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아쿠아리움, 미디어아트 전시, 오죽헌, 한옥스테이까지 한 곳에
#강원여행 #경포대 #여행코스 #뚜벅이여행
아이들과의 여행에서는 '연계 여행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혼자서야 카페든 어디서든 시간을 보내도 되고 불편함도 감수해도 되지만, 아이들이 재밌어하는 곳이 아니라면 어디서 편하게 시간 보내고 있을 순 없지요. 그래서 먼저 소개했던 국립중앙과학관 같이 ▲하루 종일 있을 만한 다양한 콘텐츠가 있거나, 한라산 윗세오름 같이 ▲러닝 타임 자체가 꽤 긴 곳, 아니면 외국의 어디 휴양지 같이 ▲풀어놔도 아이들이 온종일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복수의 여러 곳을 한 번에 들를 수 있는 연계여행 코스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여러 지자체에서도 연계여행 코스를 구상하고 갖추고 있는데, 강원권에서는 단연 강릉 경포가 눈에 띕니다. 동해안 제일의 해수욕장인 경포대해수욕장을 비롯하여, 강릉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아르떼뮤지엄 강릉, 미취학 아동 대상 불패의 아이템 '바다생물'이 있는 경포아쿠아리움, 오래된 강릉의 명소 오죽헌과 경내에 조성된 강릉화폐전시관, 그리고 99칸 대저택으로 유명한 선교장까지 모두 경포호 인근에 위치합니다. 가까운 곳에는 강릉 커피거리(안목해변)도 있습니다.
오늘은 강릉 경포를 목표로 당일치기 여행을 가는 날입니다. 수도권 동부에 살면 충분히 가능한 일정입니다. 토요일은 좀 어렵지만 일요일 오전에는 차가 막히지 않아서 2시간 남짓이면 동해 구경을 갈 수 있지요.
당일치기 여행이다 보니 여기저기 들를 계획 안 하고 한 곳만 두들겨 팰 생각입니다. 보통 '경포대'로 알려져 있는 강릉 경포입니다.
'아빠, 오늘 어디 가요?'
'아쿠아리움 간대. 보현아, 바다생물 보는 거야.'
'우와, 바다생물?!'
나현이가 커서 내비게이션을 다 해독하는 바람에 아빠의 신비주의 전략은 다 물거품이 됐습니다.
첫 타겟은 경포아쿠아리움입니다. 2층 규모로 다른 유명 아쿠아리움 같은 대형은 아니지만 그만큼 요금이 저렴합니다(성인 기준 2만 원). 머리말에서도 언급했지만, 보현이 같은 어린아이들에게 아쿠아리움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입니다.
이전에 <대한민국 여행 킬러 콘텐츠>라는 책에서 단양의 다누리아쿠아리움을 가성비 좋은 곳으로 추천드린 적도 있었지만, 역시 바다생물이 좀 등장해 줘야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상어나 펭귄 또는 거북이가 주인공인 만화는 있어도, 메기나 가물치가 등장하는 만화는 '개구리 왕눈이'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네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훔볼트 펭귄' 녀석들이었습니다. 제가 아쿠아리움들을 다 가본 건 아니지만 제 기억에는 펭귄은 초대형 아쿠아리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이렇게 관람객 코앞까지 와서 들이대는 녀석들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펭귄아, 안녕.'
보현이의 인사에 펭귄보다 주위의 관람객들이 더 즐거워합니다.
요즘 강릉에서 제일 잘 나가는 핫플레이스, 아르떼뮤지엄 강릉입니다. 경포아쿠아리움과는 인근 정도가 아니라 번지수도 같은 바로 '옆 건물'입니다.
최근에 이런 미디어아트 전시관은 전국에 유행처럼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전용 전시관은 아니더라도 박물관이나 체험관에만 가도 이런 미디어아트 전시가 부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죠. 너무 많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여서 나중에 출렁다리 꼴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만, 현재로서는 가장 핫한 여행 콘텐츠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연인·친구 관계에서도 많이 찾지만 가족 단위에서도 많이 방문합니다. 이런 미디어아트는 아이들이 더 신기해하거든요. 다만, 실내가 어둡고 사람이 많아 안전 상의 유의는 필요합니다. 보현이도 신나서 막 뛰다가 벽인지도 모르고 부딪혀 울기도 했습니다;;
'보현아 저기 봐. 네가 그린 호랑이가 저기 걸어 다닌다.'
'우와, 진짜네!'
'라이브 스케치북'이라는 AR 기반의 전시관에서 보현이가 그린 알록달록한 무지개 호랑이가 스크린을 돌아다닙니다. 색칠공부 좀 더 시켜야겠습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생가인 오죽헌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택 중 하나이고 오래전부터 강릉의 명소 중 하나였죠. 오죽헌도 경포아쿠아리움부터 3.4km의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고택(古宅)에 관심 있을 건 아니고,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오죽헌 경내에 있는 강릉화폐전시관입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모자(母子)가 같이 화폐의 모델이 된 것을 기념하여 최근(2023)에 개관한 곳인데, 돈과 관련된 곳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꽤 재미있게 관람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보현아, 누나처럼 돈 만들어 봐.'
'나현아, 기왕이면 비싼 돈으로 해야지. 10만 원짜리로 해봐.'
특히 전시관 내부에 나만의 지폐를 만들어 보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사진과 같은 멋진 기념품(?)을 직접 만들어 올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당일치기여서 시간 상 더 많은 곳을 갈 수는 없었지만, 숙박을 하면서 좀더 긴 시간 머문다면 주변에 다음과 같은 곳들을 추가로 더 고려하실 수 있습니다.
경포호 바로 인근에 선교장이라는 이름의 99칸 고택이 있습니다. 순수하게 한옥 대저택이 있는 곳이라 아이들에게 재미가 덜할 수 있지만, 여기는 한옥스테이가 되기 때문에 이곳에서 숙박을 한다면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역시 바로 인근에 강릉올림픽뮤지엄도 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여 생긴 전시관으로, 콘텐츠가 아주 다양한 편은 아니지만 컬링이나 아이스하키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무료이기도 해서 경포 연계 여행 중이라면 충분히 들러볼 만합니다.
약 5~6km 거리에는 안목해변이 있는데 그곳은 강릉 커피거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초창기와 달리 요즘엔 프랜차이즈들이 많이 들어와서 좀 퇴색된 면도 있지만, 그중에는 유명 프랜차이즈보다 더 맛있고 인기 있는 카페도 여럿 있으니 들러보셔도 좋겠습니다.
'아빠, 바다는 안 들어가요?'
'응, 지금 바다 들어가면 엄청 추워. 물놀이는 다음에 하자.'
바다 앞에 왔으니 바다 구경은 하는데,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니 보현이가 조금 실망한 듯합니다. 당일로 오지 않고 여름에 좀더 여유를 잡고 온다면 충분히 이곳 경포대해수욕장에서 물놀이도 신나게 할 수 있을 터입니다.
아쉬운 대로 남매는 모래놀이를 하면서 동해 바다를 구경했답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7월 말~8월 초 휴가 시즌. (단, 경포썸머페스티벌 기간 중 혼잡은 감안)
- 연계 여행지 : (경포 외) 정동진레일바이크, 주문진수산시장, 강릉마리나, 헌화로
- 교통 : 서울시청에서 224km, 강릉역에서 3.3km, 강릉터미널에서 5.5km
(강릉역~) 시내버스 202-1, 202-2번(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하차). 수시 운행, 편도 15분.
(강릉T~) 시내버스 202-1, 202-2번(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하차). 수시 운행, 편도 30분.
- 먹거리 : 초당 두부, 사천 물회(이상 향토음식), 주문진수산시장, 강릉 커피거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