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고운 저녁



오래된 숲길,

그만큼의 세월을 함께 했을 법한

나무들의 행렬


서로의 관계는 묻지 않는다

거리나 모양새로 말하는

무성한 넋두리도

웅얼웅얼 반복되는 숲의 노래도

그저 흘려듣기로 한다


그들의 하늘을 가늠하며 걷다가

내 발가락

걸려 넘어질 뻔


이끼의 융단을 가르며

느리지만 힘차게 달렸을

뿌리들의 행진,

발밑에 억세게 뻗어 있다


숲길 빠져나오면

이어지는 아버지의 집


앙상한 종아리를 거쳐

발등을 닦아드리며

아버지 핏줄에

내 손톱

걸려 넘어질 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