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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pd 알멋 정기조 Nov 14. 2024

비·바람 제주에 이만한 곳 없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야외가 어려울 때 제주여행 '플랜 B'의 최강자


#제주여행 #우주박물관 #항공박물관 #실내놀이터


제주의 기후는 변화무쌍하기로 유명합니다. 드넓은 바다와 높은 산이 만나 세계적으로도 드문 기상현상인 카르만 소용돌이 효과까지 일어난다고 하지요. 마치 명량 앞바다의 소용돌이를 떠올리면 되는데요, 어쨌든 이런 까닭으로 제주 여행은 항상 강풍과 호우 등에 대비한 '플랜 B'가 필수이고 그래서 어느 지역보다도 실내여행지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특히 아이들과의 제주 여행 시 '플랜 B'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항공과 우주라는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콘텐츠이면서 국내 최상급의 풍부한 전시와 체험을 갖고 있어 반나절 이상을 충분히 보내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운영해서 입장료를 비롯한 요금도 합리적입니다.



'아빠, 이제 어디로 가요?'


맑고 따뜻한 제주의 오후이지만 이번에는 실내여행지로 갈 예정입니다. 오전에 마라도에서 남매가 신나게 뛰어놀았기에 오후에는 좀 살살 놀게 하려고요. 안 그러면 애들 쫓아다니느라 엄마 아빠부터 힘듭니다. 그래서 오후에는 '플랜 B'를 가동합니다.


마라도에서 돌아온 산이수동 선착장에서 제주항공우주박물관까지는 지척입니다. 어디 예쁘다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여기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을 알차게 다니려면 엄마 아빠가 사전에 준비를 잘해야 됩니다. 2층 테마관 5개소의 프로그램 시간이 각기 달라, 그 시간표를 미리 짜놓아야 대기를 줄이고 이것저것 많이 체험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잡월드처럼 하나의 체험마다 줄 서서 대기하고 그러지는 않습니다. 보통 시간표만 잘 짜면 문제없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14:40 아리어스, 15:30 폴라리스, 16:20 지포스, 17:00 캐노프스 순으로 시간표를 짰는데, 이렇게만 해도 오후 내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먼저 인터랙티브 영상관 아리어스부터 시작합니다. 아리어스(Aries)는 하늘을 대표하는 별자리들인 황도 12궁 중 첫 번째 별자리인 '양자리'를 뜻합니다.


대형 영상을 보면서 스토리 중에 우주에 대한 문제를 풀기도 하는데, 문제의 수준이 있어 초등학생부터 입장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친절한 직원 분께서 저희 보현이가 들어가고 싶다고 그러니까 흔쾌히 체험을 허락해 주셨네요! 보현이도 별과 우주에 대해 관심이 많거든요.


'보현아, 넌 모르는 게 당연해. 아빠랑 같이 풀어 보자.'

'와, 이건 진짜 아빠도 모르겠다.'


뭐 문제 풀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문제들의 수준이 높습니다. 대기의 층을 묻지 않나, 지구 핵의 구성 물질을 묻지 않나, 달의 중력을 묻지 않나, 이 정도면 초등학생도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무슨 스타크래프트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은 상당한 몰입감이 있습니다.


나중에 각 테이블 별로 문답 점수도 나옵니다. 아빠 덕에 보현이 테이블이 1등입니다.





원래 아리어스가 초등학생 이상이어서 그동안에 보현이는 인터랙티브 월 놀이터인 프로시온에서 놀리려고 했습니다만, 직원 분의 은혜로 아리어스를 들어가는 바람에 여기는 패스입니다. 여기 들어갔다가는 다음 순서 폴라리스를 장담할 수 없어서입니다. 


프로시온(Procyon; 보통 '프로키온'이라 부름)은 작은개자리 알파별(α CMi)의 이름으로, 시리우스(Sirius), 베텔게우스(Betelgeuse)와 함께 온 하늘에서 가장 유명한 길잡이인 '겨울의 대삼각형' 을 구성하는 별입니다.


'보현아, 이제 그만 나와!'


대신 같은 층 근처에 있는 실내놀이터 아이잼스페이스에서 보현이를 좀 놀렸습니다. 어찌나 재밌게 노는지 시간 맞춰 밖으로 끌어내기가 어려울 정도였네요. 참고로 여기서의 잼(JAM)은 제주항공우주박물관(Jeju Aerospace Museum)의 이니셜입니다. 작명 하나하나마다 신경 많이 쓴 흔적이 보입니다.





보현이가 놀이터에서 놀 동안 나현이는 옆에 있는 천문우주관을 돌았습니다. 첨성대·간의 같은 과거의 천문 관측, 동서양의 별자리, 로켓이나 탐사로봇·망원경 모형과 우주 VR 등 비교적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질 높은 우주 관련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비슷한 전시관으로서 서울의 국립항공박물관,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경남 사천의 항공우주박물관 및 과학관이 있는데, 이들은 주로 항공·우주와 관련된 공기관(각각 국토교통부-한국공항공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든 곳이다 보니 약간 어른 눈높이의 산업 측면 전시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반면 여기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순전히 지역 및 관광 개발 차원에서 만들어진 곳이다 보니 대부분의 전시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여행지와 연계 여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요.



폴라리스(5D 영상관)
캐노프스(돔 영상관) - JDC 제공(下)



다음은 5D 영상관 폴라리스입니다. 폴라리스(Polaris)는 우리가 보통 북극성이라고 알고 있는 작은곰자리 알파별(α UMi)의 영문 이름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우주인 3명이 지상 낙원 제주로 찾아온다는 그저 그런 스토리입니다만, 영상과 인터랙티브에 친숙한 아이들에게는 360도 스크린에서의 5D 영상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여기는 상영 프로그램이 2가지 밖에 없어 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캐노프스 영상관과 비교되는데, 캐노프스는 보통 과학관(천체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돔 영상관입니다. 돔 영상관이다 보니 우주 영상에 특화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폴라리스보다 콘텐츠가 더 풍부하고 교육적입니다. 스케줄의 제약이 좀 있다면 폴라리스보다는 캐노프스 쪽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캐노프스(Canopus; 보통 '카노푸스'라 부름)는 온 하늘에서 두 번째로 밝은 별인 용골자리 알파별(α Car)의 이름입니다.

 *주) 온 하늘에서 (해·달 다음으로) 가장 밝은 별은 큰개자리 알파별(α CMa) 시리우스(Sirius)입니다.


나현이·보현이 모두 그동안 4D 영상관이나 과학관 천체관 같은 곳을 여러 번 가보기는 했지만, 장소마다 프로그램과 스토리가 다르니 이런 공간들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재미있는 곳입니다.





지포스(G-Force; 중력가속도 체험)는 6세 이하는 탑승 금지여서 보현이는 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현이만 몰래 데리고 탔는데, 보현이 안 태우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우주비행사가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나아갈 때 지구 중력의 6배(6G)까지 느끼게 되는데, 이를 조금이나마 체험하고자 2배(2G) 체험이 가능하도록 만든 기구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 체험이지 빠르게 뱅글뱅글 도는 것이어서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습니다. 겁이 많은 나현이는 무섭기만 하고 별로였다고 하네요. 평소에 놀이동산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재미있게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간, 보현이는 1층 항공 시뮬레이터와 드론 체험에 빠져 있었습니다. 각각 비행기 및 드론의 조종 체험인데, 누나가 어디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져서 하는 바람에 나현이만 따로 중력 체험을 시킬 수 있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자기도 타겠다고 쫓아왔을 텐데 말이지요.





캐노프스 마지막 타임을 보고 나오니 벌써 박물관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갑니다. 14시 조금 넘어 박물관에 들어왔는데, 2층 테마관 투어를 했더니 벌써 3시간 넘게 지났습니다. 덕분에 1층 항공우주관은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나왔네요.


'보현아, 여기 진짜 비행기다.'

'와, 진짜 비행기가 날고 있네.'


하늘에 매달린 비행기를 보고 비행기가 날고 있다고 하는 걸 보니 아직 보현이의 영혼은 순수합니다. 이제 순수한 영혼의 허기를 달래 줄 시간입니다.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5월 초(어린이날 이벤트), 기타 우천·강풍 시 언제나

- 연계 여행지 : (제주 서부) 수월봉, 신창풍차해안, 금오름, 새별오름

                     (제주 서남부) 마라도, 가파도, 용머리해안, 송악산 올레길, 쇠소깍, 소천지


- 교통 : 제주공항에서 33km, 제주버스T에서 255번(1일 19회, 편도 50분)

            *버스 편 문의 : 극동여객(255) / 064-753-0310


- 먹거리 : 흑돼지, 옥돔구이, 초기죽, 몸국, 고사리육개장, 물회 (향토 음식), 해안가 카페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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