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트거리에서

by 문성 Moon song Kim

모스크바의 여름날은 새벽부터 시작됐다. 길고 긴 하루가 끝나고는 곧 다시 시작이었다. 눈부신 햇살을 막을 도리가 없어 일어나 움직이다 보면 그 긴 하루가 어떻게 갔나 싶게 끝나 있었다. 크레믈린도 모스크바강도 익숙해졌을 즈음 조금씩 활동범위를 넓혀 새로운 곳을 찾아나섰다. 그 중 하나가 아르바트 거리였다.

지하철역 앞 거리의 초입부터 화가들이 이젤을 늘어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유명한 모스크바의 풍경을 담은 풍경화, 아르바트거리를 그대로 옮긴 스케치, 유명인과 관광객들의 초상화.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들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소련의 군복, 모자, 뱃지, 마트료즈카, 전통의상, 레닌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 화려한 문양으로 번쩍이는 군용수통. 음악을 틀어놓고 묘기에 가까운 기계체조를 하는 앳된 소녀. 그리고 바이올린 소리가 흐르고 있었다. 오가는 관광객들 속에 정장을 입은 나이든 남자와 딸인 듯 한 소녀 둘이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선율이 그 거리를 그 거리의 모든 것 하나하나를 감싸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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