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을 하늘에 맞추니, 도시가 비로소 잠잠 해졌다

불안한 틈새로 빛이 들어오는 순간

by MOYA



유난히 가라앉는 날이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생각보다 훨씬 차갑고, 매정할 만큼 바쁘다.


한때는 '불금' 하나만 바라보며 일주일을 버텼다. 퇴근 후의 술 한 잔이 유일한 보상이라 믿으면서. 하지만 습관처럼 채우던 술잔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었다. 다음 날이면 숙취처럼 공허함이 밀려오곤 했으니까.


사진 찍는 게 좋아 이 일을 업으로 삼았고, 나름 '덕업일치'의 삶을 산다고 자부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엔 '불안'이라는 잡초가 끈질기게 자라났다. 잘라내도 돌아서면 또 돋아나 있는, 아주 지독한 녀석이었다.


그래서 주말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앵글 말고, 오직 내 눈이 머무는 곳을 찍기 위해서. 그 시간만큼은 진짜 숨을 쉬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찍은 이 흑백 사진 한 장이 딱 내 마음 같았다.


노출을 과감하게 하늘에 맞췄다. 그러자 복잡한 빌딩 숲과 도시의 소음은 짙은 그림자 속으로 심플하게 잠겨버렸다. 디테일이 사라진 그 자리엔 대신, 탁 트인 하늘의 질감이 드러났다.


104 하늘이 열린날3.jpg


우울해서 셔터를 눌렀는데, 결과물은 묘하게 희망적이다. 어두운 현실에 갇히지 말고, 노출을 조금만 달리 가져가 보라고. 시선을 조금만 더 넓게, 그리고 위로 향하면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널려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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