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강에서 유람선을 탔다. 배는 천천히 미끄러지며 모스크바 한복판을 스쳐갔다. 크레믈린의 붉은 성벽이 그림 같은 풍광으로 펼쳐졌다. 그제야 크레믈린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곳을 드나들 때보다 더 가까이, 손에 잡힐 듯 여겨졌다. 멀리 물러나야만 전체를 가늠하고 관조할 수 있었다. 어떤 경험이나 그러하듯. 안에서 경험한 것들은 강렬했지만 한 장면, 하나의 감각, 단편으로 남았다. 제각기 흩어져있던 퍼즐조각들은 유람선에서 돌아본 모습에서 비로소 서로 맞물려 크레믈린의 풍광을 완성하고 있었다.
유람선이 크레믈린을 지나 모스크바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통과할 때마다 모스크바의 여름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 것 같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제는 오래된 모스크바의 여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