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나 재미없는 영화라니...!!!
또 오스카 후보작이라고 하면 일단 관심을 갖는 나로서... 잘 들어보지 못했던 <햄넷>이라는 작품이 작품상, 감독상 등 포함해서 총 8개 부문에 후보가 올랐다고 해서 지난주 정식 개봉했길래 관람.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가 감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딱히 셰익스피어 작품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포스터만 봐도 벌써 노잼풍 고전 느낌의 영화라 살짝 우려스러웠는데(사실 설 연휴에 미리 상영할 때 볼까 하다가 취소함...),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본 <기차의 꿈>이라는 영화도 예상외로 소설처럼 잔잔한 맛으로 괜찮게 보았고, 뭐 일단 오스카에서 내가 좋아하는 여러 작품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작품이니 일단 마음을 열고 보기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히 우려가 되어서 예고편을 봤는데... 사실 예고편 봤을 때도 별로 재미는 없어 보였다.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고 멈췄어야 해...)
아주 간간이 보이는 후기들에 뭐 감동적이라는 후기도 있고, 훌쩍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해서 '아 되게 슬픈, 감동적인 영화인가 보다'하고 그래도 살짝 기대를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영화 보는 내내 '미쳤다... 이 영화 언제 끝나냐' 이 생각밖에 안 들었고, 그냥 최근 영화관에서 본 영화 중 가장 돈 아까운 영화였다... 이렇게나 재미가 없을 수가... ㅠㅠ
그래서, 아래는 전혀 깊이는 없고 아주 직관적이고 두서없이 적어 내려가는 이 영화에 대한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일단 뭐가 있는 듯한 캐릭터 설정, 결국 까고 보면 뭣도 없던 것
윌리엄 셰익스피어(폴 메스칼)의 아내 아녜스(제시 버클리)는 마치 숲 속의 마녀 같은 묘한 치유의 능력이 있는 것처럼 표현된다. 하지만 까놓고 보니 뭣도 없다. 영화 내내 타인의 병을 고치고 자연과 교감하는 신비로운 능력을 강조하더니, 정작 자신의 아들이 열병에 걸려 죽어갈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평범한 어머니로 전락한다. (사실 이것 말고도 그녀의 뭔가 예언적인 대사나 장면이 꽤 많다.)
이 무력함이 비극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앞서 쌓아온 캐릭터 빌드업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과만 낳았다. 물론 그녀의 연기는 좋다. 그저 이런 캐릭터 설정 자체가 쓸모가 없었을 뿐...
앞뒤가 안 맞는 개연성
남편이 시골에서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리기 직전이 되니, 아녜스는 애가 셋인데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를 더 큰 물에서 놀게 하고자 런던으로 보낸다. 아주 호기롭게.
하지만 햄넷이 죽자 그녀는 셰익스피어를 원망한다. 아들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덤덤히 다시 할 일을 하러 런던으로 떠나는 그를 죽을 듯이 원망스러워한다. 그래 사람 마음 변할 수 있지... 아무리 그래도 좀 억지스럽다. 애초에 자신이 선택해서 남편을 보내놓고, 정작 비극이 발생했을 때 그 원망의 화살을 남편의 부재로 돌리는 감정선이 전혀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도 가장인데 일하러 가야지... ㅠ 그리고 이쯤 되면 대체 누구에 대한, 무엇에 대한 영화인지도 잘 모르겠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런던으로 떠난 뒤로 등장도 잘 안 함...
알게 모르게 과한 베이비 햄넷의 연기
인형같이 생긴 남자 아역 배우가 연기하는 햄넷... 뭐, 연기를 잘했다고 보는 관객들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이상하게도, 묘하게 이 배우가 자꾸 '나 연기해요~!' 이런 바이브를 뿜는 게 좀 불편하더라. 분명 어린아이인데, 도대체 왜 모든게 계산되고 타인을 의식하며 연기하는 듯한 성인의 표정이 겹쳐 보이는 건지...?
하나가 거슬리기 시작하니 모든 게 거슬림
일단 영화가 너무 지루하고 노잼의 끝을 향하는 와중에 마지막이 <햄릿>의 연극이다. 남편이 아들의 죽음을 예술로 승화했다는 감동적인 결말을 의도한 것 같지만, 그 과정이 생략된 채 갑자기 연극에 난입해 분노하는 아녜스의 모습은 감동은 커녕 당혹감만 안겨준다. 다른 관객들이 조용히 하라고 엄청 옆에서 야유를 보내는데, 아 솔직히 보는 나도 좀 짜증 났음... ㅋㅋㅋ 이게 웬 민폐? 그냥 영화가 너무 설득력도 없고 개연성도 답이 없으니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이고 뭐고 그냥 다 와닿지가 않음...
그래서 대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삶은...?
그러니까, <햄넷>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햄릿>이라는 작품으로 승화한 것에 대한 영화다. 그런데 과정이 모두 생략되었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정말 극적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에 다다라 드디어 <햄릿>의 연극을 보여주는데, 사실 이 전개 자체가 그냥 전체가 통으로 와닿지가 않는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에 대한 영화인 줄 알고 봤더니 이건 뭐 캐릭터 분배가 너무 애매해서 정확히 누구의 영화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갑자기 햄넷의 죽음에서 셰익스피어의 연극으로 넘어가는데 대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게다가 <햄릿>의 대사가 고전 언어이니 가뜩이나 재미도 없고 잘 와닿지도 않는 와중에 (심지어 연극 내용도 일부만 보여준다), 마지막에 관객들이 감명을 받아 연극의 주인공인 햄릿에게 다 같이 위로의 손길을 뻗는데... 하... 이쯤 되면 그냥 모든 게 다 작위적임... ㅠ
오스카를 노린 음악(?!)
마지막에 굉장히 익숙한 음악이 나온다... 막스 리히터의 <On the Nature of Daylight>
딱 이런 잔잔한, 작품성 노린 영화에 수록될 것 같은 음악이다. (왜 익숙한가 찾아보니 <셔터 아일랜드>, <컨택트>, <스트레인저 댄 픽션>에도 수록된 곡이라고.) 노린 건지 뭔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뻔한 음악 선곡이라니.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이미 수많은 명작에서 감정의 치트키처럼 쓰인 곡을 클라이맥스에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은, 영화 스스로 얄팍한 연출력을 자인한 꼴이다.
분명 영화관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내 바로 옆 여자분도 울고 있었다... 그들이 이상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모든 예술작품에 대한 평은 지극히 주관적이니까. 그런데 내가 엄청 T도 아니고, 요즘 영화 보면서 괜히 별것도 아닌 장면에서 눈물도 잘 흘리는데(어느 정도냐면, 그냥저냥이었던 <미키 17>에서 미키18이 한 몸 바쳐 다른 이들을 구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찔끔 흘림...ㅋㅋ) 아... 이 영화는 보면서 짜증이 남!!!
가뜩이나 무거운 내 가방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영화를 관람하는데, 오로지 내 가방의 무게에 대한 감각만이 선명해서 보는 내내 너무 불편했다. 진작 바닥에 내려놓을걸. (또 괜히 내 소지품 바닥에 놓는 거 싫어한다.) 참다 참다 영화 막바지에 가서야 도저히 짜증 나서 못 견디고 결국 무거운 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휴... 그나마 할인으로 봤으니 망정이지... 진짜 더 억울했을 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