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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훈 Nov 23. 2021

프라하의 연인의 연인

Day 6

1.고독한 새벽


건강을 위해 위스키를 많이 들이킨 덕에 밤 10시도 안되어 잠이 들었다. 그래서 오전 6시도 안되서 눈이 떠졌다. 재입대해도 될 정신상태.

피곤하지만 피곤하지 않은 스스로와 사투. 거하게 치른 파티의 여운을 즐기며 반환점을 돈 프라하에서 남은 여정을 그려본다.


지난 주 수요일에 도착하여 목금토 계속하여 근교투어를 하며 정작 프라하 관광의 중심인 시내투어는 남겨두었었다. 아무래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기에. 거금 생코젤 10잔을 아껴 투어를 예약하였다. 물론 생코젤 10잔은 가기 전까지 더 마셔야지.

아침을 먹기 위해 냉장고에 숨겨 놓은 김치를 꺼내려고 하니 이게 웬걸. 김치를 담아 놓은 봉투가 비었다. 같이  위스키까지 훔쳐가려다가 김치까지 가져갔나 싶어 모골이 송연해졌으나, 둘러보니 윗칸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의심해서 미안하다.

We are the world.


두바이 김서방을 위해 챙겨온 컵라면들이 쏠쏠하다. 게다가 김치까지 있으니 이 곳이 개포동이다. 5분 컷 후 투어를 위해 길을 나섰다.


1-1. 브런치 등단!


막연히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에 적던 느낌으로 글을 쓰면 될 줄 알고 브런치에 여행기를 연재하기 위해 글을 썼었다. 읽히기 위함 보다 쓰기 위함이 컸기 때문에.


프라하행 비행기에서부터 쓰기 시작한 글을 브런치에 연재하기 위해 작가 신청하니 죄송하단다. 아냐. 니가 죄송하긴 내가 미안하지.

여차저차 지원 동기도 수정하고, 베트남 여행 때 연재했던 여행기도 링크하며 다시 한 번 포부를 밝혀 재신청. 안되면 블로그나 해야겠다 싶었거늘. 투어 시작 위해 트램에 탑승한 순간 오는 알림.

브런치에 등단되었습니다. - 지극히 자의적인 번역이다만 -

게다가 지인에게 내 글을 공유하기 전에 오는 좋아요 알림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제대로 읽고 누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관심 받고 싶어하는 아싸는 이렇게 수 년간 꿈 꿔 온 소망을 실현하게 되었다.


2. 프라하성 투어

프라하성은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단지로 보아야 한단다. 물론 단지를 둘러싼 해자가  안과 밖을 구분 짓긴 하지만. 단지 안은 비투스 성당으로 대표되는 성당  수녀원과 과거 왕궁, 그리고 현재 대통령 관저로 쓰이는 건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 대통령 관저 2층의 테라스에는 대통령이  기분 좋으면 나와서  흔들어 준다고. 오늘은 기분이 그렇게 좋진 않았나 보다.


여행 가면 가이드나 큐레이터,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영월에서는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부인과 둘 만 들은 적도 있다. 은퇴하고 저런 삶도 참 멋있겠다 하며.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는 경우에는 확실히 보이는 게 다르다. 단순히 자연 풍광을 즐기는 것이 다가 아닌 건축물에 묻어 있는 역사의 숨결을 이방인이 맡기는 쉽지 않기에 길잡이들의 안내는 확실히 낯선 곳에서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단테의 신곡에서 베르길리우스 같달까. 물론 내 베아트리체는 개포동에 잘 있겠지.


프라하성의 랜드마크인 비투스 성당은 천 년이 넘는 시간을 거쳐 증축된 성당이라고 한다. 최초에 비투스 성인의 성해를 묻고 성당을 건축하여, 체코의 세종대왕으로 모셔지는 카를 4세의 대대적인 증축, 그리고 이어지는 개보수까지. 따라서 어느 한 시대의 유행이 아닌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당 시대의 유행을 반영한 흔적들이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

천 년이 가도 난 널 잊을 수 없지.


성당 내부에는 이 도시의 수호 성인인 얀 신부의 무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성인인 바츨라프 황제 및 그에게 크리스트교를 전도한 그의 할머니 성 루드밀라의 흔적들이 곳곳에 기록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프라하를 대표하는 아르누보 예술가인 알폰소 무하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심지어 작품에는 당시 작가를 후원했던 은행, 보험사와 보험 약관까지. 피보험자가 알아서 고지 의무를 다 했겄지.

프라하성 일대를 돌아보고 카를교에서  신부의 전설을 다시   들으며 소원을 빌어 본다. 지난    소원이라고는 오직 그저 살아 숨쉬길 희망했을 뿐이기에,   여유가 있게 되자 어떤 소원을 빌어야   모르겄다. 그저 당시 황제를 쓰다듬으며 부인과 프라하 다시 오기를, 비트의 평안을 위해 당시 황견을 쓰다듬어 본다.


3. 카를교에서의 여유

프라하의 중심이 되는 카를교를 거닐다 엄청나게 덩치가    마리를 데리고 있는 노숙자를 보았다. 개들은 주인이 뭐하고 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관광객 구경에 여념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광경.

가이드 및 프라하 전문가에 의하면 체코는 유럽에서도 손 꼽히는 반려견 애호국이란다. 이 도시의 수호성인인 얀 신부도 비밀을 털어 놓은 생명체가 개였다고 하니 말 다했다. 지하철, 식당 등 못 들어가는 곳이 거의 없으며 반려견 등록이 필수일만큼 동물권이 높단다. 그래서 노숙하면서도 개들한테 담요를 덮어줬는갑다.


투어를 같이  미국에서  부부와 같이 식사를   알았으나 인사하고 헤어지길래 느긋하게 식사나 하고 카프카 박물관에 가보기로 한다.

카를교 뒤안길을 오가고 있으니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같이 생긴 아저씨가 - 하기 나도 아저씨지 - 호객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Are you Korean? 안녕하세요?”

나도 모르게 안녕하다고 대답하며 홀린듯 노천  식당에 입장. 상술에 당했다.


아직 여행서에 나온 체코 음식도 다 못먹어봤기에 - 꼴레뇨는 대체 언제 - 가볍게 스니첼이라 불리는 경양식 돈까스를 시켜보았다. 맥주는 대자로.

체코 생맥주는 언제나 옳다. 꿀꺽꿀꺽 목을 축이며 바깥 구경을 하고 있자 스리슬쩍 스니첼 대령이요. 돼지고기를 넓적하게 펼쳐 튀겼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밥이랑 김치만 주면 좋으련만.

프라하성 투어를 하면 까를교 박물관 입장권을 주는데 뭔진 모르지만 공짜니 일단 들어갔다. 공짜면 블타강 물도 먹지. 여기에서도 한국인임을 알아보더니 유람선 투어를 50프로 할인해준다며 꼬드기는게 아닌가. 내가 그런 상술에 넘어갈  알고. 사람  골랐다. 유람선은  참지.


8천원에 45분 투어, 한국어 안내 방송에 핫 와인까지 주니 더할 나위 없다. 게다가 블타강 일대의 야경은 봐도봐도 질리지 않을 풍경이다. 황홀함에 멍 때리며 바깥 구경을 하다 생각해보니 카프카 박물관은 문 닫을 시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남는 게 시간인걸. 떠나기 전엔 들려봐야지.

 


문화의 도시인만큼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한국에서는 갈 리 없는 연주회를 가보기로 했다. 물론 여기서도 호객행위에 당했다. 까를교 바로 앞에 있는 성당으로 보이는 홀 앞을 지나가자 “알 유 코리안?” 마스크에 태극마크라도 있는 건가. 이 사람들은 태극마크를 봐도 모를텐데.


한 시간 공연에 2만5천원이라길래 흔쾌히 표를 끊고 들어갔다. 프라하 사람들은 이렇게 문화를 향유하는구나. 알 듯 말 듯한 연주곡의 연속이었지만 프라하 사람들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4. 목살은 힘들어

이제 게스트하우스 혼술엔 도가 텄다. 외국인들이 탐내면 나눠줄 용의도 있는데 샌드위치나 먹고 있으니, 샌드나 하라지.

400g에 3천원도 하지 않는 가격에 목살을, 600원에 대파 한 줄기까지. 야무지게 구운 후 김치와 햇반까지.

알찬 구성이 된 파티에 준비한 맥주와 남은 위스키는 오늘도 건강을 위해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반환점을  프라하의 밤도 그렇게 스며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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