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은 어때요?

백경 에세이

by 백경

거제에 내려갔을 때, 노트북은 거의 열지 못했다.

당시 내가 들어간 현장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다.

현장은 늘 바빴다.


당시 일은 매우 바빴고 난 현장과 사무실을 오가며 일했기 때문에 늦은 퇴근이 계속되었다.

하루 삼만 보를 걷고 나면, 글은커녕 샤워도 버거웠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부은 다리를 풀며 서글플 때도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오면 잠들기 바빴다.

그런 상황에서 글쓰기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주말도 격주로 출근을 했다.

하루가 비면 그때 웹소설을 썼다.


그때 생각으로는 비축분을 모아서 한 번에 연재하자는 심산이었다.

연재해서 빨리 이 생활을 끝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소재는 준비되어 있었다.

오컬트 소재로 글을 썼다.

오래전 「검은 사제들」을 재밌게 본 터라 글이 술술 써졌다.


시간이 부족한 게 늘 아쉬웠다.

주말이 되면 온종일 네 편에서 다섯 편 분량을 써 내려갔던 것 같다.

(아마도 그렇게 쓸 수 있었던 게 글쓰기 방법을 모르고 막 써서 그런 듯하다.)


그러다 우연히 몇 개월 뒤 공모전이 열린다는 걸 알았다.

상금 1억 원.

구미가 당기는 선택지였다.

물론 일 등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을 알리고 유료화를 할 수 있다면 상상을 했다.


그렇게 연재일이 잡히고 글을 미친 듯이 쓰기 시작했다.

비축분이 쌓여가자 기분이 좋았다.

일은 바빴지만, 글 쓰는 재미를 더해가던 시기였다.


*


공모전이 시작되자 떨리는 마음으로 업로드를 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인터넷에서 공모전 꿀팁들을 기억해 두었다.


1. 첫날 세 편 이상 시간 차를 두고 업로드할 것

2. 20시 이상부터는 경쟁이 치열하니 피할 것

3. 유입이 적을 시 제목을 변경할 것

4. 표지로 유입을 만들 것


이보다 더 많은 조언이 있긴 했다.

상황에 따라 수많은 조언에 따라 움직였다.

공모전 기간 동안 일하는 내내 조회수에 신경을 썼다.

회식을 가도 화장실에서 틈틈이 확인하기 바빴다.


길고 길었던 공모전이 끝나고 내 작품은 베스트 순위에 들지 못했다.

못내 아쉬움이 컸지만, 경험이 중요하다는 조언에 50화까지 연재를 했다.


1화 조회수는 146명.

이전보다 작았지만 처음으로 댓글도 달리고 기분은 좋았다.

다음은 더 성장하리라 생각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공모전이 끝나고 내 파견 근무도 끝자락에 머물렀다.

그간 정들었던 일터를 떠나며 아쉬운 마음이 컸다.

결국 난 어떤 변화도 못 이룬 사람 아닌가 싶었다.


내게 거제는 힘들면서도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

첫 공모전을 도전했던 장소이며, 처음으로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곳이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이때 즈음, 웹소설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쓰기까지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먹고살기 위해서 현생에 집중하는 것이 컸고, 실패로 인한 두려움이 생겼다.

그렇게 난 떠밀리 듯 흘러갔고 알 수 없는 공허함 속에서 글을 썼다.


당시에는 브런치 작가가 되기도 바랐다.

브런치 작가 자격을 얻기 위해서 글을 써야 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원래부터 글을 쓰면 안 되는 사람인가 싶어 자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창작에 대한 순수함만은 간직하고 있었다.

전업 작가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내가 기획하는 책 한 권은 꼭 내자 다짐했다.


그렇게 한 문장으로 시작된 글감은 조금씩 장면들이 떠올랐고 조각글로 흩뿌려졌다.

누구에게도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시간이 흘러, 사촌 동생과 말할 기회가 생겼다.

그는 패션 디자이너로 브랜드를 론칭한 적이 있었다.

패션을 잘 모르는 내 눈에는 그의 패션이 신비로웠다.

그에게서 패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안에 있던 순수함이 꿈틀거렸다.


무엇에 홀리듯, 그에게 선언했다.


사실 나 소설가가 되고 싶어.


그는 흥미롭다는 듯 내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운 것에 흥미를 잘 느끼는 그가 귀를 기울여주니 신나게 내가 생각하던 것들을 꾸밈없이 뱉어냈다.

패션에 대한 순수함에 동요 됐던 건가.

가슴 한편 조심스럽게 꿈꾸던 걸 꺼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내 꿈을 지지해 주었다.

글을 쓸 용기는 가졌지만, 단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내가 다시 움직였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 채.

현생에 충실하며 제대로 된 글 한 줄 쓰진 않았지만, 자료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거제를 떠나고 일 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난 또다시 장기 출장을 가게 되었다.

조건이 좋아서 선뜻 수락했다.

힘들긴 하지만, 돈도 더 벌고 여가 시간이 주어진다고 했다.


돈을 벌면서 다음 공모전을 준비하기로 했다.

생애 두 번째 공모전이었고, 목표는 베스트 순위 안에 들어보자였다.

난 다시 한번 더 고향을 떠났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