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신세계를 소개합니다

by 백경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석 장의 기괴한 사진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인물은 과거 교바시에서 알던 마담과 우연히 재회한다.



당신은 요조를 알고 있었던가요?



마담의 물음에 그 남자는 모른다 답한다.

그러자 마담은 공책 세 권과 사진 석 장을 건넨다.

소설의 소재라도 쓰라면서.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이 얼마나 강렬하고 뇌리에 박히는 첫 구절인가.


소설은 요조의 자전적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는 부유한 집안의 막내였다.

아버지는 정치를 하느라 바빴고, 어머니는 아버지 뒷바라지로 바빴다.

요조는 하인들 손에 자랐는데, 부모님의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인정욕구를 채우기 위해 억지 익살스러움을 연기하며 살아간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요조는 사회적 가면을 쓰며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둔다.

그에게 익살은 유머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였다.

겉으로는 유쾌하지만 속은 무너져가는 삶을 살았다.

억지로 애쓰며 사회 속에 섞여보려 하지만, 누구보다 예민해서 고난을 겪는다.

다른 사람을 면밀히 평가하면서도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하는 모습이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인다.


요조는 연상의 유부녀 쓰네코와 교제를 하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다.

여자는 죽고 요조는 살아남았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요조의 삶을 바꿔 버린다.

그는 더 깊은 타락으로 떨어진다.


그 후 요조가 만난 여자는 시즈코다.

그녀는 애 딸린 유부녀였는데, 남편은 없었다.



아빠, 기도하면 하느님이
뭐든지 들어주신다는 게 정말이야?
저야말로 기도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아, 저에게 남철한 의지를 주소서.
‘인간’의 본질을 알게 해 주소서.



시즈코의 딸이 요조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

요조는 언제나 그랬듯 시즈코와 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깨닫고 떠난다.


세 번째로 만난 여자는 요시코다

요시코는 바 건너편에 있는 작은 담배 가게 아가씨였다.

지금까지 연상의 여성만 만났던 요조가 처음으로 만난 어린 여성이다.

또 하나의 비극.

요조는 요시코가 상인에게 겁탈당하는 걸 목격한다.


과연 무구한 신뢰심은 죄의 원천인가요?


그 사건 이후 요조와 요시코 두 사람의 관계는 예민해진다.

요조는 그 사건을 계기로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외설 만화를 팔아 소주 살 돈을 마련한다.

이후 약을 끊는다는 목적으로 모르핀 주사를 맞다 모르핀 중독이 된다.



아니. 이젠 필요 없어.
정말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누가 무언가를 주었을 때
그것을 거절한 것은 제 생애에서
그때 단 한 번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 불행은 거절할 능력이 없는 자의 불행이었습니다.



힘들어하는 요조에게 요시코는 모르핀 주사를 권하지만, 요조는 이를 거절한다.

요시코는 죄책감에 더 이상 예전처럼 그를 대하지 못하고 떠난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끝없는 추락에서 요조는 끝없이 질문한다.

이는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떠올리기도 하고, 성경의 욥의 절규처럼 들리기도 한다.

끝없는 질문이 무지를 자각하게 만들고, 신의 무응답에 절규하는 자처럼 느껴진다.


끝없이 추락하는 요조는 죄라는 울타리에 사로잡힌다.

법을 어긴 것이 죄인가?

더 넓은 의미에서 반윤리적 행위만이 죄인가?

양심을 거스르는 것이 죄라면, 닳아버린 양심의 상태에서 가책을 느끼지 못한 잘못된 행동은 죄가 아닌가?

요조의 물음에 끝없는 질문이 따라온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늘 내뱉은 말이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

군대에 있을 때도 그랬고, 기나긴 공부를 할 때에도 그랬다.

그러나 정작 추락할 때는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지나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요조의 집안 배경, 결혼생활, 정신 병동 입원 등은 작가가 실제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작가는 다섯 번의 자살 시도를 했고, 다섯 번째에 39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작가의 두 번째 자살 시도는 쓰네코와의 비극적인 사건과 맞닿아있다.

함께 시도를 한 여자친구는 죽고 다자이 오사무만 살아남는다.

집안에서 내쳐지는 것, 죽음을 선택했지만 혼자서 살아남은 것.

리뷰에 넣지는 않았지만, 부유한 집안에 태어난 것에 대한 죄책감 등은 요조가 작가의 페르소나라 느껴질 정도다.


결국 책의 첫 문장,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인간의 고백이 아닐까.


섬세하게 내면을 풀어나가는 심리묘사,

불쾌할 정도로 적나라한 삶에 대한 고민들,

동요될 정도로 추락시키는 좌절의 연속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인가 요조에 몰입되어 버린다.


인간이란 무엇인 건가.


단순하게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식으로 퉁 칠 수 없는 게 인생이 아닌가 싶다.


힘들 땐 납작 엎드려 견디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힘이 있을 땐 자신을 성장시켜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하진 않을까.


한발 물러서 인생을 본다면 예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답이 없는 삶에서 해답을 살아내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그것이 올바른 것일까.


인생, 그것은

죽을 때까지 고민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생애를 살고 있습니까?


우리가 알던 요조는 아주 순수하고 눈치 빠르고…… 술만 마시지 않는다면,
아니 마셔도…… 하느님 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다자이 오사무 작가


1909년 출생

1948년 사망

「추억」, 「만원」, 「도쿄팔경」, 「신 햄릿」, 「석별」, 「옛날이야기책」, 「비욘의 아내」, 「사양」, 「인간 실격」, 「굿바이」


굿바이 연재 중 사망, 마지막 완성본은 「인간실격」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