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 아쿠아리움, 과학관·안전체험관, 성류굴, 모노레일까지 한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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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는 예로부터 양반·선비의 고장이어서 그런지 정적(靜的)인 여행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회마을·도산서원 같은 양반촌이나 부석사·직지사 같은 유서 깊은 사찰들이 그렇죠. 그렇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할 여행지는 경주 빼고는 상대적으로 눈에 안 띄는 게 사실입니다. 경북 지역이 의외로 산지가 많고 전체적으로 개발이 낙후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경주 말고 아이들이 좋아할 경북의 여행지라면 저는 경북 울진을 꼽을 것 같습니다. 앞서 소개한 강릉 경포처럼 울진도 왕피천공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콘셉트의 여행지들이 집약되어 있기도 하지요. 물론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멀리 돌아다닐 것 없이 숙소 하나 잡고 근처만 뚜벅이로 돌아도 충분할 정도로 풍부한 여행 콘텐츠를 갖고 있는 곳입니다.
저는 사실 휴가철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엄청난 숙소 가격과 복잡한 도로 사정, 무엇보다 조금도 걷기 힘들게 만드는 무더운 날씨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남들 다 놀러 가는데 물놀이도 안 가고 집에 있으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게다가 방학인데요!
그래서 짧게나마 바다 물놀이를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장소를 찾아봤습니다. 더우니까 어디 별로 걸어 다닐 생각 말고, 바다보다 사람 구경하기 바쁜 복잡한 곳 말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실내 여행지도 여럿 있는 곳 말이죠.
그래서 경북 울진으로 갑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만족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빠, 바다 가는 것 아니었어요?'
'아, 바다는 내일 가고 오늘은 체험관 같은 데 갈 거야.'
울진 하면 바다하고 대게만 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인구 5만도 안 되고 접근성도 떨어지는 이곳에 좀 과할 정도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거든요. 아무래도 원자력발전소 때문에 받은 지원금 때문에 충분히 시설 투자가 된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울진과학체험관입니다. 과학체험관은 아이 동반 여행객에게도 좋지만 울진군 내 여러 학교들의 견학 장소로도 그만이죠. 물론 전국에 내로라하는 과학관들에 비하면 규모도 작고 하지만, 여기는 울진의 여러 여행지 중의 1/n이니 이 정도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여기는 과학관답게 가격이 아주 쌉니다. 입장료는 어른 2천 원, 웬만한 체험도 인당 천 원입니다. VR스포츠 체험, 4D 및 VR 영상관, 자이로스코프/굴착기 체험을 다 돌려도 만 원도 안 됩니다. 나현이는 컸다고 별로 관심이 없는데, 보현이는 있는 것은 다 하는 주의라 나중에는 그만 가자고 데리고 나왔습니다.
여기는 울진안전체험관입니다. 심폐소생술, 구명조끼 착용 등 해양 안전, 소화기 사용법 등 화재 진압, 자동차 전복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아이들 교육 상으로도 굉장히 좋은 곳입니다.
특히 여기 울진 인근은 가끔 약하게나마 지진도 일어나는 곳이어서, 다른 곳에 비해 지진 관련 체험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집 실내지진 체험관'이라는 곳에서는 마치 방처럼 꾸며놓은 곳에서 진도 3부터 7까지의 지진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리얼하게 지진을 체험한 경험은 저도 처음이었습니다.
'나현아, 너도 함 해봐. 이거 나중에 도움이 되는 거야.'
나현이는 머리가 컸다고 참여율이 좀 떨어집니다. 클수록 더 알아야 되는 건데 말이죠. 역시 나현이 같은 초등학생은 학교 견학으로 와야 효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들른 곳은 울진아쿠아리움입니다. 안전체험관과 아쿠아리움 모두 울진왕피천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제가 아는 범위에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아쿠아리움입니다. 경포아쿠아리움과 규모는 비슷한데(운영하는 회사도 같음) 입장료는 거의 1/3인 어른 7,000원 수준으로, 어른 2명 + 어린이 2명 입장료가 24,000원 밖에 안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어와 바다거북, 물범에 수달까지 등장하는 극강의 가성비를 보입니다.
전편에서도 언급했지만 보현이는 바다생물을 참 좋아합니다. 모든 수조, 모든 생물마다 구경하며 전시된 동물의 이름을 따라 읽습니다. 엄마도 보현이가 한글 공부한다고 좋아하네요.
2층에 있는 매점에서 보현이가 상어 인형처럼 생긴 가방을 사달라고 졸랐는데 의도치 않게 득템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 가서 저 가방 들고 다니면 웬만한 사람들은 다 귀엽다고 할 것 같습니다.
'우와, 워터파크다! 아빠 여기서 놀면 안 돼요?'
왕피천공원 바로 근처에 있는 망양정해수욕장에 왔습니다. 극강의 더위에 주차장에서 해변까지 걸어갈 엄두가 안 나던 차였는데, 바로 주차장 앞에 이렇게 임시 워터파크를 해놓았네요. 비용이 들더라도 그냥 여기서 마음 편하게 놀리자는 생각으로 입장했습니다. 동해 바다는 깊어서 들어가면 애들을 1:1 마크로 깊이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여기서 애들을 놀리면 엄마아빠는 편하게 그늘에 앉아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바닷물을 가둬놓다 보니 물이 데워져서 시원한 느낌이 덜합니다. 애들이 좀더 크면 바다에 직접 들어가는 게 여름에는 더 시원할 것 같습니다.
울진의 바다는 접근성이 떨어져서 그런지 물이 상당히 깨끗합니다. 원래 동해가 다른 바다보다 맑은데 여기는 동해 중에서도 특히 더 깨끗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일정도 짧고 더위도 심해서 많은 곳을 가지는 않았는데, 울진 왕피천공원 인근에는 아래와 같은 여행 선택지가 더 있습니다.
우선 왕피천공원 안에는 동물농장과 케이블카, 곤충전시관, 인라인스케이트장 등이 함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제일 가볼만한 곳은 동물농장입니다. 꽃사슴과 라쿤, 공작·앵무 등 중·소형 동물들이 있는 작은 동물원인데, 아쿠아리움 바로 근처에 있는 데다가 앞에서 소개한 청주랜드처럼 저렴한 놀이기구들도 같이 있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입니다. 케이블카는 코스가 조금 짧은 편인데, 타고 올라가면 관동8경 중 하나인 망양정으로 연결되므로 부모님을 모시고 간다면 괜찮은 코스가 됩니다.
약 3km 거리에는 유명한 성류굴이 있습니다. 성류굴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여행지로 개발된 동굴이라고 하며 울진의 명소이자 천연기념물입니다. 천연굴들이 거의 그렇지만 이곳은 여름에 가면 더 시원합니다.
조금 떨어진 14km 거리에는 현재 울진에서 가장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 있습니다. 이전에 <대한민국 여행 킬러 콘텐츠>라는 책에서 소개했던 인천 무의도의 해상관광탐방로 같은 해안 코스를 도보가 아니라 모노레일을 타고 구경하는 2.8km 코스입니다. 다만 여름에는 내부가 상당히 덥고 (철도도 그렇지만) 레일 등에 고장이 나는 경우가 있어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7월 말~8월 초 휴가 시즌.
- 연계 여행지 : 국립해양과학관, 울진요트학교, 울진해양스포츠센터, 백암온천, 월송정
- 교통 : 서울시청에서 298km(내륙도로) · 338km(해안도로), 울진터미널에서 2.4km
(서울-울진T)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11회, 편도 4시간 내외
(울진T~) 특별한 대중교통편 없음
- 먹거리 : 대게 및 대게 요리(게짜박이 등), 꾹죽(이상 향토음식), 은어회·은어튀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