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 (7) - 구체적인 실행과 도전의 로드맵을 짜라

공상과 논평만 하는 사람은 '멋쟁이' 가 아니라 '방구석 돈 키호테'

by mpd 알멋 정기조


많은 사람들이 꿈을 꿉니다.


'(N)kg 만 빼면 나도 옷 핏 좀 받을 텐데.'

'더 나이 먹기 전에 노후 대책으로 뭔가 준비해야 할 텐데.'

'동유럽 쪽으로 한번 자유여행 다녀오고 싶은데.'

'어렸을 때부터 악기 하나는 배우고 싶었는데.'


이런 꿈조차 없으면 사실 굉장히 활력이 없는 삶입니다. 앞선 글에서 '멋' 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는 표현을 썼었는데, 꿈꾸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필요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동력이죠. 그런데 꿈만 꾸고 영 실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정치인들을 예로 들어보면, 너도나도 공약은 참 기가 차고 디테일하게 내놓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되는 건 없죠. 공약이래봐야 뭐 다른 사람들 것을 베끼거나 참조해서 내놓으면 그만입니다. 그렇게라면 국회의원 누구라도 할 수 있겠습니다.


진짜 실력 있는 정치인들은 실행력과 추진력이 탁월한 사람입니다. 공약의 가짓수가 많고 디테일하다고 실력 있는 게 아니라, (공약이) 몇 가지 되지 않더라도 지역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 중에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추려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현실로 만드는 능력, 이게 바로 정치인들의 실력인 것입니다.


'멋' 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무지개색 스펙트럼으로 이것저것 전부 다 관심만 갖고 논평(?)만 하는 게 멋쟁이가 아닙니다. 본인의 여건 하에서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추려서 실제 실행하는 사람, 이런 사람이 '멋쟁이' 입니다.


(* 비현실적인 것을 막연히 일시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공상(空想)', 현실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하는 것을 '몽상(夢想)' 이라고 말합니다.)

* 출처 : Pixabay / peter_pyw.


(* 아무리 공상가니 망상가니 해도, 돈 키호테는 직접 출정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대단한 추진력입니다.)

* 출처 : Pixabay / Anher , 에스파냐 마드리드의 돈 키호테 동상.



실행력은 구체적인 분석과 진단에서부터 시작된다


여행을 예로 들어 봅니다. 머릿속으로 '언제 남도에 한번 다녀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있다고 칩니다. 그런데 벽에 부딪치는 게 있습니다. '거기까지 운전을 어떻게 하고 가나. 그 동네는 KTX로도 다니기 불편한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만 하다 끝냅니다.


구체적으로 한번 따져 봅니다. 일단 내려가서 분명히 개인 승용차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는 불편해 보입니다. 거리를 따져봤더니 400km 가까이 됩니다(서울-진도 기준). 휴게소 쉬는 시간 빼고 (안 막혀도) 오롯이 최소 5시간은 걸릴 거리입니다. 휴게소에서 밥 먹을 생각까지 하면 7시간 가까이 잡아야 합니다. 만만치 않습니다.


그럼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KTX를 타고 접근해서 근처에서 렌트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경우 목포역이나 광주송정역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광주로 갈 경우 130km 남짓, 시간으로는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좀더 접근해서 목포역으로 가면 남도까지 60km 남짓, 시간으로는 1시간 30분 이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따져 보면 이 방법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KTX역까지 가서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1시간, 서울에서 목포까지 KTX로 2시간 20분, 역에서 나와 렌트하는데 30분 정도 쓰고, 목포에서 남도까지 내려가는데 1시간 30분, 다 합치면 5시간 20분입니다. 역시 물리적 거리가 너무 멉니다.

렌트 자체가 비용이나 여러 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기차를 타면 짐을 가져가는 것이 불편한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가려면 직접 자가용을 끄는 것이 좋겠는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꼭 굳이 그 멀리까지 논스톱으로 갈 이유가 있습니까? 경유지를 잡으면 되죠. 먼저 서울에서 200km, 시간으로는 2시간 30분 전후의 전주나 군산 정도를 경유지로 잡습니다. 아예 거기에서 1박 하면서 주변 구경을 하면 더 좋겠습니다. 다음날 거기에서 내려가면 3시간 전후로 남도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아예 광주 등에서 2박째를 하고 3일 차에 남도로 가면 더 쉽게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휴가 일정이 길어야 한다는 것이죠. 전북에서 1박, 남도에서 2-4박(또는 광주 2박, 남도 3-4박), 그리고 다시 올라온다고 하면 최소 5일은 잡아야 합니다. 5일째는 남도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를 올라와야 하니 가급적 다음날도 하루 휴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그야말로 일주일 휴가입니다.


그럼 다음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① 휴가 일정을 최소 5일 정도 잡아서 여유 있게 다녀오는 방안.

② 좀 힘들더라도 첫날 남도로 직행해서 2박 3일 또는 3박 4일로 다녀오는 방안. 만약 3일이라면 1일 차와 3일 차는 이동하는 데 시간을 거의 다 쓰므로 실제 남도여행은 사실상 2일째 하루에 그침.


그런데 아무리 봐도 회사에서 일주일 휴가를 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5일 이상 휴가를 낼 수 있다면 차라리 외국을 한번 갔다 오는 게 더 나을 것도 같습니다. 그렇다고 3일 동안 남도를 딱 하루 보고 이틀 내내 운전하는 것도 뭔 짓인가 싶습니다. 4일은 뭔가 애매합니다. 휴가 내기도 만만치 않고 그렇다고 일정도 길지도 않은...


그.렇.다.면... 깔끔하게 머릿속에서 남도여행을 지우는 게 맞습니다. 당분간은 갈 수 없다고 결론 내는 것이죠. 내 조건이나 성향 상 남도여행은 불가능으로 보고 미련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래도 남도 여행을 가고 싶다면? 둘 중 하나입니다. ①처럼 갈 수 있는 5일 휴가 계획을 잡아보는 것, 아니면 힘듦을 감수하고 ②의 2박 3일 또는 3박 4일의 시간 계획을 잡아 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계획은 타임 테이블 개념이 아니라 일시 정도를 예측해 보는 것입니다. 내가 5일, 아니면 3-4일을 몇 월에 언제 시간 낼 수 있는지 말이죠.


참고로 일정이 짧은 게 아쉽다면 첫날 출발을 7시 이전으로 당기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말에 출발하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아침 시간에 출근 정체와 마주해야 하고, 그러면 가는 시간이 더 걸리므로 정체 전인 7시 이전에 일찌감치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빠르면 4시 이전에 목적지에 닿을 수 있으므로 숙소에 가기 전에 여행 경유지를 하나 잡을 수 있습니다.


결국 ①명확한 분석과 진단 에서 시작해서, ②일부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③구체적 실행 시점을 정하는 것, 이렇게 해야 실행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 전남 신안의 ‘수선화섬’ 선도.)


(* 전남 신안의 ‘퍼플섬’ 반월-박지도.)


(* 전남 진도의 쏠비치 진도 리조트)



지금, 바로, 당장 실행하는 것이 추진력


오랜만에 지인과 통화하면 으레 '언제 밥 한번 먹자' 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과연 이 지인하고는 언제 밥을 먹을 수 있을까요? 여기에서 '그래' 하고 대화를 끝낸다면 '밥 한번 먹자' 는 '안녕하세요' 와 다를 바가 없는 인사치레일 뿐입니다. 바로 그 자리에서 핸드폰이나 수첩을 꺼내서 빈 날짜를 서로 맞춰봐야 비로소 '밥' 을 먹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 생각이 떠올랐을 때 '나중에 생각해보지 뭐.' 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당장 그 생각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정말로 지금 그럴 여유가 없다면, 적어도 '오늘 귀가해서 꼭 이 생각을 정리하겠다' 라는 식으로 구체화를 언제 할 것인지 정도는 정해야 합니다.


물론 신중을 기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조건이 맞지 않거나 자원이 한정적일 때입니다. 무언가 '멋진' 잇템을 발견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지른다? 내 통장 잔고가 남아나지 않겠죠. 그럼 이것을 그 자리에서는 '장바구니' 에만 담아놓습니다. 그리고 언제 따로 시간을 내어 장바구니의 아이템들을 비교해 보면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바구니에는 바로 그때! 담아놔야 합니다.


이전 글에서 예를 들었던 '내방 꾸미기' 를 생각해 봅니다. 일단 방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이것저것 생각해 봤습니다. 여기에서 그치면 '공상' 으로 끝납니다. 각각의 아이템들의 사이즈를 확인해서 공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실제로 한번 배치도를 그려 봅니다. 그래서 과연 지금 내 집에서 실행이 가능한지 진단합니다. 만약 공간이 안 나온다면 지금으로서는 불가능입니다. 대신 다음번에 집을 바꿀 때 중요한 고려 대상으로 기억해 둡니다.


만약 공간이 답이 나온다면 각 아이템들 구입비와 여러 가지 설치 비용 등을 추산해 봅니다. 이렇게 대강의 예산을 세운 후에 자금 조달 계획을 (역시 대략적으로) 세워 봅니다. 자금 조달이 가능한 시점이 정해지면 실제로 언제 실행을 해볼 것인지 따져 봅니다. 그리고 가족의 동의를 구해 바로 견적서부터 의뢰해 봅니다. 당장 공사를 하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앞서 예를 들었던 여행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OO로 한번 여행 가야 하는데' 정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언제 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하고 달력을 뒤져봐야 합니다. 이렇게 가능한 날짜를 추리고 해당 지역의 숙소 상황을 점검한 다음, 대강이라도 경비를 추정해서 스케줄에 못을 박아 놓습니다. 구체적인 여행 타임 테이블은 나중에 정하더라도 말이죠. 이게 추진력입니다.


keyword
이전 06화총론 (6) - 여백과 일탈, 그리고 변화에의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