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메기는 누구이며, 누구여야 하는가.

<메기> 이옥섭, 2019

by 시간
<메기> 이옥섭, 2019 / 스튜디오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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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구덩이에 빠진 우리를, 구덩이를 벗어나는 우리를 보여준다. 윤영은 관계의 불신이라는 구덩이에 빠져있다. 그의 주변에서 곧 구덩이가 더 깊어질 것이라고 신호를 준다. 그 신호가 신호라고 믿는 것은 윤영의 몫이다. 다행히도 윤영은 자신이 구덩이에 빠져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신호가 간절했던 것일까? 윤영은 그 신호를 믿고, 그 신호를 믿은 자신을 믿고 움직인다. 윤영은 믿음을 추구하고 성원과의 강력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불신을 믿고 불신을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그렇게 윤영은 자신을 위해 스스로의 메기가 되어 성공적으로 구덩이에서 벗어난다.


이 영화의 포스터는 '스튜디오 빛나는'을 통해 탄생했다. '스튜디오 빛나는'의 포스터가 한 번이라도 당신의 눈을 사로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포스터 속 강렬한 색상과 대칭적 구조, 중심에 자리 잡은 거대한 메기, 발 엑스레이, 반지가 이 영화의 특별함을 증명하듯 우리를 사로잡는다. 특히 두 번째 포스터 속 튀어 오른 메기는 나에게 충격이었다. 당신은 물고기를 생각하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 물속을 헤엄치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물을 튀기면 강렬히 날아 오른 메기, 그리고 그 메기가 뛰어 오른 물속이 우리의 일상이 담긴 아파트라는 점에서 이 포스터는 영화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을 이끌어낸다. 즉, 영화 포스터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첫 번째 포스터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극장을 빠져나온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더욱 애틋하게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한다. 앞 서 이야기한 포스터보다 첫 번째 포스터는 이 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담아냈다. 연인 사이임에도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윤영과 성원. 무언가를 느끼고 하늘로 튀어 오른 메기. 믿음이든, 관계이든, 스스로이든 튀어 오른 메기는 변화를 예고한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포스터를 통해 이 영화를 언제든 다시 추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나름의 구덩이에 빠진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당신의 메기는 누구였는가? 나의 구덩이는 꽤나 깊었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구덩이가 깊기만 하고 넓지는 않아서였을까? 아님 나에게만 유독 깊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빠져나오기 위해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건 나였다. 이 구덩이를 제대로 바라봐주지 않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메기가 되어줄 수 있다고 믿지 않었다. 그렇지만 구덩이를 만든 것도, 구덩이에 나를 밀어 넣은 것도 나라고 생각했다. 구덩이를 점점 더 깊게 만들고 있는 내가 이곳을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수단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주변에서 지금 이대로라면 이 구덩이가 더 깊어질 것이라는 반응을 보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반응은 나를 위한 신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신호를 믿은 나를 믿자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나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지고 확신이 들자 뛰어오를 수 있었고, 마침내 그곳에서 벗어났다. 나의 메기는 나였다.


나의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하며, 나를 제외한 것은 모두 주변이며 타인이다. 아무리 소중한 존재여도 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 소중한 존재를 마치 나를 아끼듯 아끼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 소중한 존재 역시 그 존재를 중심으로 한 세상을 가지고 있다. 당신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를 중심으로 한 각자의 세상에 살고 있다. 주변과 타인은 끊임없이 내 세상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 나에 대해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혹은 잘 되어가고 있고 잘하고 있다고. 그들의 반응을 내가 납득하고 믿을 수 있을 때 반응은 비로소 신호가 된다. 그 신호가 진실되어 믿을 가치가 있고 그 신호를 믿는 자신을 믿는 순간, 우리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결국 모든 일은 당신의 믿음에서 시작된다.


모두가 나름의 구덩이 빠졌던 것처럼, 우리 모두 언제가 구덩이에 빠질 것이다. 그 깊이와 넓이에 관계없이. 영화에는 "우리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일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곳에서 얼른 빠져나오는 방법은 대사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은 스스로 자신의 메기가 될 것, 메기가 되어 무엇을 믿을지 결정할 것, 그리고 자신을 믿는 것이라는 사실을. 즉, 당신의 메기는 당신이며, 당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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