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지치지 않고 달렸다. 이삼분, 십여분, 짧은 정차 후에는 잠깐의 연착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속도를 내며 내달았다. 모스크바를 기준으로 하는 열차시간표는 어느 역에서든 어김없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카작보다는 훨씬 번화해보이는 작은 도시들을 지나고 마을들도 지나 울창한 숲을 따라 달렸다. 열차칸 끝의 기차시간표의 도시이름과 론리플래닛의 도시이름을 대조해본 끝에 우랄산맥을 지나고 있음을 알았다.
카작의 메마른 땅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생기넘치는 숲이 차창밖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햇살을 받아 더욱 하얗게 빛나는 자작나무들이 기차에 부딪힐 듯 스쳐지났다. 우아하고 고고하게 뻗은 흰 줄기들 뒤로 빽빽한 나무, 나무, 나무들. 깊다 못해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감히 들여다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그래도 한 발이라도 가까이 다가가 엿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다. 나는 호기심을 채우지 못하는 대신 다른 곳으로 돌려 옆자리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끄또, 에, 루스끼? 비료자? 비료자? 비료자! 아, 비료자! 차창밖으로 줄기차게 이어지는 자작나무를 가리키며 몇번이고 되뇌었다. 비료자, 비료자, 비료자가 메아리치듯 숲을 에워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