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틈새로 빛이 들어오는 순간
유난히 가라앉는 날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생각보다 훨씬 차갑고, 매정할 만큼 바쁘다.
한때는 '불금' 하나만 바라보며 일주일을 버텼다. 퇴근 후의 술 한 잔이 유일한 보상이라 믿으면서. 하지만 습관처럼 채우던 술잔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었다. 다음 날이면 숙취처럼 공허함이 밀려오곤 했으니까.
사진 찍는 게 좋아 이 일을 업으로 삼았고, 나름 '덕업일치'의 삶을 산다고 자부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엔 '불안'이라는 잡초가 끈질기게 자라났다. 잘라내도 돌아서면 또 돋아나 있는, 아주 지독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주말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앵글 말고, 오직 내 눈이 머무는 곳을 찍기 위해서. 그 시간만큼은 진짜 숨을 쉬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찍은 이 흑백 사진 한 장이 딱 내 마음 같았다.
노출을 과감하게 하늘에 맞췄다. 그러자 복잡한 빌딩 숲과 도시의 소음은 짙은 그림자 속으로 심플하게 잠겨버렸다. 디테일이 사라진 그 자리엔 대신, 탁 트인 하늘의 질감이 드러났다.
우울해서 셔터를 눌렀는데, 결과물은 묘하게 희망적이다. 어두운 현실에 갇히지 말고, 노출을 조금만 달리 가져가 보라고. 시선을 조금만 더 넓게, 그리고 위로 향하면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널려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