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025년 3월 결산

총 13편 감상

by HeeHee

나름 밀리지 않고(?) 3월의 영화를 몇 가지 간단히 기록해 본다.


숏컷 (로버트 알트먼, 1993)

출처: 네이버 영화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모종의 이유로 로버트 알트먼 감독의 <숏컷>을 봐야겠다고 리스트에 올려놓고는, 3시간의 러닝타임에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다가 드디어 보았다. <매그놀리아>처럼 일종의 옴니버스 -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이렇게 저렇게 엮여있는 - 형식인데, 이야기 하나하나가 꽤나 흥미진진해서 재밌게 보았다. 간만에 '다음이 궁금해지는' 전개의 영화였달까.


인간이 참 간사한 게, 남들에게 닥친 불행에는 꽤나 무감각한 사람도 그 똑같은 불행이 자신에게 닥치면 그렇게 한없이 고통스럽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우리가 행하는 어떠한 행동이 남들에게 엄청나게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특히 인생이 우리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가 취하는 행동에 대한 어느 정도 경각심은 갖고 살아야 할 듯.


맵 투 더 스타 (데이빗 크로넨버그, 2014)

출처: 네이버 영화

내가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영화다. 온갖 불쾌한 캐릭터는 다 등장하고, 감독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는 그런 영화. 한마디로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 대충 찾아보니 뭐 "할리우드는 썩었다"와 "가족은 비극이다"라는 게 큰 주제의식인 것 같은데, (1) 일단 "할리우드"로 대상을 한정시키면 대중들은 뭐에 공감할 것이며, (2) "가족은 비극이다"를 보여주기 위해 온갖 극적인 장치(근친, 마약 등)는 다 사용했던데, 뭘 이렇게까지? 싶었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비슷한 주제에서의 명작은 샘 멘데스의 <아메리칸 뷰티>인 것 같다.


언더 더 스킨 (조나단 글레이저, 2013)

출처: 네이버 영화

맙소사,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같은 감독이었다니... 이 영화도 <맵 투 더 스타>처럼 3월에 본 영화 중 최악 중 하나였다. 솔직히 말해서 줄거리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대체 스칼렛 요한슨이 뭐 때문에 남자들을 저렇게 유인해서 죽이는 건지 영화를 끝까지 보기 전에는 이해도 못했을 듯. (이미 줄거리로 밝혀진 거니까 스포가 아닌 내용인데, 스칼렛 요한슨은 "외계인"이고, 남자들을 "식량 삼아" 잡아먹는 것이다.) 남자들이 잡아 먹히는 장면은 마치 현대미술관에서 알 수 없는 비디오 아트를 보는 느낌이고, 해설을 보지 않는 이상 대체 무슨 내용인지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는 한 몰랐을 것 같다. 뭐 줄거리 상으로는 스칼렛 요한슨이 어떤 남자를 만나면서 여자의 감정을 느끼고 혼란을 느낀다... 라는데, 사실 스칼렛 요한슨이 그 인간의 감정을 느끼는 서사가 그렇게 와닿지도 않거니와, 그녀가 애초에 외계인으로서 자신의 다름에 대해 애초에 어떤 감정을 느꼈던 건지도 명확하지가 않다. 중간에 스칼렛 요한슨이 "다름"에 대해 깨닫게 되는 하나의 장치로 굉장히 흉측한 장애인이 하나 사용된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흉측한 장애인을 써야만 그 "다름"(혹은 "이방인")에 대해 말할 수 있나 싶기도 하고. 뭐 그냥 한마디로 해석하기 어려운 현대미술 같은 작품이었다. 하... 이동진은 이 영화에 5점 줬던데, 이동진의 5점짜리 영화는 참... 난해한 게 많아...


콘클라베 (에드워드 버거, 2024)

출처: 네이버 영화

요즘 사람들이 영화관에 잘 안 간다고 한다. 이유야 뭐 여러 가지 있겠으나 그중에는 이제는 꽤나 비싸진 티켓값과, 다양한 OTT에서 이젠 웬만한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화관에서 볼 만한 퀄리티의 영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다. 사실 <미키17>도 봉준호 감독 영화이니 일단 영화관에서 보긴 봤는데, 후기가 하도 갈려서 기대치를 아예 내려놓고 보았고, 그랬더니 그냥저냥 볼만은 했다. (돌이켜보면 다 어디선가 본 듯한 소재이긴 한데, 그냥 오락용으로 볼만했다, 이 얘기다). 가장 의외였던 점은, <미키17>이 어쨌든 SF영화이니 영화관에서 봐야 그 영상미나 재미를 좀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 의외로 '이건 그냥 집에서 봐도 되겠네' 싶을 수준의 영상미였다고나 할까... 이게 개인적으로 가장 의외였던 포인트였다.


사실 꽤나 호평인 후기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딱히 "재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기대를 내려놓고 영화관에서 관람한 영화가 <콘클라베>이다. 아 그런데 반전. 이 영화를 보고는 '그래, 이런 영화 때문에 영화관에 가야지!'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영상미가 정말 기가 막힌데, 매 씬의 색감, 구도, 조명, 모든 게 훌륭했다('아, 사진은 이렇게 찍어야 하는구나', 싶었다는). 매 씬이 아름답고, 그냥 미술관에 걸려있을 법한 작품 같다. 큰 화면으로 보니 그 아름다움의 감동이 배로 느껴졌달까. 심지어 현악기를 사용한 음악도 상당히 좋다.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엄청 감명 깊었다기보다는, '역시 인간인 이상 흠 없는 사람 하나 없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정도의 내용이었지만, 어쨌든 확실한 기승전결이 있으니 그럭저럭 만족. (<맵 투 더 스타>같이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영화들에 호되게 당하고 흘러간 내 아까운 시간(?)에 현타 몇 번 오다 보면 이제는 스토리라인이 확실한 영화는 그 자체로 점수를 주체된다...)


영상미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리고 음악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 영화. 영화관에서 봐야 할 이유가 상당했던 영화였다.


스카페이스 (브라이언 드 팔마, 1983)

출처: 네이버 블로그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왔길래 보았다. 뭐 늘 그렇듯 옛날 갱스터 영화에는 알 파치노 아니면 로버트 드 니로. 역시나 알 파치노가 알 파치노 했다. 알 파치노는 그 자체로 참 아이코닉한 존재인 것 같다. 관객을 집중시키는 흡입력이 대단하달까. 단순히 젊은 시절의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볼만한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토스테스테론 넘치는 전형적 마초인 알 파치노와 그런 마초남이 재는 것 하나 없이 직진하는 화려한 미녀의 정석인 미셸 파이퍼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결국 둘의 관계는 파국을 맞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후반부로 갈수록 알 파치노의 몰락을 위해 개연성 따위 따지지 않고 그냥 막무가내로 치닫는 느낌이 살짝 없잖아 있어 좀 아쉬웠다. 그래도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들은 영상미나 연출이 꽤나 준수하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5년 1-2월 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