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든 사람보다 많게는 10배까지 더 벌어가는 게 정당한가
좀 철 지난(?) 노래 중에 신성우의 '개미와 베짱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가사 중에 일부를 가져와 보면 이렇습니다. 전통가요(?) 소환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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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일만 하고 수없이 반복하고
어떤 이는 놀고먹고 수없는 돈을 벌고
사람들은 모두 알고는 있지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들을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 베짱이의 세상이 돼버린 걸
누구나 개미처럼 노력하고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우직하니 열심히 하면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속된 말로 '탱탱 놀면서'도 돈을 훨씬 잘 버는 사람이 더 많아 보입니다.
노력과 투자를 거스르는, 아니 비웃는 듯한 유통 현실... 그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 이 상자가 20kg짜리 과일 상자입니다. 여기에 배를 가득 담아 12,000원 받았더랬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에 저희 집에서 배 농사를 했었습니다.
과수원 체험이라도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우리나라의 과수원 농사는 참으로 고되고 품이 많이 들어갑니다. 1년 내내 부지런히 노동을 해야 함은 물론이고, 비료값이나 농약값 같은 재료비와 유인·포장 작업 등의 용역비, 농기계 등의 유지비 등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저희 집은 영세하다 보니 직접 포장해서 팔기가 마땅치 않아서 소위 '업자'에게 배를 상자에 담아 한번에 넘겼었습니다. 그러면 배를 따서 위와 같은 과일상자에 담아다가 팔게 되는데, 저 과일상자당 겨우 12,000원 정도 받았던 게 기억납니다. 저 박스에 배를 담아 팔 경우 표준 중량은 20kg(상자 무게 제외)였고 그러면 kg 당 600원, 배 1개당 가격으로 보면 500원 근처밖에 안 되었습니다.
1년 내내 농사 지어 배 한 개에 500원 받는 셈입니다. 그리고 희한하게 비용들은 해마다 크게 인상되고, 받는 값은 해마다 떨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풍년이어도 물량이 많아서 배값이 없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 배가 그럼 소비자에겐 얼마에 팔렸을까요?
제가 당시에 하도 화가 나서 가락시장의 시세를 조회해서 캡처해 둔 적이 있습니다. 아래는 2014년 5월 16일 자 가락시장의 신고배 가격표입니다. 특품의 경우 15kg 상자가 평균가가 56,797원, 상품의 경우 48,643원입니다. kg 당으로 환산하면 특품은 3,786원이고, 상품은 3,243원입니다.
(*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기에 시세도 비슷한 시점 기준으로 설정하겠습니다.)
그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서울까지 옮긴 운반비가 있을 것이고 박스에 포장한 포장비, 그리고 상인이 가져가는 이윤 정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도매시장 가격이니 판촉비 등은 얼마 안 들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배값은 5~6배까지 올랐습니다. 그나마 이는 도매시장가입니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는 얼마나 더 비싸겠습니까.
일년 내내 고생하고 각종 비용까지 써 가며 농사지은 농민이 600원을 벌었는데, 그 이후에 누군가가 그 5, 6배인 3,000원 이상을 벌어가는 겁니다. 특별한 가공이나 그런 것도 없이 말이지요.
도대체 그 나머지는 누가 다 가져가는 겁니까?
* 이게 그 분노의 가락시장 시세 캡처 화면입니다. 지금 보니 저 가격도 급락한 가격이었네요.
음원시장 얘기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계산이 좀 복잡합니다.
한국음반산업협회의 자료(2021.6)에 따르면, 음원 유통 수익의 배분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 다운로드 : 음반제작자 52.5% / 서비스사업자 30%* / 저작권자(작사.작곡) 11% / 실연자(가수) 6.5%**
▶ 스트리밍 : 음반제작자 48.3% / 서비스사업자 35% / 저작권자(작사.작곡) 10.5% / 실연자(가수) 6.3%
* 그나마 몇년 전에 이게 40%였던 게 줄어들기는 했네요.
** 이건 6%에서 0.5% 올랐군요;;;
* 출처 : 한국음반산업협회 (http://naver.me/FxLAqt8b)
역시 동 협회에서 제시한 예시에 따르면, 음원 1곡 다운로드 가격을 770원으로 할 경우, 2021년 기준 수익 분배는 아래와 같이 되게 됩니다.
▶ 부가가치세 70원 / 음반제작자 367.5원 / 서비스사업자 210원 / 저작권자(작사.작곡) 77원 / 실연자(가수) 45.5원 = 총 770원
이중 실질적 생산자라고 할 수 있는 저작권자와 실연자 부분만 세부적으로 보면, 이들의 역할을 대행하는 음악저작권 신탁관리단체(협회)가 있고 이들이 각각 저작권자와 실연자로부터 수수료를 가져갑니다. 이를 감안한 실제 수입은 아래와 같다고 합니다.
▶ 저작권자 : 실제 저작권자 70원(77원 중 91%) /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7원
▶ 실연자 : 실제 실연자 40.5원(45.5원 중 89%) / 한국음악실연자연협회 5원
그나마 다운로드는 좀 낫습니다. 스트리밍의 경우는 어떨까요?
요즘 음원 시장의 상당수는 MR(Monthly Rental) 방식입니다. 한 달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지만 사실상 '렌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에 대한 수익 구조는 사용자의 이용 횟수가 제각각이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우니, 약간의 기계적인 가정을 통해 접근해 봅니다.
지금 보니 멜론의 '스트리밍 플러스 30일(무제한 듣기+오프라인 재생)' 가격이 11,400원입니다. 어떤 사람이 이 서비스에 가입하여 하루에 평균 30곡씩 30일 동안 들었다고 가정하고(총 900회), 이중 A라는 노래를 10번 반복해서 들었다고 가정하면, 수익 배분은 아래와 같이 됩니다.
(*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계적인 가정이라 실제 수익 배분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노래 A의 10회 이용 가격 : 126.67원 = 전체 상품 가격(11,400원) ÷ 전체 재생 횟수(900회) × 10
▶ 기본 수익 배분 : 음반제작자 61.2원 / 서비스사업자 44.3원 / 저작권자(작사.작곡) 13.3원 / 실연자(가수) 8원
▶ 실제 배분 : 실제 저작권자 12.1원(13.3원 중 91%) / 한국음악저작권협회·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1.2원
실연자 : 실제 실연자 6.4원(8원 중 80%) / 한국음악실연자연협회 1.6원
다운로드 1회 발생 시 저작권자는 70원 / 실연자는 40원은 벌었는데, 멜론과 네이버 같은 사업자는 210원을 벌었습니다. 저작권자의 3배, 실연자의 5배입니다.
스트리밍 10회 발생 시 저작권자는 12원 / 실연자는 6.4원 벌었는데, 사업자는 44.3원 벌었습니다. 저작권자의 3.7배, 실연자의 6.9배입니다.
일하는 사람 따로, 돈 버는 사람 따로입니다.
* 우리나라 최고의 기타리스트라는 신대철이 국회 토론회까지 출석해서 창작자의 권리를 주장했던 적이 있습니다.
* 출처 : 연합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수입품 쪽으로 가면 더욱더 가관입니다. 여기에는 독점적 수입구조와 산지 가격 등의 정보 부족이 더해져 더욱더 '폭리' 현상이 나타납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2018년 2월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7~2017.6 기간 동안 수입 와인의 평균 수입가격과 판매가격을 비교해 보니 레드와인은 평균 11.4배, 화이트와인은 평균 9.8배 비쌌다고 합니다. 수입가격이 5,000원이었다면 레드 와인은 57,000원, 화이트와인은 49,000원 받고 팔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수입품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소비자원이 같이 언급한 사례에 따르면 △생수는 6.6배, △맥주는 6.5배, △마요네즈는 4배, △쇠고기는 3.5배, △케첩은 3.2배 국내 판매가가 비쌌다고 합니다.
그 이전인 2014년 4월 관세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아도, △립스틱이 9.2배, △와인은 4.8배, △등산화가 4.4배, △진공청소기가 3.8배, △유모차가 3.6배, △생수가 3.5배 차이 났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시면 같은 와인과 생수인데 4년 사이에 그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격보다 가치에 민감한 최근 소비 세태 때문일 것인데, 그렇다면 최근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마진을 붙여도 정도껏 붙여야지, 이 정도면 거의 소비자가 '호구'입니다.
* 출처 :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 (2018. 2. 19.)
* 출처 : 관세청 보도자료 (2014. 4. 9.)
최근에 가장 이슈는 역시 플랫폼(platform)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혁신이라고 말합니다. 확실히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여기저기 발품 팔 것 없이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합니까. 그리고 플랫폼 안에서는 여러 업체가 무한 경쟁을 하고 있으니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플랫폼이 그 이익을 상당수 가져가는 것을 넘어 생산자들을 지배하고 종속시킨다는 것입니다. 대리기사 앱이 없으면 대리기사를 부를 수도 대리기사가 일을 할 수도 없습니다. 배달 앱이나 커머스의 노출 순서에서 밀리면 주문 자체가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동의하지 않으면 아예 시장에 출시조차 안 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당수의 경우에 혁신적인 플랫폼이 생긴다고 하여 그 시장이 커지지는 않습니다. 전에 이슈가 되었었던 '모빌리티 플랫폼', '중고차거래 플랫폼', '부동산중개 플랫폼' 등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시장에 진입한다고 하여 거래가 증가하고 시장이 커지는 게 아닙니다. 원래 있던 시장 규모 안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을 대폭(!) 가져올 뿐입니다. 돈 버는 사람이 달라질 뿐 국가 전체적으로는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플랫폼을 잘 만들어서 외국 시장에 진출하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배달앱의 사례처럼 외국 시장 진출보다는 거대 사업자에게 사업을 넘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국내 1위로 잘 키워놓았으면 해외로 진출하여 '세계 속의 기업'으로 커 나가야 할 것인데, 오히려 순위 아래의 경쟁 기업에 기업을 통째로 팔아버린 것입니다. 물론 신시장에 모험하느니 팔아버리는 게 돈 벌기에 더 안정적이라는 것은 이해를 하겠습니다만, 어찌 됐건 이런 사례를 보면 플랫폼 기업들이 말하는 혁신은 '자기들이 돈 벌기 위한 혁신' 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플랫폼은 독과점과 양극화를 부추깁니다. 저 혼자의 견해일지 모르겠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플랫폼은 3등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포털이 그랬고, 이메일이 그랬으며, 배달앱도 그랬습니다. 결국 잘해야 2~3개 플랫폼이 시장 대부분을 분할합니다. 과점입니다.
입점업체들도 잘 되는 곳만 잘 됩니다. 플랫폼을 통해 이전보다 영업 대상 지역이 넓어진 관계로, 이제 광역 단위에서 '잘 나가는' 업체들만 계속 주문을 받게 되고 동네의 대다수 가게들은 매출 급락을 피할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심한 양극화를 플랫폼이 더 부추기는 것입니다.
이 역시 엄청난 사회적 비용입니다.
낱말 두 개의 국어사전의 정의를 가져와 보겠습니다.
▶ 날로 먹다 : 힘을 들이지 아니하고 일을 해내거나 어떤 것을 차지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
▶ 수완(手腕) : 일을 꾸미거나 치러 나가는 재간
남들이 힘들게 제조하고 제작한 것을 과도한 마진을 붙여서 되파는 행위...
이걸 '날로 먹는다'라고 해야 할까요, '수완이 좋다' 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했습니다.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뿌리 깊은 가난과 농경 사회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농부 같이 '생산'하는 사람이 천하의 근본이 되어야 한다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생산하는 사람은 소외되고 폄하되고 있습니다. 아니라고요? 낡고 비효율적으로 일한다는 농부에 대한 시선, 기획자가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프로그래머에 대한 요구, 클라이언트에 요청에 따라 수십 번도 시안을 수정하는 디자이너...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들 생산자들이 만든 것을 소위 '굴려서' 벌어먹는 사람들이 훨씬 더 크게 벌어먹고 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기생충(?)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과도한 유통과 중개 마진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독점적 유통, 판매구조부터 깨야 합니다. 또한 원 생산자들의 몫을 늘리고 소비자 가격을 낮추기 위하여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대폭 혁파해야 하고, △모든 유통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생산자가 가장 많은 몫을 가져가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현대적 실천입니다.
그리고 이는 결정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