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 에세이
백경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작가로서의 성장기를 써보려고 해요.
한 장면을 글로 남겨보고 싶었다.
어떤 글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시?
에세이?
소설?
그때쯤 난 길고 길었던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오랜 시간 했던 일을 그만두었고, 쉽게 생각하고 도전했던 것들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뭘 하고 싶을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었다.
나이가 있으니 뭘 하며 먹고 살까를 고민했다.
그런 고민을 하기엔 이미 늦은 나이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꿈을 품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에세이를 써보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시를 써보긴 했지만, 그걸 시라 부를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소설은?
한 줄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장 매력적으로 보였다.
매력적인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소설가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듯 보였다.
한 번에 도달하기엔 너무나 멀어 보였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검색을 했다.
며칠이고 검색한 끝에 도달했다.
웹소설 작가에 먼저 도전하기로 했다.
진입 장벽이 낮고, 실력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다.
웹소설 작가로 자리 잡고 나서 출간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난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 되었다.
지망생은 돈이 안 된다.
취업을 했다.
확실히 돈을 벌어야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금에야 웹소설 시장의 냉혹함을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지금까지 소비한 콘텐츠들을 떠올리며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자부했으니까.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 않은가.)
웹소설을 소비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면서 용감했다.
처음 도전한 플랫폼엔 등급이 존재했다.
당연하게도 가장 상위 등급에 도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신 그만큼 노출이 많으니 언젠가는 그곳에 다다르고 싶었다.
내가 노린 건 두 번째 등급이었다.
꾸준히 작품을 몇 개 이상 올리면 자연스럽게 등급이 올라갔다.
플랫폼에 올라온 수많은 작품 중 무얼 읽어야 할지 몰랐다.
일단 마구잡이로 읽었다.
그중 관심 가는 작품을 파고들었다.
그러다 보니 키워드가 정리되었다.
환생, 악마, 마법사.
판타지에 어울리는 키워드였다.
악마의 몸에 환생해서 고위 악마가 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솔로몬의 72 악마 목록을 보고 캐릭터를 짜기 시작했다.
마법사 이야기야 여러 설정들이 있으니 기본적인 요소를 가져왔다.
웹소설은 5,000자에서 5,500자를 매일 같이 써야 하는 구조다.
처음 글을 쓸 땐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졌다.
내가 본 장면을 단어에서 문장으로.
문장을 이어 붙여 문단으로 만들어갔다.
그렇게 하는 게 맞는지 틀린 지도 알지 못한 채, 일주일 동안 쓰기만 했다.
다 쓰고 나서 플랫폼에 연재를 시작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제발 아무도 보지 마세요.
첫 화를 업로드하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첫 작품은 내가 원하는 작품도 아니었다.
어디 선보일만한 실력도 아니었다.
그러니 등급 업을 하는 재료가 되길 바라면서도.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세계를 누군가는 봐주었으면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첫 작품은 총 25화(웹소설 기준 1권)를 썼고 첫 화 조회수 200명이 넘어서 끝을 맺었다.
몇 명이 봐주었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의 수치이긴 하나, 난 다음을 기약했다.
입사 초반 일을 배우면서 한동안 글을 쓰지는 못했다.
캐릭터를 만들고, 설정을 만들고,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다음 작품은 분명히 성공할 거라 생각했다.
왜냐면 웹소설로 쓰면 재미있을 소재가 있었으니까.
그때부터 웹소설을 마구잡이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모르니 일단 읽어보자는 식이었다.
읽다 보면 트렌드도 알고 돈 되는 이야기를 쓰는 법도 알 것 같았다.
그냥 재미있었다.
다행히 취향에 맞는 글들을 찾았고 흥미를 붙였다.
회사에 입사한 지 한 달가량 되었을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타지로 장기간 출장을 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 특성상 현장에서 배워야 나중에 일을 할 수 있다 했다.
선택지는 없었다.
짐을 챙기며 노트북 가방을 가장 먼저 챙겼다.
시간 나면 글이나 실컷 쓰고 온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난 고향을 떠났다.
거기서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