라던 것을 손에 쥐었을 때는 행복할 수도 있지만,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인간은 무엇에든 금세 적응해 버린다. 외적인 것이 주는 행복은 외로움과 공허함에서 우리를 구원해 주기 힘들다. 개츠비는 데이지라는 존재에 모든 열망을 걸었지만, 사실 그는 데이지 자체가 아니라 데이지를 둘러싼 환상과 과거의 시간을 붙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종종 ‘영원’을 얻을 수 있다 착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건 무엇을 얻느냐보다 무엇을 향해 나아가느냐일지도 모른다. 개츠비가 비극적이었던 건 오직 한 가지, 환상에만 매달려 다른 길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보다 꿈꾸는 사람을 좋아한다. 꿈을 이루고 나서 다음 꿈을 좇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좇는 낭만적인 삶을 살면 어떨까. 작은 꿈이든 큰 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는다. 환상에만 사로잡히지 않은 꿈이라면 위대하다 생각한다. 인생에서 낭만을 빼면 삶이 척박하지 않겠는가.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비로소 삶은 이야기가 된다. 당신의 위대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로 물러가 버리는 절정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다. 그때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더는 중요하지 않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리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맑게 갠 날 아침에…….




F.S. 피츠제럴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위대한 개츠비> 등을 집필했으며,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와 함께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자 미국 문학의 대문호다.

생전에는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이후 대중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의 삶에서 개츠비가 엿보이기도 한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