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정보와 독특한 아이디어로 나만의 '멋' 을 만들어야
여러분은 와인을 살 때 어떻게 하십니까. 포장이 예쁜 와인? 이름 어디선가 들어본 것? 닥치고 프랑스? 점원 추천? 와인 앱 별점 평?
고르다 보면 '까베르네 쏘비뇽(Carbernet Sauvignon)', '메를로(Merlot)', '시라즈(Shiraz)' 같은 용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이 용어를 몰라도 전혀 상관없기는 합니다. 옆에 보면 dry/sweet 와 full/light body 의 정도가 표시되어 있기도 하니 그것만 참조해도 되고, 아니면 그냥 이 와인 저 와인 돌아가며 마셔 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와인 리스트를 만들면 됩니다. 쌀 사실 때 '고시히카리' 니 '삼광' 이니 이런 거 전혀 모르고 사시지 않습니까.
*까베르네 쏘비뇽(Cabernet Sauvignon) : 프랑스 보르도 지역에서 재배됐던 포도 품종. 질병과 냉해 등에 강해 전 세계로 널리 퍼졌으며 레드 와인 중에 가장 잘 알려져 있음. 쓰고 묵직한 바디감이 특징.
*메를로(Merlot) : 역시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포도 품종으로 바디감이 강하지만 쓴 맛은 덜함. 까베르네 쏘비뇽보다는 재배 조건에 제약이 많음.
*시라즈(Shiraz) : 프랑스 론 지역의 포도 품종으로 바디감과 쓴 맛이 상당히 강하다.
*바디(body) : 와인의 쓴맛, 단맛 등이 강하게 느껴지는 정도.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 : 1953년에 일본에서 개발된 쌀의 품종으로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대표 품종. 종자의 보급 문제 때문에 국내에서는 거의 경기 지역에서만 재배되며 값도 비쌈.
*삼광(三光) : 2003년에 국내에서 개발된 쌀의 품종으로 한국의 최고 품종 중 하나. 충남 지역을 대표하는 쌀로 높은 품질에 비해 가격도 저렴함.
그런데 알아서 나쁠 건 없다고 하죠. 이런 것들을 알면 뭐가 달라질까요? 보통은 이러한 배경 지식이 그저 '기호' 를 도와주는 것에 그치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이런 소소한 정보가 '필요한 때' 와 '적합한 용도' 에 맞는 소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모르는 사람은 그저 핸드폰에서 '인물 사진' 모드로 찍으면 뒷배경이 날라가서 예쁘다고 하겠지만, 아는 사람은 조리개를 이용해 피사계심도를 조절해서 정교한 사진 디자인을 합니다. 또 모르는 사람은 새까맣게 탄 프라이팬을 어찌할지 몰라 수세미로 긁어대다가 둘 다 망쳐버리기도 하지만, 아는 사람은 베이킹소다를 써서 깔끔하게 떨어내기도 하죠. 필요한 때와 적합한 용도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보가 품질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앞서 예를 든 쌀의 품종 얘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쌀을 살 때 품종을 모르고 삽니다. 가격이나 지역 브랜드 정도 보고 사는 게 일반이죠. 그런데 밥쌀에도 '최고품종' 을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는 것입니다. △밥맛과 △외관, △가공특성, △내재해성의 4가지인데, 이중 소비자 입장에서 관능검정치 +0.3 이상의 밥맛, 심복백 0% 의 외관을 갖는 '명품미' 가 있다는 것이죠.
*관능검정(官能檢定) : 품질을 인간의 오감(五感)으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검사 항목이나 검사표 등으로 생각보다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음.
*심복백(心腹白) : 쌀알의 가운데(심백)와 옆면(복백) 부분이 투명하지 않고 하얀 것을 말함.
이런 최고품종들을 알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쌀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사서 먹을 수 있는 반면, 모르면 최고품종이 아닌 혼합미 등을 모르고 사 먹거나 아니면 닥치고 일본 품종 쌀을 비싸게 사서 먹어야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참고로 앞서 소개한 고시히카리나 삼광은 다 최고품종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보가 폼과 멋을 가져옵니다. 유명 셰프가 하는 식당에 가면 이 음식은 어떻고 이 부위는 어떻고 하며 설명을 해주지 않습니까. 너무 일장연설로 아는 체하면 재수 없을 테지만, '이게 카마토로하고 오오토로라고 제일 맛있는 부위니 이것부터 드세요', '기름기 많은 부위이니 참기름보다는 간장에 찍어 드세요' 하며 소소히 챙겨주는 이런 정보들이 더 맛있고 '멋있는' 식사를 만듭니다.
*카마토로(かまトロ) : '카마(かま, 鎌)'는 낫을 말하는데 아가미에서 뱃살로 이어지는 낫 같이 생긴 부위를 말하며, 토로(トロ)는 '녹다' 라는 뜻의 '토로케루(とろける, 蕩ける)'에서 온 말로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는 의미임. 우리나라에서는 '가마도로' 라고 많이 부름.
*오오토로(おおトロ) : '오오(おお, 大)'는 크다는 의미로 말 그대로 '대뱃살' 을 말함. 우리나라에서는 '오도로' 라고 많이 부름.
요즘 인테리어 리모델링이 많이 유행한다고 하죠. 만약 리모델링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인테리어 회사에 일임하시렵니까? 그러면 마음은 편하겠지만 돈도 많이 떼일 수 있고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받으실 가능성도 클 겁니다. 직접 일정을 짜고 DIY 가구를 만드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집을 어떻게 꾸미겠다는 구체적인 구상은 머릿속에 있어야겠죠.
*DIY(Do It Yourself) : 반가공 상태의 자재를 구입하여 손수 완제품을 완성하는 것.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물자와 인력 부족이 생기자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해야 한다는 사회운동으로 시작됐다고 함.
만약 이렇게 좀 구체적인 구상을 하신다면 먼저 꼭 필요한 수리 항목이나 필수품 목록을 챙겨야 합니다만, 그와 함께 따라오는 것이 소위 우리 집 '포인트 인테리어' 와 '포인트템' 입니다. 다른 집과는 다른 우리 집만의 독특하고도 '멋있는' 인테리어 포인트와 포인트 아이템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러한 포인트는 그저 예쁘거나 가격이 비싼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집 전체적인 콘셉트와 각 공간의 용도 및 가구 배치, 그리고 생활 패턴과 기호 등을 반영하여 선정합니다. 여기에 본인만의 아이디어를 담아 '잇템' 을 골라 배치하면 더 금상첨화이겠습니다. 물론 잇템을 고르는 그 자체가 아이디어이고 '멋' 입니다.
피아노가 있는 방을 예로 들어 봅니다. 음표 모양의 포인트 조명을 하나 놓고 듀엣 악기를 위한 보면대도 하나 놓습니다. 헤드폰도 그냥 테이블에 올려두는 게 아니라 전용 걸이를 만들어서 걸어 놓습니다. 책장에 하나 이상의 섹션을 음악 관련된 책들로 채워 넣기도 해봅니다. 음악과 어울리는 액자는 물론입니다. 이들 만으로 방의 외형적 인테리어는 훨씬 더 음악에 어울리게 됩니다.
*보면대(譜面臺) : 음악을 연주할 때 악보를 펼쳐서 놓고 보는 대.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부분도 아이디어를 내 봅니다. 그냥 악보책을 쓰면 두 페이지 밖에 못 봐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래서 2단 독서대를 두 개 놓아 동시에 8페이지의 악보를 볼 수 있게 합니다. 디지털에 익숙하신 분이라면 12인치 이상의 큰 화면 패드와 블루투스 페이지 터너의 조합도 좋습니다. 또 디지털 피아노와 컴퓨터를 잇는 케이블링을 하면 이를 통해 디지털 피아노에서 연주한 음악을 잡음 없이 컴퓨터의 음악 편집 프로그램으로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면 보다 좋은 음질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은 물론 마이크 등을 이용해서 노래를 녹음하거나 유튜브 방송까지 할 수 있습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audio interface) : 소리를 받아들여 컴퓨터로 녹음하거나 컴퓨터에서 소리를 출력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 주변 기기. 보통은 단자 연결 외에도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는 D/A 컨버터 기능, 입력으로 들어온 소리를 컴퓨터로 보내지 않고 바로 출력으로 보내는 다이렉트 모니터링, 마이크의 신호를 일정 수준까지 증폭시키는 프리앰프 등의 다양한 기능을 통합으로 가지고 있음.
방을 마치 공연장이나 스튜디오처럼 꾸미기 위해 좀 더 신경을 써 봅니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공간을 작은 무대처럼 만들기 위해 바닥을 단높임하고 레일 조명 등을 배치합니다. 연주할 때 바로 찍을 수 있도록 카메라나 휴대폰 등을 삼각대에 고정시켜 놓고 이를 바로 볼 수 있는 모니터도 벽걸이 형태로 배치합니다.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방 내부에 방음 시공도 합니다.
보통 피아노가 있는 방이라면 그저 똑같은 방인데 업라이트나 디지털 피아노 하나가 더 있는 정도입니다만, 이렇게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어 놓은 공간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멋진' 방이 됩니다.
(* 위에서 말한 내용을 상상도로 그려 보았습니다. 공연장 세팅만 모듈로 들어가면 2400×2000, 책상과 침대가 같이 들어가려면 적어도 4200×3600 의 큰 방이 필요하겠네요. 공간 제약으로 현실이 아닌 '꿈'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언젠가 이걸 이루겠다는 '꿈' 이 현실을 만들 수 있죠. '멋' 은 상상력에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