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없는 사람의 쓸 게 없는 브런치

백경 에세이

by 백경

백경 에세이, 신체 부위로 여는 이야기는 오늘 마지막입니다.




서울에 올라온 지 11개월 차다.

서울에 온 이유를 꼽으라면 소설 때문이다.

종종 브런치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다들 기억해 주실지 모르겠다.


화창한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을 때, 잠에서 깼다.

그때 하나의 문장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마도 외할머니를 꿈에서 뵙고서 떠올랐을 것이다.

아주 강렬하게 그 문장을 이야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문장이 무엇인지는, 아직 말하지 않겠다. 책으로 만나고 싶다.


글쓰기 방법조차 모르던 난 고향에서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폭이 많지는 않았다.


서울로 가야겠다 결심했다.

충동적으로 선택하는 데 약해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선택이었겠지만, 서울행은 간절했다.


좋은 기회로 서울에 올라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고향을 떠나 올라온 서울살이는 막막했다.

백경 에세이 첫 이야기로 소개한 것처럼, 새로운 걸 잡으려고 쥐고 있는 것들을 놓았다.

쥐고 있는 걸 놓으니 새롭게 손에 들어온 것들이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해보는 일, 처음 보는 동네가 들어왔다.

소심하고 예민한 편이어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었지만, 외부 활동을 열심히 했다.


작년 봄이 끝날 무렵, 작가와 작가 지망생 모임을 나가기로 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로 향하던 난 배를 움켜잡고 쓰러졌다.

위경련이 일어난 듯 아파왔고 식은땀이 쏟아졌다.


지하철역에서 환승도 하지 못하고 벤치에 누웠다.

눕는 것마저 불편했다.

빨리 집에 가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며칠 전부터 속이 좋지 않았는데 소화제를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한 참혹한 대가였다.


동네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하고 결과는 담백하게 나왔다.

담낭에 돌이 가득 찼다는 것이었다.

근처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받을 것을 권했다.


여러 검사를 한 다음 의사를 만났다.

수술을 권유받고 가장 빠른 날짜를 잡았다.

빨라봤자 두 달 뒤였다.

기다려야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두려운 건 그때 맛봤던 고통이 다시 찾아올까 두려웠다.

진통제를 처방받아한 무더기 들고 집에 왔다.


수술날까지 두 달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언제 꼬꾸라질지 몰라 두려웠다.

맨몸으로 올라온지라 드문드문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여름이 올 즈음, 환자복을 입을 수 있었다.

누운 채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죽을 때도 아마 이렇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남들이 이끄는 대로 옮겨지겠지.


평소에도 누워있기를 좋아하지만, 누워 있어도 천장이 풍경이 되어 바뀌진 않는다.

기껏해야 천장에서 벽으로 벽에서 폰으로 바뀌는 정도였다.

지나치는 형광등 불빛을 세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수술대에 들어가자 의료진이 반갑게 맞이했다.


“백경 환자분 맞으시죠? 예


신원 확인 후 전신 마취 마스크를 씌워준다.


후-

후우-


기억이 끊어졌다.




눈을 떴을 땐, 처음 보는 천장이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수술 부위가 아파왔다.

드디어 내 몸에서 그 지긋지긋한 녀석을 떼냈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후 의사 선생님은 내 몸속에 있던 돌을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다.

아주 작고 하얀 돌멩이들이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담낭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아서 수술하기 까다로웠다며 투덜거렸다.

마취가 덜 깬 상태에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시간이 꽤 많이 흘렀다.

쓸개 없는 사람으로 산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았다.

식습관을 바꿔야 하지만, 여전히 먹고 싶은 대로 먹고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쓸개가 없으면 피로감을 더 느낀다더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때로는 쓸개가 없지만, 곪은 쓸개가 마치 있는 것처럼 아파올 때가 있다.

음식을 먹기를 거부하게 만든다.

덕분에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고 자각한다.


때로는 수술실로 향하는 그날을 떠올린다.

죽음 앞에서 삶을 새롭게 바라보기도 한다.


아직 꿈을 이뤘다고 말하기엔 부족하다.

하지만 작년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꿈에 조금은 가까워진 게 아닐까 싶다.


쓸개 없는 사람의 쓸 게 없는 브런치라고 했지만, 정작 쓰고 나니 할 말이 생각보다 많았다.


다음 편부터는 작가 백경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낼 생각이다.




백경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제 여정을 함께 해 주시죠.


여담으로, 책리뷰 콘텐츠인 「신세계를 소개합니다」는 비정기적으로 연재될 것 같습니다.

쓰고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하루가 너무너무 짧네요.

대신 백경 에세이는 꾸준히 올리겠습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