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사람

by 고운 저녁


생각하는 사람


머리가 복잡할 때면

구름이 내려와 안개라고 우긴다

대꾸할 힘조차 없을 때

일부러 시비를 건다


얼른 인정하고

나머지 생각이라도 할라치면

뿌옇게 머릿속을 장악하고

배를 띄워 노닌다


본디 밑 빠진 독 같은 뇌라서

쉬이 점령되는 둥근 평야

무방비의 고립무원

안개로 가득한 유원지


안개가 놀이에 지쳐

머리칼을 헤치고

삐죽삐죽 새어 나와

새치인 척 해도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 방치한다


이마를 타고 콧등을 간지럽힌 후

입술에게 말을 걸지만

귀 뒤로 넘기고

새하얗게 센 머리로

불철주야 생각만 한다


갈수록 구름이 두터워

머리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