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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Jan 12. 2021

#9. 기획의 첫 걸음. 기본을 지켜라.

실수는 실수일 뿐, 실력이 아니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기획자는 프로젝트를 대하는데 있어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획자가 '확신을 갖지 못하면 아무런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획자들이 알고 있는 말이지만 대다수의 기획자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나 컨텐츠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실제로 취업 시장을 들여다보면 기획자가 들락날락거리는 업체가 있는 반면, 면접을 죽어라 봐도 기획자 한 명 제대로 채용 못하는 업체도 있다.


그런 업체들의 특징을 보면 공통적으로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검증되지 않은 프로젝트"인 경우이다. 검증이 안됐다는 건 그만큼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 제대로 하고 있는지 검증을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험과 경력이 높은 기획자 또는 PM이라면 얼마든지 이를 설득하거나 강행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기획자들은 시시콜콜 개발자들과, 회사 임원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기획자 본인은 내용을 정리하고 이해하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은 단순히 "할 수 있다. 가능하다."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 그렇게 안될 수도 있잖아. 그땐 어떻게 할건데?

- 그럼 ~~~한다고 치고,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돼?



이런 질문에 봉착하게 되면 대부분 당황을 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가로막히게 된다.

기획자로써는 가장 짜증나는 순간인 것이다. 



1. 기술적인 문제까지 모두 파악하려 하지마라.

요즘은 기획자들도 어중간한 디자인, 프로그래밍을 조금씩은 다 할 줄 알거나 이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안다고 해도 담당자만큼 알 수는 없다. 기획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상대파트의 업무 영역까지 고려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획서상 어느 정도 감안을 해서 작성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상대 파트까지 염두에 두다보면 결코 기획서를 완성할 수 없다.

한번은 색상이나 버튼 위치 등을 놓고 한창 고민하는 팀원을 본 적이 있다. (그걸 왜 자기가 고민하고 있는지..)


물론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나친 배려도 좋은 것은 아니다. 이론상 가능한 상태까지만 구상을 해도 이는 충분히 개발자들과 회의를 통해 탈출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획자가 프로그램을 조금 모른다고 해도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다. 차라리 모르는 부분은 솔직히 공개를 하고 함께 방법을 모색해보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2. 사전시각화를 꾸준히 하라. (simulation)

마인드맵도 중요하고 또 좋은 방법이지만 대개 마인드맵을 그리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나는 사전시각화(simulation)을 주로 머릿 속으로 그려보는 작업을 선행한다. 메인화면부터 로그인, 계정 변경 등을 시작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굴기'에 맞춰 하나씩 퍼즐을 조립해보는 것이다.

주로 출퇴근, 화장실에서 많이 구상하고 자기 전에도 30분 정도는 프로젝트에 대해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나 새로운 재미있을 것 같은 기능 등은 메모를 해둔다. 그러다 보면 사소한 것이지만 예상되는 문제, 또는 뭔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전진할 수 없는 문제 등에 봉착한다.

이는 따로 메모를 해뒀다가 해당 파트의 실무자와 대화를 통해 방법을 모색한다.

이렇게 대충이라도 쭈욱 시각화를 하고 나면 기획서 또는 스토리보드를 작성하는데 많은 도움도 되고 속도로 꾸준히 유지하며 작성이 가능해진다.



3. 일단 기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면 끝을 맺어라. 

국내 업체에서 근무를 하다 보면 종종 목격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기획에 대한 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이게 기획서야?"라는 질문을 받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 된 생각이다. 디자인이나 개발과는 달리 기획서에는 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문맥이나 설명, 개발에 필요한 내용등은 포함되어야 하지만 형식이나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기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면 "틀릴 것"을 두려워말고 끝까지 작성하는 게 제일 좋다.

엉성한 기획서는 수정 보완을 할 수 있지만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한 기획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획는 말 그대로 '기획'이다. 설명서를 만들고 메뉴얼을 만드는 일이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성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기획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혼자서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취합하면서 알차게 만들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일단 초안이라도 완성을 해야 보완도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잘못 쓴 기획서라도 동료들의 지적, 문제점 등을 듣다 보면 "어떻게 작성해야 되는지"에 대한 개념이 잡힌다. 기획은 그렇게 수정 보완하면서 자신만의 기획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기획자로 근무하면서 많은 국내외 업체를 돌아다녀봤지만 정말 가끔 가다가 '기획서없이 개발 된 컨텐츠'들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획서를 보여달라고 하면 없다고 한다.

왜 없냐고 물으면 말로 설명해주고 그것을 토대로 개발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니 정말 그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기획서를 넘겨주니 그렇게나 좋아들 하는 것이었다. 일이 좀 편해졌다면서.

물론 구두 기획서가 반드시 잘못됐고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개발만 잘 된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버그나 여러 문제 발생 시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서는 개발할 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정 보완을 할 때에도 작성하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고쳤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다들 기획자가 놀고 먹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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