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정교회, 크레믈린

by 문성 Moon song Kim

크레믈린 안에는 다섯개의 성당이 있었다. 제각기 다른 시기에 다른 이가 세운 성당이었지만 모두가 그리스정교를 받아들여 러시이정교의 문화를 이어온, 지배자가 세운 건축이었다. 종교는 권력으로 물꼬를 트고 문화로 꽃을 피웠다. 그 사실을 물리적 실체로 보여준 것이야말로 건축이 아닐까. 크레믈린의 성당들은 금빛지붕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돌로 쌓아올린 벽체의 육중한 무게감이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이는 금빛 돔에 한없이 가벼워졌다. 땅에서 시작했지만 하늘에 속한다고 주장하듯 빛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당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성당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였다. 화려하고 섬세한 계단과 정문을 지나 들어서면 눈부신 햇살에 익숙했던 눈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레 발을 옮기다보니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종교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그림과 조각들 그리고 의식에 쓰였거나 권력자의 것이었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뒤로는 고생창연한 이콘화들이 어두운 벽을 밝히는 환영처럼 가득했다. 사방에서 이어져 가장 높이 솟은 돔천장까지도. 바로 그 높은 천장에 길고 가는 창이 나 있었다. 창에 어린 빛은 눈을 찡그릴 정도로 밝았지만 돔을 지나 벽을 따라 내려오며 희미해져 예수의 수난을 묘사한 이콘화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릿했다. 아마도 내가 선 그 자리에서 그곳을 지은 이들도 그곳에서 예배를 드리던 이들도 그렇게 어둠에 잠겨 고개를 들고 빛이 쏟아지는 천장을, 휘광을 쓴 예수의 모습을 올려다보았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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