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킴 Jul 06. 2020

체지방 적금을 아시나요?



과거의 나에게 운동이란 한마디로 '하기 싫은 것', '못하는 것'이라 정의내릴 수 있었다.

못하니까 안하고 하기 싫으니까 안하는, 그런 무한 악순환이 고리였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나는 운동과 관련한 거의 모든 자극을 거부했고,

몸을 움직이기 보다는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며

책을 보는 것(함께 과자를 먹으며)을 낙으로 삼던 아이였다.  


 학창시절 체육 시간은 그야말로 피하고 싶은 시간이었고,

시간표에 체육이 든 날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만큼 그 시간이 정말 싫었다.

오죽했으면 초등학생의 체육성적이 '미'였을까..  (수우미양가가 있던 시절..)

1.어두침침하고 눅눅한 냄새가 코를 찔렀던 체육 창고에서 체육부장이 매트를 질질 끌며 가져가져온다.


 운동장 한 가운데 원래는 흰색이었으나 베이지색이 되어 버린 매트 두장이 놓여있다.  


2.언제생긴 것인지 조차 가늠할 수 없는 누런 아니 누렇고 검은  얼룩이 곳곳에 묻어있고,

흙발자국이 가득한 매트 두개와 마주한다.



여학생과 남학생들은 두 줄로 서서 차례대로 매트에서 앞구르기와 뒷구르기를 시작한다.  


3. 그런데 말이다.

구르기라는 움직임도 너무 기가 싫었지만 매트위에 머리를 대기가 너무 싫다는 느낌이 순간 든다.

그래서 대충 구르는 시늉만 하다가 친구들을 차례대로 내 앞으로 자꾸만 보낸다.



이제 뒷구르기 차례이다.

뒷 구르기는 무서워서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뜀틀은 더더욱 하기 싫다.

 내가 저 뜀틀위에 그냥 걸터 앉아 있는 이미지가 나도 모르게 그려진다.


 그리고 내가 뜀틀과 함께 앞으로 굴러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럼 중학교때는 어땠을까? 식욕이 어찌나 왕성하던지 밥 두그릇은 거뜬히 먹었던 때이다.

일년에 무려 10cm가 자란 그 때에는 (살은 더 많이 쪘겠지) 역시나 몸을 더 움직이지 않았다.


중학교 체육시간에  했던 농구 드리블만 하기, 배구 토스만 하기 등과 같은

수업시간(혹은 평가)은 내게 그저 고통의 시간이었고,

아이들을 모아 '우리 이야기나 하자'며 자꾸만 운동장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려던 나였다.

그리고 땀을 흘리고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고 수업을 받는 것이 너무도 찝찝한 일이니

최소한으로 몸을 움직여 땀분비를 최소화하려 애썼다.


그나마 고등학교 때는 체육 시간에 이론을 공부하거나 자습을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것 또한 문제였다.

 하루종일을 앉아만 지내다 매점에 갈 때만 직립 보행을 허락하였다.




나는  거의 19년간을  운동이란 것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

(그나마 수영이라도 조금 배운 것은 천운이다..) 



그렇게 나는 지난 세월을

몸을 전혀 쓰지 않으며 근육대신 부지런히, 살뜰히 체지방 적금만을 납입해왔다. 너무도 성실하게.



사춘기를 지내고, 오래 엉덩이를 붙여야 좋은 대학을 간다는 고3을 지내고,

 '대학가면 살은 다 빠져'라는 신화를 굳건히 믿는 동안에,


지방은 또 다른 지방을 낳으면서

그렇게 내 엉덩이는 부단히도 커지고 또 커져만 간 것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