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를 소개합니다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잠시 쉬어간다는 게 너무 오래 쉬었네요.
저는 그동안 바쁘게 지냈습니다. 글을 썼고 다시 고민하고 또 글을 썼습니다.
길지 않은 소설 한 편을 썼고 퇴고하는 중입니다.(그 책이 세상에 나온다면 여러분께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글쓰기에 몰두하느라 독서를 한동안 미뤄두었던 것 같아요.
여름이 가기 전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써봅니다.(제 글을 기다렸던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늘 마음의 짐처럼 가슴 한쪽이 무거웠습니다.)
박정민 배우의 활동 중단 선언은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활동 중단을 선언을 하며 “출판사 일에 집중하고 여행을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출판사 무제 대표로 활동하면서 여러 책을 냈습니다.(현재 일곱 개의 책이 출간되었네요.)
무제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첫 여름, 완주」는 오디오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오디오북이 나온 이유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라 저까지 보태지는 않을 게요.
전 책으로 읽었습니다.(듣는 건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할 것 같아요.) 읽다 보니 읽는다는 느낌보다 눈으로 듣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곡처럼 쓰였고 자연스러운 충청도 사투리 덕분인 것 같아요.
손열매는 글을 못 읽는 할아버지에게 자막을 대신 읽어 주다 성우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
손열매의 룸메이트이자 선배인 고수미가 돈을 빌려 사라진다.
그 일 때문에 손열매는 우울증으로 목소리도 변하며 성우 일을 못 하게 된다.
문득 떠오른 고수미의 본가 완주로 갈 결심을 하게 된다.
그제야 손열매는 고수미네 본가에 가 볼 생각을 했다.
왜 진작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을 정도로 당연한 일이었다.
파산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전 고수미는 어쩌면 거기로 탈출했을지 모르니까.
아니, 고수미가 없더라도 사정 이야기를 하면 가족들이 얼마라도 갚아 주지 않을까.
우울증 약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무력하게 잠만 자던 손열매는 녹음할 때 목 풀던 힘까지 다해 ‘신변정리’를 시작했다.
손열매는 새로운 동네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잃어버렸던 목소리를 되찾고 다시 성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일까.
손열매를 응원하며 글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월세는 육십만 원으로 하고 수미가 갚아야 하는 돈에서 제해 줘.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걸 모녀가 합세해서 손열매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수미 엄마에게라도 돈을 받으러 간 완주에 열매는 정착하게 된다.
수미 엄마는 장의사였다.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일.
수미 엄마네 옆집에는 시끌벅적한 중학생 한양미가 산다. 양미의 집 앞에는 친구들이 학교에 가자고 찾아온다. 간디와 푸틴. 독특한 별명이다. 인도에서 와서 간디, 러시아에서 와서 푸틴이다. 아이들이 양미를 데리러 오는 이유는 학교가 없어지는 게 싫어서다. 아이들이 적은 학교에 양미가 나오지 않는 건 굉장히 큰 일이다.
아침마다 친구들이 와서 소리 지르는 바람에 열매와 양미는 말을 섞게 된다. 둘은 티격태격하며 친해진다.
양미는 서울에 동경을 갖고 있다. 열매에게 서울은 어떤 곳인지 묻는다.
어저귀는 신비로운 존재다. 그를 처음에 만난 건 수미 엄마의 심부름 때문이었다. 어저귀는 ‘인간들에게 지쳤습니다.’, ‘냄새 분자들이’라는 독특한 단어를 구사한다.
열매는 고수미가 한 말이 떠오른다.
그 외계인은 전나무 바닷속에서 살아.
어저귀는 작은 한옥을 개조한 건물에서 살고 있었다. 집이라기보다는 소강당이나 회관에 가까운 그의 집이 그가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준다.
신비로운 어저귀에 대한 비밀은 어린 수미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에서 증폭된다.
어린 수미는 신해철의 라디오에 사연을 녹음했다. 소녀는 자신이 본 어저귀의 초인적인 능력에 대해 나열한다. 특히 할아버지 때 찍힌 사진에 어저귀가 찍힌 걸 보고 확신해서 사연을 보낸 것이다.
열매도 어저귀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호기심이었고 그건 점점 사랑의 감정으로 변한다.
과연 어저귀는 외계인인 걸까.
지금은 활동이 없는 배우 정애라는 시고르자부르종 샤넬과 함께 산다. 사실 정애라는 영화를 볼 수 없음병에 걸렸다. 그녀는 그 사실에 슬퍼지고 잠들 때까지 와인을 마신다.
열매는 애라에게 자신은 목소리 낼 수 없음병에 걸린 것을 밝힌다.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함께 영화를 본다. 두 사람은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완주 마을은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완주 마을은 댐 때문에 천이 넘쳐서 애들이 사고가 났다. 그때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은 마을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견디며 살아왔다. 그때 수미와 어저귀만 동굴에서 살아 돌아왔다. 장례를 업으로 하는 수미 엄마는 그들의 표적이 돼 버렸다.
수미 엄마는 딸이 떠나고 표적이 되어버린 삶을 견뎌내고 있었다. 떠난 이들에 책임을 지며.
완주 마을의 재개발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곳이 언젠가는 사라질 장소임을 예고하는 장치처럼 느껴진다.
떠날 수 없는 사람들과 떠나야만 하는 동네.
여름이 끝나고 열매는 다시 서울로 올라갔다. 백서른일곱 계단을 올라 현관을 두드리자 고수미가 나왔다.
“빚은 그대로이지만 잊고 있을게. 난 날 살려준 누군가에게는 원망보다는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형언할 수 없는 것.
감정,
기억,
상처,
잊어버린 것
과
잃어버린 것.
온전한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성숙한 상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느낀 소설 「첫 여름, 완주」
「첫 여름, 완주」는 사라진 사람을 찾으러 갔다가,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라 느꼈어요.
책을 덮으며 떠올린 건 완벽하게 회복되는 삶은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2025년을 떠나보내는 시점에서 <첫 2025, 완주>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올 한 해는 불안과 설렘, 희망과 고문의 연속이었던 것 같아요.
브런치 작가도 되고 글도 원없이 쓰고 있습니다.
연재한 글 중 잘 될 거 같은 글이 있다가도,
성과가 없을 때 실망하는 걸 반복하기도 했죠.
하지만 작년에 비해서 더 성숙해졌고, 11월에 비해서 성장했어요. 분명히 그렇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두 한해 고생했어요.
따듯한 연말 보내시고 새로운 한 해도 행복한 일이 가득하길 바랄게요.
(그래서 열매와 어저귀와 수미 엄마와 수미와 양미와 정애라는 어떻게 됐을까요? 이번에는 스포 하지 않을 게요.)
……어저귀에 대한 내 말은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네 경험을 믿어.
누가 뭐라고 하든.
당신의 경험을 믿으세요.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김금희 작가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복자에게 등을 썼다.
2015, 2017 젊은작가상
2016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살
2020 김승옥 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