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향한 사랑은, 미래의 당신에게 향한다.

<애니멀 킹덤> 토머스 카일리, 2025

by 시간
<애니멀 킹덤> 토머스 카일리, 2025
<애니멀 킹덤> 토머스 카일스, 2025

영화는 세상을 흔들지 못하는 자는 존중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당신은 존중받을 만한 사람인가? 우리의 세상은 자의에 의해 혹은 타의에 의해 흔들린다. 자의에 의해 세상을 흔든 자는 여전히 자기 세상의 중심에 서있다. 그러나 타의에 의해 세상이 흔들린 자는 그저 중심을 지키기 위해 악착같이 버티고 서있을 뿐이다. 자신의 세상이 왜 흔들리는지 알 수 없으며, 흔들림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흔들림을 멈출 방법 혹은 흔들림의 흐름에 자신을 맞출 방법, 흔들림의 흐름을 자신에게 맞출 방법을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세상은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더 자주, 더 세게 흔들린다. 프랑수아의 세상 역시 타의에 의해 흔들렸다. 프랑수아는 그 흔들림을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그러나 에밀의 세상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기울어지는 에밀을 보자, 프랑수아는 다짐했다. 흔들리는 세상에서도 에밀이 중심이 될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고. 그렇게 프랑수아는 에밀에게 흔들리는 세상을 멈추는 법이 아닌, 어떤 세상의 흔들림에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렇게 프랑수아도 다시 세상의 중심이 되었으리라고 믿는다.


포스터 속 변화를 겪은 자, 겪고 있는 자를 바라보는 에밀의 눈빛에는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며 느낄 감정이 모두 담겨 있다. 경이로움, 신비함 그리고 두려움. 아무리 긍정적인 흔들림과 변화라고 해도 익숙하지 않은 것은 두렵다. 흔들림과 변화를 바라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그 상황은 더욱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두려움과 공존하는 신비함,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포스터 속 에밀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포스터 그리고 사람들』에 따르면 수입 영화의 국내 포스터를 만들 때는 기존 포스터의 디자인 가이드를 따르고 서체만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 이 영화의 포스터를 따로 더 주체적으로 제작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본다. 우리 사회는 특히나 변화를 꺼려하고 부정적인 변화를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여기며, 이를 위한 대응 방식이 부족하다. 변화를 밀어내는 우리에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행동하라고 말하는 영화가, 우리를 극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포스터를 갖추었을지 궁금하다.


당신의 세상은 무엇 때문에 흔들리는가? 스스로 하는 새로운 행동, 경험? 혹은 당신에게 닥쳐오는 새로운 상황, 환경? 그리고 당신은 세상이 흔들리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나는 나의 변화로 내 세상이 흔들렸음을, 그리고 흔들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변화시키는 모든 것이 내 세상을 흔드는 것이다. 나의 세상과 당신의 세상을 흔드는 가장 강력한 것은 아마 '노화'일 것이다. 노화와, 노화에 따른 변화로 인해 우리 세상의 균형은 점차 깨진다. 그렇게 생겨난 균열, 틈은 고요하게 매일매일 커져간다. 우리는 단지 한 순간의 균열, 한 순간의 노화를 알아차릴 뿐이다. 균열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무언가 불안정하고 불길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균열은 어찌 보면 또 다른 기회이다. 더 이상 넓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끝이 보이지는 않지만 끝이 있는 것만 같은 우리들의 세상에 '깊이'라는 또 다른 차원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그 깊이를 어떻게 채울지는 당신에게 달려있다. 균열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에 따라 균열은 여전히 균열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균열은 당신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우연히, 그리고 감사하게도 노화라는 균열이 다른 사람보다는 커져, 한 순간의 균열과는 다르게 어느 곳을 둘러봐도 그 균열을 알아차릴 수 있는 분들을 자주 마주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분들은 그 균열을 받아들이고 그 틈을 새로운 것으로 채운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아직은 그 균열에 익숙해지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틈이 너무 거대해 두렵고, 앞으로 더욱 커질 그 틈에 절망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분들을 경험할 때마다, 나에게도 생길 그 균열에 대해 자주 상상한다. 나의 균열은 어떤 크기일지, 어떤 모습일지. 나는 균열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정답은 없고 쉽게 예측할 수도 없다. 균열을 막을 수도 없다. 그래서 결정했다. 어떤 균열이든 사랑하기로.


사랑도 연습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특히 자기 자신을 향한 사랑이라면 더욱 열심히. 어떤 형태일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내 미래의 균열을 사랑하기 위해, 나는 다양한 형태의 균열을 가진 다양한 사람을 가능한 많이 사랑하기로 다짐했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내 미래의 균열과 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혹은 여러 명의 균열이 나에게 복합적으로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그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며 그 방법을 익히면, 미래의 나를 더욱 쉽게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용기가 생긴다. 즉, 당신을 위해 타인을 사랑하라. 특히 노화라는 변화를 겪고 있는 타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랑하라. 결국 타인을 향한 사랑은, 미래의 당신을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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