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박물관으로서의 미술관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미술관 활용법을 좀 더 자세히 적어본다.
지난번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적어보았다. 관심 있는 작품이나 인물, 그들이 속한 분야나 시대를 다루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시작해보라는 조언과 함께 우리나라 미술분야 전문, 종합박물관을 미술사의 기준으로 정리해보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호기심이 있고 안목을 쌓고는 싶지만 막상 어디를 가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이들을 위한 팁을 나누어보고 싶었다.
박물관에 관한 열개가 넘는 이전의 글도 결국은 박물관을 더욱 잘 이해하고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박물관의 정의와 역사에 대해서 요모조모 살펴보며 누누이 언급했듯 박물관은 공공시설이고 결국은 나를 비롯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 속에서 가치 있다고 인정받는 유물들과 예술품들을 수집해 보존하는 곳이자 연구하며 전시하는 곳이기에 때때로 엄숙하거나 콧대 높게 혹은 지나치게 전문적이거나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런 분위기에 불편을 느끼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도 이따금 전시장의 고요에 눈치가 보여서 숨을 제대로 못 쉬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은 공개전시를 전제로 하는 공공시설이다. 세계사와 한국사에서 박물관의 발전과정을 훑어보면 확인할 수 있듯 듯 수집과 보존에서 연구와 전시로 무게 중심이 옮겨왔다. 나아가서 이제는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관람객에게로 다가서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많은 박물관들이 소장품과 전시를 최대한 활용하여 더욱 많은 관람객들을 만나고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전하고 또 지역과 사회에 영향을 문화적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또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다. 박물관의 역할이 관람객 중심으로 변화하게 된 까닭은 사회문화의 발전과 변화, 내부적으로는 연구와 전시의 발전과 그에 따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발전으로 민주화와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가 확대되었고 대중문화의 발달과 취향의 다양화 여기에 더해 문화의 영향력이 더욱 강력해지면서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각과 요구가 등장하게 되었다. 박물관에 관한 연구와 전시의 기법 역시 발전하면서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긴 이야기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박물관이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를 위한 곳이라는 것이다.
2. 도대체 무얼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박물관에서 전시를 보는 것 외에 도대체 무얼 할 수 있는가? 미술관은 미술분야 전문으로 회화, 조각, 공예, 건축, 사진 등의 미술에 관련된 것을 중심으로 하지만 다른 전문박물관/종합박물관에서는 또 다른 분야들에 관련된 일들을 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본다면 더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참고하기를.
(1) 전시연계 행사 : 전시와 연계된 강연, 대담, 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
전시를 관람할 때에도 관람과 더불어 다양한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우선 전시와 관련된 활동으로, 오디오 가이드나 비디오 프로그램, 도슨트 투어와 같은 전시안내로 전시를 더욱 풍부하게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다. 요즘에는 여기에 더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와의 토크 혹은 전시작가와의 토크나 관련 전문가의 토크도 더해지는 추세. 관람자의 입장에 더해 기획자의 눈으로, 작가의 눈으로 전시를 다각적으로 살펴보며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기회도 늘고 있다. 마음에 드는 전시를 보려고 마음먹었다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전시안내를 확인해본다. 전시에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와 더불어 전시 관람 외에도 다양한 전시 관련 행사를 확인해볼 수 있다. 점차 전시연계 프로그램들은 다양화하는 추세이다. 코로나 이후로는 예약이 필수인 경우도 많고 시간대별, 요일별 행사나 온라인 연계 프로그램 역시 강화되어가는 추제이기도 하다.
혼자 가볍게 둘러봐도 좋고 리플릿으로 안내를 받을 수도 앱이나 툴을 통한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가이드북으로 셀프 프로그램을 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온라인으로 전시해설, 큐레이터의 안내 영상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전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도 있고 만든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좀 더 전문적인 정보와 연구를 생각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2) 예술의 이해를 돕는 교육/연구 프로그램 :
전문박물관으로서 미술관은 점차 시민의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예술을 접하는 일종의 플랫폼화 되는 추세이다. 다시 말하면 전시를 기본으로 미술분야에서 출발한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공개한다는 뜻이다. 전문적인 정보나 자료, 연구를 볼 수 있는 기회들도 점차 늘고 있다. 전문가들의 강좌나 라운드 테이블, 심포지엄, 콜로키움과 같은 학술행사가 진행되는 경우 관심이 있는 관람객도 참석해 지켜볼 수도 토론이나 질의응답에 참여할 수도 있다. 덧붙여 미술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자료실은 알차고 접근하기 어려운 전문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역시 이 자료들도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학예사들이나 연구자들도 관외대출은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도서관내에서 열람, 복사해야 한다.
더불어 여기에 더해 움직이는 미술관이나 학교연계 Out Reach 프로그램으로 직접 작품을 가지고 찾아가기도 한다. 오프라인만이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거나 관련된 전문적인 정보도 제공하면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3) 예술경험의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 :
나아가 미술관은 전시를 넘어 다양한 예술장르와 협업을 하고 그것들 역시 미술관으로 끌어들여 관람객들이 더욱 많은 문화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추세이다. 특히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미술관들에서는 영화를 현대미술 장르의 일환으로 상영하고 음악이나 무용과 같은 타 장르와의 협업으로 퍼포먼스나 공연을 하는 게 익숙해질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 몇몇 미술관에서는 북콘서트나 인디가수의 공연, 디제이의 공연, 파티까지 열고 있다. 전시 관람과 공연 관람, 사교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여가와 오락을 위한 장이 되기도 한다. 또 몇몇 미술관은 지역의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사업이나 지역민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관람료를 할인하거나 미술관내의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역밀착의 문화사업까지도 지원하고 있다.
요컨대 미술관은 사회문화를 보존하는 곳이자 교육하는 곳이고 더불어 문화를 소비하는 곳이자 문화적인 창조를 하는 곳, 나아가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곳이자 외부의 문화를 접하고 비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들, 관람객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전시를 관람하는 곳이자 관련된 전문적인 내용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곳이고 간접적인 경험을 확대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시를 비롯해서 작가와 만나고 영화나 음악,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예술 장르를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머리를 식히거나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산책하는 마음으로 나와서 가볍게 둘러보며 눈요기를 할 수도 있고 호기심이 일거나 좋아하는 작품, 작가를 만나서 감각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전문적인 자료나 정보를 찾아서 더욱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도 관련된 학술정보들을 통해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도 있다. 혹은 친구들과 전시와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거나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릴 수도 있다.
미술관은, 박물관은, 코로나가 진행 중인 지금도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광고나 홈페이지, sns 등의 미술관, 박물관 정보를 찾아보는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각자의 취향에 맞는 전시나 관련 프로그램, 체험활동을 찾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