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
패닉의 극복
긴 꿈의 끝에서 눈을 떴다
여전히 어두운 터널 안
하얀 숨구멍을 기대한 탓일까
순식간에 온몸이
불길한 신음을 쏟아낸다
지금껏 가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건만
지친 여행객의 몸에 기생하는
방어 본능이
유독 절망에 떤다
터널의 길이와 조우한 뒤로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마음은 먼저 눈을 감고
몸은 자장가를 부르며
숨의 깊이와 길이를 가다듬는다
터널을 지나 본 여행객은
이제 안전하다
맞서 싸우지 않고
기다릴 줄 안다
터널의 끝을 가늠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