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야? 얼마면 돼? 하루식비.

<하루 1달러로 먹고살기> 리뷰

by 문성 Moon song Kim

1. 얼마면, 먹고 살 수 있을까?

내가 쓰는 돈의 대부분은 식비다. 살아오면서 돈보다는 시간을 택하고 해야하는 것보다는 하고 싶은 걸 택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는 걸 제법 비장하게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그런 선택으로 인해 대부분의 돈을 식비에 쓰게 될 거라고는 미처 예상치 못했었다. 먹는 것에 대부분의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식비를 줄일 수 있을까를 궁리하게 되는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런데. 먹는 것 앞에서 고민을 하는 나를 보며 자괴감이 들었다. 메뉴보다는 가격을 고민하고 같은 것 중에서도 가장 싼 걸 찾는 내가 왜 이리 초라한지.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다. 똑같은 음식이 시간, 장소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지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이 되면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뛰어버린다는 것에. 어디에서는 멀쩡한 음식이 그대로 버려지는데 어디선 음식이 없어 굶어죽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에. 품질이 좋을수록 가격이 올라가지만 어느 수준부터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 계급을 상징하고 그것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며 문화적 계급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금방이었다.


내가 찾은 자구책은 그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었다. 먹고 싶은 것과 지불할 수 있는 금액, 자본의 논리와 감가상각을 고려하면서, 일종의 놀이가 되었다. 나는 먹는 것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물론 여전히 이따금 초라해지는 나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건 더 이상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늘 따라붙는 근본적인 질문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얼마면, 먹고 살 수 있을까? 최소한으로 입에 풀칠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면 인간답게, 즐겁게, 먹고 살 수 있을까? 얼마만큼의 금액이라야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나로 말하자면, 혼자 식사를 할 때에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만원 안팍을 오가는 것 같다. 세끼를 다 챙겨먹는 사람도 아니거니와 세끼를 먹더라도 한끼는 요거트나 미숫가루같이 가벼운 것으로 대신하는 편. 그러나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술자리를 하게 되면 하루 이삼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일주일에 한 두번이긴 하지만. 간혹 술자리가 몇 차를 넘기면 부담스러운 금액이 되어버린다. 이따금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끌리는 대로 먹으면 그 역시 이삼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그 역시 일주일에 한 두번이긴 하지만.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간단하더라도 직접 해먹고 싶은 마음도 있고 제철 음식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시간과 비용, 맛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식비보다 더 줄기보단 더 늘어나는 경우가 많아서 직접 해먹는 건 유보중인 상태.


2.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

그런데 나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서관 서가를 거닐며 새로운 책을 뒤져보는 습관덕분에 발견한 책 <하루 1달러로 먹고살기>

저자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케리 레너드 출판 타임북스 발매 2010.11.01.

<On a Dollar a Day : One Couple's Unlikely Adventures in Eating in America>

저자 Greenslate, Christopher, Leonard, Kerri 출판 Hyperion 발매 2010.02.01.



저자이자 부부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와 케리 레너드

두 사람은 미국의 공립학교 교사들. 교사의 월급만으로는 학자금대출과 집대출금을 갚는데에 어려움을 느끼고, -그렇다. 미국도 한국이랑 그닥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절약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나아가 세계의 많은 이들이 실제 하루1달러 이하로 먹고 산다는 것에 착안해서 하루1달러로 먹고 살 수 있는지 자신들의 생활로 실험을 해보며 이를 블로그에 연재하길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블로그는 많은 주목을 받게 되고 나아가서는 미국의 빈곤층 최저선으로 제시된 금액에 맞춰서 식생활을 해보는 것으로, 나아가 건강한 식단으로 생활을 해보는 것까지, 연재를 하게 된다. 이것이 뉴욕타임즈 기자의 기사로 널리 알려지고 미국내에서도 이슈가 되면서 결국 책으로 출간되고 한국에서도 번역이 되기에 이른 것.
https://well.blogs.nytimes.com/2008/11/03/the-dollar-a-day-diet

나는 이들의 책을 접하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한 발 더 나아가 그걸 재미있는 실험으로 만들고 기록을 해서 사람들과 나누었다는 것이 기발하다고, 심지어 자신들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식생활에 대해서도 재고하게 하는 활동에 이르렀다는 것에 대단하다고 감탄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평범한 자신들의 일상 속에서 1달러로 먹고사는 아이디어를 실천하면서 어떤 것을 먹고 어떻게 먹을 것인가, 또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고 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새롭게 알고 고민하고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실제 경험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적고 있기에 책은 소탈하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처음에는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 식사를 엄격히 제한하고일을 하면서도 어지러워하고 심지어 쿠키 한 조각에 부부싸움까지 하게 되었던 에피소드에 -세상은 넓고 나같은 돌아이는 미국에도 있구나- 킥킥거리면서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같이 먹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먹는 게 좋은지,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는 200년 전의 사바랭의 이야기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먹는 문제는 가장 개인적인 것인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무엇이자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세계의 문제인 것이다.


3. 다시, 일상실험: 얼마면 돼, 하루식비?

10배. 하루일달러와 비교해서 그리고 내 하루 식비를 사람들과 만나는 비용을 제하니고 평균 만천원으로 잡았을 때. 물론 이 금액은 실험을 위한 금액이고 터무니없이 부족함에도. 차이는 크다. 나는 또 다시 이들처럼 하루식비를 정해보고 어떤 것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실험해보고 싶다는,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과연, 한국에서는, 그것도 서울에서는 얼마면 될까? 나의 하루 식비는?


물론 이 질문은 간단치가 않다. 우선은 최저 식비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부터가 쉽지 않다. 간신히 기아를 면할 정도? 그게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을 정도? 메뉴의 수준을 어디까지로 잡아야 하지? 어디까지면 만족할 수 있을까? 혹은, 어디까지가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여러가지 층위의 문제들이 뒤섞여 있다.


내 경우는 일단 나의 이 죽일놈의 식탐.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걸 넘어 사랑한다. 사는데에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읊는 것이 먹는 즐거움이라고 말할 정도로. 세상에는 맛있는 게 왜 이렇게 많은지. 무수히 많은 재료와 무수히 많은 조리법의 만남은 그 자체가 하나의 창조적인 작품이라고 느끼곤 한다. 거기에 더해 식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그것을 어떻게 조리하고 또 조합하고 만들어내는지, 어떤 것에 담아내고 어떤 시간에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분위기로 먹을 것인지 그날의 기분과 조건에 따라 음식을 고르고 음미하고 마음을 담아 사람들과 나누는 그 과정이야말로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그렇다. 식탐은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 먹고 마시고 나누는 행위에 대한 과도한 애정으로 발전해 식비를 늘리는데 주된 역할을 하는 중이다.


더불어 부족한 것보다는 넘치는 편을 택하는 우리나라의 식문화. 여행을 다니면서 먹는 것에 인색한 것을 치사하고 느끼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언제나 더 내어주는 반찬, 물을 기본적으로 내어주는 식당. 누군가를 초대하면 음식이 모자란 것보다는 넉넉한 편을 택하는 사람들.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가급적이면 먹을 만큼만 그리고 내 몫은 깨끗이 비우는 편을 택하지만 자꾸만 내어주는 음식에 결국은 남기고 일어나야하는 일이 많다. 식사는 제대로 해야한다는 인식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함께 식사를 해야하는 순간들. 술자리도 역시 안주없이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은 많지 않기에 가벼운 안주보다는 무거운 식사에 가까운 안주들을 먹게 된다. 술자리가 이어지기라도 하면 역시나 당연하게 과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여기에 더해지는 빈부격차와 높은 물가. 우리나라는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하고 물가 역시 비싼 나라에 꼽힌다. 우리나라는 2019년 OECD국가 36개국중에서도 30위로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 7번째, 공교롭게도 2019년 서울은 뉴욕과 함께 세계에서 7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이기도 하다.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03/165852/

당연히,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음식에 돈을 많이 쓰게 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고, 나 역시 자유롭지 않다.


다시, 일상실험을 해보려 기준을 세워본다.


언제나 가장 먹고 싶은 걸 우선으로 택한다.

평상시 텀블러에 물이나 차를 들고다니며 일회용품도 줄이고 식비도 줄여본다.

한끼정도는 좋아하는 걸 간단히 준비해 싸가지고 다니며 일회용품을 줄이고 식비도 줄여본다.

식당에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과하게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 시킨 음식은 가급적이면 남기지 않는다.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먹으며 보내는 시간 역시 식당외에도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소를 택해본다. 음식을 살 때에는 다회용기를 준비해서 적절한 양을 먹고 쓰레기도 가급적이면 만들지 않는다.


이 규칙으로 얼마나 식비가 줄어들까?

이전에 비해서 나의 식생활에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상이 실험, 인생이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