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오해와 편견
'오주한'이라는 마라토너가 있습니다. 2011년부터 8차례의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이봉주의 한국신기록(2시간 7분 20초)을 6차례나 앞질렀고, 2시간 5분 13초의 기록(2016)을 가지고 있는 '세계 랭커급' 마라토너입니다. 황영조와 이봉주를 이을 우리나라 마라톤의 대들보로 주목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러나 이 마라토너가 한국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데에는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2014년부터 귀화를 추진했지만 2018년이나 돼서야 특별귀화할 수 있었고, 국제육상연맹의 허가를 받아 2019년이 돼서야 국가대표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2년이 더 지난 2021년이 되어서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본인이 최고 기록을 세운 지 5년이 지나서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이 마라토너의 전성기는 지나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이 마라토너의 원래 이름은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Wilson Loyanae Erupe)'로 케냐 출생입니다. '오직 한국만을 위해 달린다'는 뜻으로 '오주한'이라는 이름까지 붙인 이 마라토너에 대한 시선은 대단히 싸늘합니다. 귀화도 상당한 반대 끝에 4년 만에 이루어졌습니다. 귀화를 추진 중일 때 달렸던 댓글 몇 개를 붙여봅니다.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메달을 획득한들 한국인과 무슨 상관이며...'
'저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우리가 얻는 것이 뭘까?'
'한국 의료혜택은 받고 돈은 벌고 나중에 상황 안 좋아지면 케냐나 제3국 가려고?'
'됐다, 가라. 한국 사람은 태극 마크를 달고 경기하는 한국 선수를 응원한다'
'왜 타인에게 우리 국민이 낸 혈세를 밀어 넣어야 할까? 누굴 위해서?'
'받아주잔다. 외노자 데려다 일 시키는 것도 찬성하니?'
* 오주한의 한국 귀화는 '한국인' 故 오창석 감독의 제안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스카웃(?)해서 왔더니 욕을 다발로 먹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출처 : MK스포츠 보도 화면 갈무리
한번 역으로 생각해봅니다. 우리 아들·딸이나 친구가 유럽에 유학을 가려고 하는데 유럽인들이 아래와 같이 말한다면 어떨까요?
'됐다, 가라. 김치랑 마늘 냄새나는 놈들 싫다!'
'유럽인들 자리도 부족하다. 저 누런 피부 외국인들이 정원을 차지하는 것 반대다!'
'왜 유럽인들이 혈세로 저들 대학교 등록금을 내줘야 하나!'
'와서 단물만 빨아먹다가 자기 나라로 갈 텐데 받아주면 안 된다!'
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사'입니다. 육상연맹에서 올림픽 메달에 눈이 멀어 '꼬드겼다'라는 내용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주한 역시 한국인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그리고 8차례의 국제대회 우승 중 7차례를 한국에서 했던 인연, 그리고 케냐 마라톤 계에서도 비주류였던 설움 등을 이유로 '오주한'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만들면서 한국 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고, 마침내 정식으로 한국인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뭐가 중요할까요? 기존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귀화할 수 있는 것입니까?
대한민국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ㆍ이전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천명하고 있고 '국적 선택의 자유'도 이에 포함된 것으로 보는 게 정설입니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본인이 원하면 미국이든 유럽이든 이주해서 살 수 있어야 하듯이, 외국인들도 정식 귀화 절차를 거치면 누구나 한국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 누구도 그의 선택을 막아설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외국 출생의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와서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우리 한국인과 백년가약을 맺고 자녀까지 낳아 기르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면서 학교나 유치원에서 이런 '다문화 자녀'를 여럿 본 적이 있습니다. 생김새도 크게 이질적이지도 않고, 한국말은 0.01%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씁니다. 그런데 또래들 사이에서 소위 '왕따'입니다. 별로 말도 걸어주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부모들이 그렇게 교육시켰을 것입니다.
도대체 그 아이들이 뭘 잘못했기에 이런 설움을 겪어야 할까요? 백번 양보해서 한국말이 서투른 그 다문화 부모는 불편하게 바라본다 치더라도,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똑같이 자란 이 아이들이 왜 차별을 당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부모가 불법 체류자일까요? 그런 경우는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은 한국인과 혼인하거나 아니면 한국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또는 일했던) 사람입니다. 누가 고향과 부모를 멀리 두고 한국인들의 편견을 감내하면서까지 여기에 살고 싶겠습니까. 한국인과 결혼을 했기에, 아니면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에 와서 일하고 있기에 여기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회사 또는 가정은 이들을 식구로 받아줬습니다. 끝입니다. 뭐가 더 필요할까요?
(* 설령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고 하더라도 이 아이들이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상 당연히 한국이 모국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도 외국인과 결혼하여 외국에 나가 살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외국 생활을 동경하여 일부러 외국인 배우자를 택해서 나가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니 그럴 것 없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우리 국민 해외 관광객 수만 해도 무려 2,871만 명이었다고 합니다(한국관광공사 통계). 아마 상당수가 해외에 다녀오셨겠지요. 최근에 미국이나 유럽에서 아시안 증오 범죄가 급증했다고 하는데, 그럼 해외에 관광 갔다가 차별이나 범죄에 당해도 그러려니 하시겠습니까?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백인계의 다문화 자녀들에 대한 시선은 굉장히 따뜻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다문화 자녀들은 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이 아이들은 오히려 인형 같이 예쁘다고 더 쳐다봅니다. 다문화 안에서도 이렇게 차별을 합니다. 이건 명백히 인종차별입니다.
*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국에 있는 여러분들의 형제자매나 친구가 이처럼 간절히 호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출처 : Unsplash / Jason Leung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공격도 위험수위를 훌쩍 넘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라는 것부터,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뺏어간다거나, 때로는 내국인 대상 범죄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까지 합니다.
먼저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 것부터 생각해 봅니다. 저도 부모님이 농사를 하시다 보니 농업 쪽에서 일용직을 하는 외국인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인간인가 싶었습니다. 그 더운 날씨에 뙤약볕을 맞으면서도 덥거나 힘든 내색 없이 쉬지도 않고 고된 일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고용한 농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저 사람들 없이는 일이 안 돼'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일이 안 되는 분야가 농업 외에도 수두룩합니다. 오히려 그쪽은 '구인난'일 정도입니다.
이분들이 과연 내국인 일자리를 뺏었을까요? 아닙니다. 내국인은 그 정도 품삯에 이런 고된 일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외국인이기에, 본국에서보다 몇 배는 벌이가 좋기에, 이분들은 이렇게 일을 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덕택으로 산업 현장은 돌아가고 있고 생산에 따른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충분히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등의 혜택을 뺏어간다는 부분도 논리가 약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외국인 노동자들은 나이가 젊어서 의료 이용이 많지 않기에 건강보험 재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3~2017년의 5년간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1조 1천억 원 흑자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9년 7월부터는 외국인도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이러한 흑자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가입 의무화 이전 일부 외국인의 '먹튀' 사례가 크게 보도된 탓이 큽니다.
(* 그렇게 따지면 외국에 거주하고 외국에 세금을 내면서, 병 치료할 때에만 국내로 돌아와 건보 혜택을 받는 '얌체 내국인'들이 더 욕을 먹어야 할 것입니다.)
외국인 범죄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오해와 편견에 갇혀 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2020.12)>, 그리고 경찰청의 <경찰청범죄통계>를 종합해 보면, 내국인의 범죄율은 2.91%이고 강력범죄율은 0.05%인데 비해, 외국인(불법체류자 포함)의 범죄율은 1.46%이고 강력범죄율은 0.03%입니다.
오히려 외국인의 범죄율과 강력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낮다는 것이 통계로 확인됩니다. 역시 그동안 언론 등에서 일부 외국인들의 끔찍한 범죄가 보도되다 보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위험한 범죄자인 것처럼 낙인찍혀 있는 것입니다.
(* 여기에서 강력범죄에는 각종 살인, 강도 및 성범죄들이 다 포함됩니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자유입니다. 저 역시 제 딸이 외국인하고 결혼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뭐 자기가 싫다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이러한 마인드를 외부에 강요하고 또 비난과 증오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일부 정치인과 언론들이 이들을 '나쁜 X'로 낙인찍어 가며 '조회수 장사'를 하고 있기에 이러한 오해와 편견이 더욱 커졌습니다. 비난의 논거를 자세히 뜯어보면 참으로 비이성적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말입니다.
한편으론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순혈'이 어디 있냐는 것입니다. 한민족의 기원이 몽고 쪽이라느니 허황후와 석탈해가 어디 멀리서 왔느니 이런 얘기는 차치하고라도, 원나라가 1백 년간 고려를 속국처럼 부릴 때, 또 일제가 임진왜란 7년과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온 국토를 침탈하고 약탈했을 때, 우리라고 저들하고 피가 안 섞였을까요?
배타적인 순혈주의는 또 다른 증오와 배척을 낳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의 배타적인 문화 때문에 한류 등으로 우리나라에 호감을 갖고 있던 많은 아시아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지 않습니까? 정작 우리가 주로 증오하는 아시안이나 이슬람 쪽은 한국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왜 우리나라는 그들을 배척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떠받들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쪽 사람들은 한국인들을 배척하는데 말이죠.
사회생활하면서 독불장군처럼 혼자 살 순 없다고들 합니다. 국제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