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 평 규모에 공룡 퍼레이드와 5D 영상관, 압도적인 조형물·전시까지
#경남여행 #공룡엑스포 #고성공룡나라 #당항포관광지
부모들에게 공룡은 참으로 미스터리한 존재입니다. 자동차나 로봇 좋아하는 건 이해도 되고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 징그러운 파충류는 왜 그리 좋아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A부터 Z까지 공룡ABC가 있을 정도로 이름도 어려운데 말이지요. 뭐 어쨌든 남자아이들이 공룡 좋아하는 건 확실하고, 그래서 전국 곳곳에 공룡 관련 여행지가 있고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경남 고성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룡 발자국이 발견된 곳이라고 하며, 2006년부터 벌써 20년 가까이 공룡엑스포를 열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만큼 준비되고 누적된 아이템과 노하우가 많아서, 어설프게 공룡 뼈나 조형물 몇개 갖다 놓은 수준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부하고 다양한 '공룡 아이템'을 보여줍니다. 고성에서 홍보하듯이 말 그대로 '공룡나라'입니다.
'보현아, 빨리 일어나. 안 그러면 공룡나라 안 데리고 간다?'
'안돼!'
나현이가 놀리자 보현이가 자다가 벌떡 일어납니다. 오늘은 공룡나라 가는 날. 보현이는 공룡나라 갈 생각에 어제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씻고 일찍 잤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아빠는 아직 옷 입고 있는데 아이들은 벌써 현관문 앞에 나가 있습니다.
'와, 티라노사우루스다! 저건 트리케라톱스!'
고성공룡엑스포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있는 공룡 조형물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보현이는 모습만 봐도 공룡 이름들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옵니다. 덕분에 저도 유명한 공룡들 이름은 다 외우고 있지요. 부모님 차 번호는 가물가물한데 트리케라톱스와 센트로사우루스는 헷갈리지 않습니다.
뭐 전국 어디나 공룡 머시기하는 곳에 가면 전부 저런 조형물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안에 들어가면 얼마나 더 많은데요. 오늘 지칠 때까지 돌아다니면서 공룡 구경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나현이 표정이 영 좋지 않습니다. 밖순이라 밖에 나온 것만 해도 즐거울 텐데, 오늘따라 영 표정이 밝지가 않습니다.
고성이 다른 데와 확연히 구별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공룡 퍼레이드입니다. 다른 데는 잘해야 박물관처럼 실내에 꾸며 놓고 바깥 마당(?)에 조형물 몇개 깔려 있는 정도입니다만, 여기 고성 공룡나라는 무려 14만 평 규모의 엄청난 넓이 때문에 이렇게 퍼레이드까지 가능한 것이지요.
특히 엑스포 기간 중에는 해외에서 유명 서커스단을 초청해서 상시 공연을 하는데, 이 서커스단이 퍼레이드에도 참여해서 더 많은 볼거리를 보여줍니다. 퍼레이드 말고도 서커스 유료 공연이 따로 있기도 합니다.
하루 2번 퍼레이드를 하는데, 일부러라도 시간 맞춰 방문하면 아이들에게 이런 특별한 경험을 시켜줄 수 있습니다. 뭐 어차피 공룡나라 다 보려면 1~2시간 가지고는 부족하고 최소 반나절은 있어야 하겠지만요.
'보현아, 이제 그만 봐. 저기 빨리 가봐야 돼.'
퍼레이드를 열심히 구경하고 있던 보현이를 빨리 데리고 나온 이유가 있습니다. 5D 영상관에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한 번에 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기는 하지만, 엑스포 기간 중에 오는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여차하면 매진의 늪에 빠질 수 있고 그러면 시간 계획이 다 틀어지게 되거든요. 적어도 상영 시간 10분 전에는 와야 어려움 없이 입장·관람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많은 사람들이 퍼레이드에 정신 팔렸을 때 중간에 끊고 들어와서 문제없이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고성 공룡나라에 온다면 공룡 퍼레이드와 여기 5D 영상관은 꼭 보고 가야 됩니다. 여기는 360도 관람에다가 영상의 구성이나 퀄리티가 상당히 좋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공룡들은 총 출동합니다.
5D 영상까지 봤으면 이제는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까운 곳부터 쭉 구경하면 됩니다. 한반도 공룡 발자국 화석관은 영상관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잘 꾸며놓은 곳입니다.
가상의 공룡 '디노G'를 찾아 탐험한다는 콘셉트 아이디어 아래, 홀로그램이나 스캐닝, 모래놀이 등 여러 다양한 아이템을 갖췄습니다. 특히 스크린에서 인터랙티브 하게 노는 AR(MR)에서는 보현이도 한참 동안 신나게 공룡을 때려잡았습니다.
확실히 보현이는 알파(α) 세대인 것 같습니다. 모니터만 보면 무조건 손가락부터 갖다 댑니다.
'아빠, 저기 브라키오사우루스 가 봐요!'
아까 발자국 화석관도 그랬지만, 여기 공룡캐릭터관도 전시관 건물 자체가 공룡 모양으로 독특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공룡나라 한가운데에 위치한 데다가 건물 모양도 독특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전시관입니다. 전시관 2층에서 밖으로 내려오면 바로 공룡놀이터입니다. 아이들은 뛰어노는 시간, 아빠 엄마는 휴식 시간입니다.
이 외에도 공룡나라 식물원은 공룡 시대에 살았던 고사리나 올리브 등을 중심으로 꾸며놓은 식물원이고, 특별전시관은 진품 공룡 화석이나 골격 등을 전시한 곳입니다. 공룡놀이마을은 요즘 유행하는 미디어아트를 접목해서 캐릭터와 함께 꾸며놓은 공간이고, 공룡동산은 각종 공룡들의 조형물과 관람 데크들로 꾸며놓은 포토존입니다. 특히 야간에는 여기에 예쁜 조명도 들어온다고 하네요.
저 다리를 넘어가면 당항포랜드라고 해서 놀이동산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했습니다. 아빠 엄마는 도저히 저기까지 갈 체력이 안 됩니다. 원래는 근처에 있는 당항포해전 유적지도 가볼 생각이었지만 깔끔하게 포기했습니다. 이미 식사 시간도 꽤 늦어졌으니 뭐라도 먹어야겠습니다.
'나현아, 너는 여기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아까 공룡 영상 본 게 재밌었고요, 나머지는 좀 별로였어요.'
어쩌면 남매가 좋아하는 게 이렇게 다를까요ㅠ?
[연계 여행 정보]
- 최적 시즌 : 10월(고성공룡엑스포)
- 연계 여행지 : 당항포관광지, 고성공룡박물관, 고성다이노플레이센터
- 교통 : 서울시청에서 367km, 부산시청에서 83km, 마산역에서 37km, 고성터미널에서 14km
(서울-고성T) 남부T에서 1일 12회, 편도 4시간 내외
(부산/대구) 부산서부T에서 1일 25회, 편도 2시간 내외 / 대구서부T에서 1일 8회, 편도 2시간 12분
(고성T~) 농어촌버스 657·753·756·767·777번(총 1일 18회) - 배둔터미널 - 택시 편(4.2km)
- 먹거리 : 장어탕, 가리비구이, 염소국밥(이상 향토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