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경 (借景)

by 고운 저녁



차경 (借景)


반지하의 창에도 풍경이 담긴다

틀에 박히기 위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박제된 골목, 때론

텔레비전 속 거리처럼 무심히 지난다


누우면 하늘이 들어와

두런두런 속마음 나누다 눈물도 훔치고

어느새 멘토가 된 구름은

하얀 몸짓으로 조언하며 흐른다


밖은 어떤 감촉일까

창 너머로 손을 뻗는다

계단을 오른다


사각의 틀 속으로 들어서면

하늘과 구름과 바람의 온전한 세상


커지는 하늘

퍼지는 틀

몰려드는 구름 떼


문득, 내려다본다

사각의 작은 창틀 안

손을 내미는 어린 소녀

그녀와 악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