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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 Mar 31. 2021

#13.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열정페이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가상화폐이다.

최근 비트코인의 고공 행진이 화제가 되었었다.

소위 데이터 쓰레기에 불과한, 따지고 보면 별 볼일 없는 포인트, 마일리지에 불과한 이 가상의 재화가 지금은 5,000만원이 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 블록체인을 만드는 내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겠다만 )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 그리고 청년기에 접어든다.

청소년기까지의 의무가 학업에 있다면 청년기부터는 경제활동을 해야 할 연령대이다. 집이 원체 부자라 놀고 먹어도 된다면야 Nice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활동, 즉 직업을 갖고 그 직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그 수익으로 삶을 유지한다.


소득 수준에 따라 거주 지역, 집의 크기, 차의 종류 등급이 달라지고 사람들이,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의 농도가 달라지다 보니 대부분 "돈"을 위해 영혼을 갖다 바치기도 한다. 물질만능주의자는 아니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1인으로써 돈을 갈망하는 정신 상태가 꼭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돈이 최우선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돈이 최고지."라고 호언하기도 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돈이 없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는 점이다. 사람은 먹는 것이든, 꾸미는 것이든, 누리는 것이든 무엇이든 그것을 통해 만족을 하게 되고 그 만족이 높을수록 행복감을 느끼니 말이다.



열정.

노래 제목이 아니다.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일이 될 수도 있고 이성이 될 수도 있다. 열정은 일이든, 연애든 굉장히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마음 가짐인데 문제는 이 열정만으로 모든 것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열정페이, 그 발행량은 무한대인 것 같다.



내게도 열정이 있었고 또 그 열정을 강요하던 시기와 회사도 있었다. 1970~1990년대만 하더라도 열정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었다.

월급을 욕심내는 건 신입이나 직장인이 가져선 안되는 부도덕성이었고 상사들이나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청소를 하고 하루 일과를 재정비하는 시간. 그것은 열정이었고 성실이었으며 당연한 덕목이었다. 월급을 조금주는 사장은 미안함보다 열정을 주장하는 당당함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97년 IMF를 맞이하면서 달라졌다.

평생 직장이 사라지고 회사가 위기 상황에서 직원들을 책임지기보다 쫓아내는 현실을 직면하게 된 사람들은 더 이상 열정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게 됐다. 수 십년을 가정보다 소중히 생각한 직장이지만 그들은 위기의 순간에 아주 쉽게 직원들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라진 열정은 열정페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네가 원하는 일을 주었으니 급여에 연연말고 최선을 다해주렴"이 곧 열정페이였다. 그런데 이 가상의 페이가 쌓이고 쌓여 훗날 보상이란 이름으로 교환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대개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문제가 있다.

고마움이 아니라 당연함이었기 때문에 보상으로 연결되지도, 될 수도 없었다.


지금도 많은 회사들이 자신들이 해줄 수 없음을 미안해 하지 않고 오히려 "잘되면 다 보답해주지."라는 말로 미화시키며 열정페이를 남발하고 있다. 결국 직원이 자신의 힘으로 회사를 키워 본인 급여를 주는 셈이다.

이런 구조가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하다.



열정은 회사가 만들어주는 효소, 직원에게 강요하지 말라.



물론 회사가 있어야 취업을 하고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그래야 능력을 펼치고 열정도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열정은 직원이 만드는 게 아니라 결국 회사가 만드는 것이라는 걸 CEO들은 알아야 한다.

개떡같은 복지와 별 볼일 없는 급여를 주면서 열정만 강요하는 건 짐승과 마찬가지의 행위이다. 본능에만 충실한 그런 의미라는 것이다.



| 열정도 따지고 보면 훈련법과 비슷


열정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회사, 이 동료들이 아니면 안돼"라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막연하게 직원이 "우리 회사를 삼성처럼 만들어야지."라고 다짐만 한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러려면 열정페이같은 가상 화폐가 아닌 실제 가치를 부여하고 지급해야 한다.

기준과 원칙을 세우고 목표점에 도달하면 그것을 주어야 열정도 생기는 것이다. 우리는 동물을 훈련시킬 때 반복 학습과 간식을 주로 이용한다.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의사 표현과 함께 간식을 지급하면 동물은 그 상황이나 목소리, 행동에 따라 해당 행동을 하게 된다. 열정도 마찬가지이다.

직원이 동물은 아니지만 해당 목표, 성과를 냈을 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야만 열정을 발휘한다. 그 보상을 받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열정페이는 충분히 적립했으니 이제 실제 페이를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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