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길, 낡은 폐가에서 발견한 ‘새로운 시작’의 메타포
가벼운 카메라 하나 챙겨 들고 광명 근처 산길을 걸었다. 뷰파인더로 세상을 쪼개서 보는 일, 평일 내내 조명과 클라이언트에 시달린 내 눈을 씻어내는 나만의 의식 같은 시간이다.
그러다 숲 속 깊이 가라앉은 폐가 한 채를 마주했다. 사람의 온기가 떠난 지 오래된 낡은 집. 보통이라면 흉물스럽다거나 스산하다고 스쳐 지났을 풍경인데, 흑백의 프레임 속에 가두니 어쩐지 느낌이 달랐다.
지붕을 뚫고 벽을 감싸 쥐며 자라나는 나무와 넝쿨들. 마치 숲이 버려진 건물을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안아주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에게서 버려진 건물이 숲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만나 비로소 자연의 일부로, 새로운 오브제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문득 뷰파인더 너머로 ‘버려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상실을 겪는다. 죽고 못 살던 연인과의 이별, 등을 맞대던 동료와의 멀어짐, 혹은 청춘을 바친 회사에서의 퇴직 같은 것들.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고 남겨진다는 건 내 존재 가치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아프고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숲에 안긴 저 집을 보니 생각이 조금 바뀐다. 버려졌다는 건 끝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가 아닐까. 사람의 손을 떠난 저 집이 숲의 품에서 완성되듯 말이다.
우리가 겪는 상실도 어쩌면 더 넓고 깊은 인연을 만나기 위한 ‘빈자리 만들기’ 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혹시 무언가로부터 버려졌다고 느끼더라도, 너무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은 버려진 게 아니다. 이제 막 새로운 숲으로 걸어 들어갈 준비를 마친 것뿐이다. 저 낡은 집이 숲의 품에 안겨 비로소 그림이 된 것처럼, 당신도 새로운 곳에서 가장 당신 다운 모습으로 다시 피어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