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도시, 교각 밑에서 만난 영원한 광대
회색 콘크리트가 무겁게 내려앉은 다리 밑. 삭막한 무채색의 풍경 속에서 나는 뜻밖의 '슈퍼스타'를 마주쳤다.
나는 찰리 채플린을 좋아한다. 사실 우리는 동시대를 스쳐본 적도 없는 사이다. 내가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보았을 때, 그는 이미 흑백 필름 속에 박제된 오래된 '고전(Classic)'이었다.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기란 꽤 힘든 일이다.
그의 패션을 한번 보라. 숨 쉴 틈도 없이 꽉 끼는 촌스러운 상의, 반대로 두 다리가 다 들어갈 듯 헐렁한 바지, 거기에 항공모함만 한 커다란 구두까지. 마치 "저는 기품 있는 신사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엉망진창이에요" 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저 부조화.
하지만 그는 그 우스꽝스러운 엉성함을 자신만의 완벽한 무기로 만들었다. 지팡이 하나를 휘두르며 뒤뚱거리는 그 몸짓 하나로, 비극적인 가난마저 희극의 리듬으로 승화시켰던 천재적인 광대.
한 명의 인간이 그 존재 자체로 하나의 '장르'이자 대체 불가능한 '아이덴티티'가 된다는 것. 지팡이와 콧수염, 그리고 중산모. 단지 몇 개의 실루엣만으로 전 세계 누구나 그를 떠올린다는 사실이 그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를 증명한다.
차가운 교각 기둥, 누군가 그려놓은 벽화 속 핀 조명(Pin light) 아래 서 있는 그를 본다.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가 아닌 매연 가득한 도로변이지만, 그는 여전히 근사한 턱시도를 입고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어쩌면 그는 지친 걸음으로 이 길을 지나는 우리에게 "너무 심각해지지 마, 어차피 다 쇼야!"라고 말을 건네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의 육체는 사라졌고 필름은 낡았지만, 회색빛 도시에 유쾌한 쉼표를 찍어주는 그가 있기에. 찰리 채플린의 공연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