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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Apr 16. 2021

#14. 한국에 잡스가 없는 이유.

대한민국에 스티브 잡스가 나올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스스로 대한민국은 IT강국이라 부른다.

그리고 많은 해외 나라들이 우리를 IT강국이라 인정해주길 원하고 있다. 물론 해외 국가들 중 일부 국가에서는 우리를 IT강국이라 치켜세운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과연 대한민국이 IT강구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물론 IT라는 것이 단순히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특정 기술력만을 놓고 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개 IT분야 기획자에 불과한 내가 이런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실제 우리나라의 IT 현 주소를 따져보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뽕을 굉장히 싫어한다. 내가 애국심이 없어서도 아니고 대한민국이라는 내 조국을 싫어해서도 아니다. 누구못지 않게 나도 내 조국을 사랑하는 국민 중 1인이다.

하지만 맹목적인 국뽕은 우리가 그토록 조롱하는 중화사상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IT분야, 그 곳이 게임 회사이든 블록체인 개발사이든 웹사이트, 어플 등 뭐든 좋지만 아무튼 IT회사에 기획자로 입문을 원하거나 꿈을 키우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IT업계에 오면 매일 야근을 하고 툭하면 밤샘을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과거 2000년 초중반처럼 살인적인 일정은 이제 IT업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칼퇴근까진 아니더라도 퇴근이 존재하고 주말에는 쉴 수 있기도 하다.


물론 정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기라면 테스트, 버그 수정 등의 문제로 야근을 하거나 밤샘 근무를 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지만 과거처럼, 그리고 알려진 것만큼 수위높은 근무는 많이 개선되었다.



상상력을 차단하는 한국식 문화. "다른 회사들은 왜 그걸 안 만들었겠어?"


나는 팀장,팀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하나는 "쓸데없는 회의를 오래 하지 말라"와 "어떠한 것이든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참 회의를 좋아한다. 마치 회의실에 모여있으면 굉장한 무언가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정작 회의실에서 발언을 하는 사람은 매번 정해져있고 대부분은 멍하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회의실보다는 관련자들끼리 책상에 모여 토론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벼운 농담과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면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나오고 그 중 기발한 해결책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15년이 넘는 시간을 게임, 웹, 블록체인 회사에서 근무를 해왔다. 곧 20년차를 바라보는데 굳이 한 가지를 이야기 하자면 내가 사실 그리 나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20년차라고 하면 다들 굉장히 올드한 사람으로 생각들을 하는데 실제로 나를 만난 사람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 일찍 시작했을 뿐이다. )


나는 무언가를 바라 볼 때, "왜 이렇게 정해놨지?"라는 생각과 "이걸 어떻게 바꿔야 더 의미있을까?"를 놓고 고민을 한다. 때론 1시간만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때론 며칠, 1~2개월이 걸리기도 하다.

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 이게 될까? "

" 음...괜찮긴 한데, 어디 이렇게 하는 곳이 있나? "

" 너만 이 생각을 했을까? 지금도 없는 걸 보면...안되는 게 아닐까? "


위의 반응들이 대다수인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두고 그것에 대한 확신성, 검증을 먼저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더불어 그 원석같은 아이디어를 회사가 가공해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작업임에도 이미 "확실히 보장이 된, 다 만들어진" 것을 원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주크버그가 과연 세상에 없던 제품들을 내놓았을까.

아니다. 이들은 이미 있는 제품을 업그레이드했거나 이미 존재하지만 보완한 제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당연히 실패도 경험했고 손실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도와 노하우가 오늘의 MS, 애플 등을 만든 것이다. 국내 IT회사들은 시장성에 너무 중점을 둔 나머지 이러한 시도와 실패를 두려워한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쓸데없는 일정과 다른 이유로 빛을 보지도 못하고 무너진 회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말로만 IT회사이지, 사실상 제조업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의 IT 회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평가한다.



 


빨리 만들고 싶어? 아니면 제대로 만들고 싶어? , 달라지길 원하면 바꿔야 한다


대부분 인터뷰를 하고 입사를 하게 되면 많은 회사들이 내게 묻는 몇 가지 공통적인 게 있다.


- 우리 아이디어 어때요? 성공할 거 같아요?

- 일정이 급한데 해줄 수 있겠어요?

- 연봉 좀 깍아주.... ( 이건 해당 안되는구나.. ^^;; )


나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스타 기획자도 아니고 사실 모르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찾는 회사들이 많은 이유는 개인적으로 딱 하나라고 생각한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아이디어로 끝내는게 아니라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나는 인터뷰에서 회사의 정보, 상황 등을 많이 물어본다. 그리고 지금의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 과연 이들이 제대로 준비를 해왔는지 파악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대단한 전문가 집단인 양 포장하면서도 정작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엉망인 경우가 많다. 시키는대로 개발하는 개발자, 별 생각없이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기획자, 문서대로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다들 책상에만 앉아있으면 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오너까지.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 한 명이 나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깔끔하게 바꿔주길 희망한다.

"저희 일정 그리 안 급합니다."라고 하는 회사들도 막상 가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급한 과제들을 쏟아내기 바쁘다. 투자자들이 기다려서, 지난 주까지 나왔어야 하는데 미처 못 해서... 등등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나는 오너들에게 거침없이 말하는 유형이다. 그리고 늘 말하는 것이 있다.


" 당신은 이걸로 돈을 벌 생각을 한 게 아닌가요? 그런대도 대충 빨리 만들고 싶으신가요? 결정은 당신의 몫입니다. 빨리 만들길 원하면 그리 해드리죠. 하지만 돈을 벌진 못할 겁니다. 제대로 만들어야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직원들이 희생해서 제대로 빨리 만들길 바라지 마세요. 그건 억지입니다. "


아마 이래서 나와 같이 일했던 오너들 중 지금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오너들이 적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닥달한다고 프로젝트가 제대로 완성되는 건 아니다. 





| 일정은 줄여나가는 것, 애초에 늘어날 것을 염두에 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실패


나는 일정을 짤 때 굉장히 여유있게 짜는 편이다. 급여를 날로 더 받고 싶어 그러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개발 일정+휴가,명절 등 휴무 시즌+혹시모를 이탈에 대한 구인+기타 등의 항목을 모두 적용한다.

쉽게 말한다면 예를 들어 징검다리 연휴나 명절이 다음 주에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대개 직원들은 이미 그 주의 중반부터 마음이 들뜨기 시작해 업무에 집중도가 떨어진다. 사실상 시즌 전후로 해서 1주는 그냥 날려버리는 것이다. ( 안 그럴 것 같겠지만 실제 이런 경우가 많다. )

가기 전에 설레임으로, 다녀오고는 후유증으로 말이다.


대개 일정표를 받아 든 오너들은 "뭐 이리 길어요?"라고 반응한다. 이게 표준적인 반응이고 대개 많은 회사들이 일정을 어떻게 짜는지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일정은 최소화로 잡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루 업무를 2~3일짜리로 잡는 것도 아니다.


다만 중요한 함정이 숨겨져있다.

내가 만약 8월 30일까지 개발을 완료한다고 설정해놓고 실제로 6월 30일에 개발을 종료하면 "오...생각보다 빨리 만들었네."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6월로 설정했다가 8월에 완료를 하면 "일정도 못 지키고 뭐 이리 늦어.."라는 반응이 나타난다.


전자일 경우는 능력으로 보여지지만 후자는 무능력으로 보여진다. 내가 능력자이고 싶어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이는 회사의 기술력에 대한 평가라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일정은 늘어나는 거지."라고 기정사실화하는데 이는 잘못 된 생각이다. 애초 그리 생각한다면 왜 굳이 초반에 최소화로 일정을 짠단 말인가. 그렇게 일정을 짜다보니 변수도 많고 이탈자도 많아지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실패는 대개 이러한 원인들로 벌어진다.




기획자는 프로젝트의 모든 부분을 장악해야 한다.

어떠한 변수에도 흔들림없이 대처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 지식을 갖춰야 한다.

기획자가 흔들리면 프로젝트가 흔들리는 것이다. 아직도 국내 대다수의 개발사들은 기획자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잡스, 빌게이츠 같은 IT천재들이 나오려면 비단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환경 자체가 바뀌지 않는 한 많은 가능성을 가진 개발자, 기획자들이 업계에서 스스로 회의를 느끼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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