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가로수, 건물과 공원, 사람들. 반복되는 풍경 속에 난데없이 거대한 동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뒷모습은 옆모습으로 다시 앞모습으로 천천히 다가왔다가 멀어졌다. 스케치를 끝낼 새도 없이. 다시 가로등, 가로수, 건물과 공원, 사람들이 시야를 채웠다. 방금 막 사라진, 내 눈에 박힌 그 모습을 잡고 싶어 연필을 놓지 못하는 와중에도 유람선은 유유히 흘러갔다. 결국 미완성한 스케치를 한참후에야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남겨두었다.
예기치 못한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감동하고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순간을 움켜잡지 못한다 하더라도 아쉬워하기보다는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보낼 수 있기를, 즐겁게 이야기하며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기를. 여전히 바란다. 그런 순간이 여행에서도 일상에서도 계속되기를. 그것이 '작고 하찮은' 순간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