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바라보면서 유독 내게 한숨을 쉬게 만들었던 건 바로 하체였다. 정확히 말해서 무릎위부터 허리아래까지의 하체. 상하체의 불균형이 심하기도 했지만 살이 쪄도 유독 그 부분이 먼저 찌고, 살이 빠져도 유독 그 부분이 빠지지 않는 바로 저주받은 하체였다. (나를 낳아 주신 엄마는 이 말을 제일 싫어 하신다. 왜! 니 하체가 어때서?) (사실, 신체에서 하체의 지방은 가장 늦게 빠지고 가장 먼저 지방을 비축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어쨌거나 이 하체가 늘 컴플렉스 였던 나는 그나마 학창 시절에는 교복치마로 하체를 감출 수 있었다. 하체의 쉐입이 드러나지 않으므로 교복치마를 입으면 그나마 괜찮았다. 지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학창시절 교복치마는 내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그런데 문제는 교복을 벗은 그 시점이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사복을 입어야 하는데, 하체가 너무 고민이 되는 것이다. 내 굵은 하체를 노출하는 것이(벗는 것도 아닌데) 두려웠다. 그냥 평범하게 청바지에 티셔츠하나 입고 싶을 뿐인데 하체가 신경쓰이는 나는 청바지를 입기를 참 망설였다.
(청바지에 흰티가 예쁘기가 가장 어렵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다)
더군다나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그 무렵에는 스키니진이 매우 유행할 때였다. 지금이야 스키니진도 입고, 와이드 진도 입고, 보이프렌드 진 등 청바지 라인이 참 다양해졌고, 입고 싶은 대로 입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그때는 달랐다. 모두가 스.키.니.진을 끼어 입고 다녔던 때였다.
그저, 스키니진이 대세였다. 너도 나도 스키니진을 입어야만 하는 시절, 하체비만은 최대의 피해자가 된 느낌이었다. 거기다 컬러가 들어있는 바지마저들도 스키니핏으로 등장하면서 하체비만인 나는 설 자리가 없어져갔다. 허벅지부터 종아리가 잔뜩 끼고(혈액순환 안됨) 또 하체를 가려야 하니 상의를 길게 입어 전체적으로 더 살이 있어보이고, 가뜩이나 짧은 다리는 다리는 더 짧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결국, 바지를 사거나 입는 대신 외출을 할 때는 하체의 쉐입을 가려주는 치마만을 입고 다녔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야외활동을 하거나 편안하게 가고 싶은 날에도 어떻게 하면 하체를 커버하는 옷을 입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거울 앞에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수십번 반복했던 날들이었다.
그러다 본격 다이어트와 운동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서 하체의 지방을 조금씩 걷어내게 되었고,
체지방이 걷어내지면서 (?) 나의 고유한 체형이 드디어 드러나게 되었다.
하체에 살이 많기도 하지만 유독 하체에 비해 상체가 너무 빈약했고
이 불균형이 하체를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게 한 것이었다.
결국, 전체적인 체지방 과잉, 근육 없음, 하체의 골격, 타고난 신체쉐입 등이
내게 하체튼튼한 체형을 선물로 준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상하체의 적정 비율을 만들기 위해서 또 체지방을 태워내기 위해 밤마다 고군 분투중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운동을 시작하면서 바지에도 자연스레 손이 가기 시작했고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으로
편안하게 바지를 입고
내 스스로가 당당하게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오늘도 나를 운동하게 만들고 있다.
(어찌보면 하체비만이었기 때문에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지도...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