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게우, 모스크바국립대학교

by 문성 Moon song Kim

모스크바강 유람이 끝날 무렵 엠게우를 보았다. 힘을 잃어가는 부드러운 햇살 속에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먼 다리 너머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곳에 선 건축은 금방 사라져버릴 환영처럼 희미하고도 아름답게 보였다. 러시아깃발을 펄럭이며 천천히 움직이는 유람선에 앉아서 해가 지기 전에 저곳에 꼭 가봐야겠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모스크바 대학교가 조금 더 궁금하다면, https://ko.wikipedia.org/w/index.php?title=%EB%AA%A8%EC%8A%A4%ED%81%AC%EB%B0%94_%EB%8C%80%ED%95%99%EA%B5%90&oldid=13050419 (위키백과)

결국 배에서 내려 강변을 따라 한참을 걸어올라가서 엠게우를 마주했을 때 해는 이미 저물고 있었다. 어스름 속 엠게우는 이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물리적 실제가 되어 내 앞에 서 있었다. 좌우도 높이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건물들이 겹겹이 이어지고 앞마당의 너른 잔디밭 좌우로는 엄숙한 얼굴의 동상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이 뻗은 건물중심부의 주랑을 올려다보며 그곳의 학생이라는 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흉상들을 지나며 자연스레 흉상의 주인공들이 그곳을 오가고 그곳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도로변으로 나왔을 때에는 가로등이 하나씩 불을 켜고 있었다. 방금 전의 고요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번잡하고 시끄러웠다.


자동차에 무지한 내가 보기에도 번쩍거리는 고급스러운 외제차들이 빵빵거리며 도로를 질주했다. 신호등을 무시하며 달리는 차들에 간신히 도로를 건너자 관광객들과 젊은이들 그리고 노점상들이 뒤엉켜 북적거렸다. 누군가는 노점상에서 기념품을 흥정하고 누군가는 음악을 틀고 몸을 흔들고 누군가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모스크바의 전경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엠게우를 마주보는 그곳 바라뵤비는 모스크바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명소이자 유명한 관광지였다. 그곳에서 엠게우와 모스크바시내를 바라보며 아침부터 그때까지 보았던 곳들을 꼽아보았다. 전쟁기념관과 붉은 광장, 레닌묘와 크레믈린, 모스크바강과 엠게우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었던 하루가 벌써 아득했다. 백야에 가까운 길고 긴 모스크바의 여름날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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