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 (2) - 멋에는 수고가 따른다

힘들다고 귀찮다고 하지 말고 움직여라, 그래야 멋이 따라온다

by mpd 알멋 정기조


게으른 자는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없다


사진을 예로 들어 봅니다. 내 아이가 잘 나온 사진, 멋진 풍광이 있는 사진, 이런 사진들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부지런해야 합니다.


사진의 배경이 되는 공간만 놓고 봅니다. 매일 같이 바쁘다고 또는 귀찮다고 집에만 있으면 사진은 전부 집에서만 나옵니다. 다양한 배경을 위해서는 많이 다녀야겠죠. 다닌다고 끝이 아닙니다. 일부러라도 산에 오르고 계단을 올라야 더 넓은 풍경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만약 춥거나 덥다고 오르는 걸 포기하면 그런 사진은 절대 찍을 수 없습니다. 여명이나 일출을 찍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걸음해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인물 사진의 경우 사진 찍는 횟수도 늘리고 모델의 포즈도 다양하게 해야 합니다. 나중에 사진 골라내기 힘들다고 또는 빨리 사진 찍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겠다고 1, 2컷만 찍고 끝내면 나중에 엉망인 사진을 받아 들 수 있습니다. 한 장소에서 십수 컷을 찍었을 때 소위 '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찍는 자세도 천편일률적으로 정면만 보고 '김치~' 할 게 아니라 옆으로도 뒤로도 찍어보고, 주위 조형물도 이용해 보고, '폴짝' 도 뛰어보고 해야 더 '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카메라만 들고 셔터만 누른다고 끝이 아닙니다. 사진사(?) 본인이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것도 필요하죠. 똑같은 사진을 찍더라도 '줌(Zoom)' 으로 당겨서 찍는 것보다 직접 카메라가 피사체에 접근해서 찍는 게 사진이 훨씬 역동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소위 '아이 앵글(Eye Angle)' 로만 찍는 게 아니라, '로우 앵글(Low Angle)' 을 위해 땅바닥에 주저앉아 찍기도 하고, '하이 앵글(High Angle)' 을 위해 셀카봉을 쓰거나 때로는 드론까지 동원하면 훨씬 사진이 멋스러워집니다.


*아이 앵글(eye Angle) : 카메라 렌즈와 피사체의 눈높이가 수평을 이루는 것을 말함.

*로우 앵글(low Angle) : 카메라 렌즈가 피사체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것을 말함.

*하이 앵글(high Angle) : 카메라 렌즈가 파사체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을 말함.


휴대폰으로 찍을 게 아니라 가능하면 전문 카메라를 쓰면 더 화질이 좋고 뛰어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AUTO가 아니라 Manual(수동) 모드에서 조리개셔터스피드를 바꿔가며 찍으면 더 다양하고 '일반적이지 않은' 사진을 얻어낼 수 있죠. 스트로브(strobe) 같은 외부 조명은 다루기 어렵지만 알고 나면 사진의 퀄리티부터 달라집니다.

(* 무엇보다 이 모든 걸 하려면 일단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공부부터 해야 합니다.)


*조리개(iris) : 카메라 렌즈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장치. 사진의 밝기는 물론 사진의 피사계심도를 변경할 수 있음.

*셔터스피드(shutter Speed) : 렌즈의 셔터가 열려 있는 시간을 조절하는 장치. 사진의 밝기는 물론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잔상 없이 찍을 수 있게 함.

*피사계심도(depth of field, DOF) : 사진에서 초점이 맞은 것으로 인식되는 범위.

*스트로브(strobe) : 짧은 시간 동안 아주 밝은 빛을 내는 조명등. 카메라 내장 플래시도 스트로브의 일종이나, 보통은 카메라와 연결해서 쓰는 외부 조명을 말함.


(* 남해 다랭이마을 입구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꽤 경사진 길입니다. 이 길을 내려갔다 올라오기를 포기하고 입구 주변(맨위)만 본다면, 유채꽃밭 포토존과(중간) 그보다 더 아래의 가천해변(아래)에서의 멋진 사진을 다 포기하는 것입니다.)



일부러 귀찮아져야 '멋' 이 된다


앞선 글에서 '멋' 의 중요한 조건으로 '디테일에 대한 세밀한 관심' 을 언급했습니다. 상황에 타협하고 흘러가는 대로만 사는 삶은 멋스러운 삶이 아니죠.


그냥 집에 있는 것들 차려 먹는 식사, 늘 하던 대로 단골집에서 배달시켜 먹는 식사가 멋스러운 식사가 아닐 겁니다. 그날의 '시그니처 메뉴' 를 생각해서 준비하고, 컵이나 잔들도 좀 신경 써서 바꿔보고, 평소에 안 하던 음악도 선곡해서 틀어보고 해야 멋이 생깁니다. 이런 패턴을 일상에서 자주 또는 매번 한다면? 그야말로 보통 사람과는 다른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커피로 예를 들어 봅니다. 제일 편한 것은 핫의 경우 커피믹스, 아이스의 경우 액상커피입니다. 편하죠. 물만 부으면 되니까요. 조금 신경 써서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군 제품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다지 멋스럽거나 맛스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커피 머신을 일부러 갖춰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캡슐이나 전자동 방식의 커피 머신은 간편할 수는 있어도 '멋' 으로는 좀 부족해 보입니다. 사실 어디 고깃집이나 뷔페집 가서 항상 보는 게 이런 자동 커피 머신 아닙니까. 자동 머신은 간편하긴 한데 값이 비싸고 커피 맛도 좀 덜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는 카페에서 하는 식으로 반자동 머신에 도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꽤 귀찮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자동 머신에서는 버튼 하나면 나올 커피를, △원두를 그라인더에 갈아서, △포터필터에 정량을 재어 담고, △탬퍼 로 골고루 누른 후에,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해야 합니다. 라떼나 카푸치노 등의 경우 △우유거품기로 우유를 데운 후에, △마지막에 시나몬이나 카카오 가루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유 거품으로 라떼아트 를 시도하기도 하죠.


드립 커피도 다르지 않습니다. 주유소에서 주유하는 시간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커피를 내리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탬퍼(tamper) : 포터필터에 담긴 커피 가루를 다지는 도구. 탬핑을 세게 하면 더 진한 커피가 추출되며, 탬핑 실력이 커피 맛을 좌우한다는 평가를 하기도 함.

*라떼아트(latte art) : 커피에 우유 거품을 이용하여 나뭇잎, 하트, 꽃 등의 모양을 표현하는 것.


(* 꼭 업소에서 쓰는 전문가용 머신을 구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있는 범위에서 소소하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것도 '멋' 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비효율적인 시간 낭비 같아 보입니다. 믹스 따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끝날 것을, 자동 머신에서 추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끝날 것을 이렇게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시간도 돈인데 말이죠.


이것은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 '개인 취향' 의 영역입니다. '인생 뭐 그렇게 피곤하게 사나' 라고 한다면 이렇게 안 하면 됩니다. 하지만 커피에서 멋을 찾는다면 이런 피곤함을 좀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두를 바꿔 가며 각각의 독특한 맛을 찾아도 보고, 탬퍼로 커피가루를 누르거나 드리퍼에 물을 부어 가며 외부 카페와 비슷한 '폼' 도 내 보고, 보통 카페에서 잘 안 쓰는 독특하고 예쁜 머그컵을 찾아 구매해서 써 보고, 이게 홈 카페의 멋이라는 얘기죠.


만약 집에서 안 할 거라면 하다 못해 경치 좋은 카페라도 일부러 찾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만큼 멋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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