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데비치수도원, 모스크바

by 문성 Moon song Kim

모스크바를 떠나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노보데비치 수도원이었다. 일주일 넘는 시간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이곳을 골랐다. 서울의 두배가 넘는 거대하고 복잡한 도시에서도 사색을 할 수 있는 곳이자 내가 좋아하는 이들의 묘지라는 -론리플래닛이 알려준-사실에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지하철을 타고 수도원 앞에 도착할 때까지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노보데비치 수도원은 고풍스러웠다. 높은 성벽과 육중한 철문을 통과하자 묘지라기보다는 잘 가꿔진 숲 속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나무와 덤불, 꽃들이 무성한 사이로 걸어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곳의 주인이 그곳에 잠들어있는 이들이라는 게 분명했다. 누군가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서 있었다. 누군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펜을 쥐고 있었고 누군가는 악보를 쥐고 있었다. 그들의 이름과 나이, 이야기가 적힌 비석에는 바로 얼마전에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놓고 간 싱싱한 꽃이 놓여 있었다. 나는 체홉과 쇼스타코비치의 비석 앞을 서성이며 내가 읽은 단편들을 그리고 들었던 음악들을 떠올렸다. 풍성한 나뭇잎들 사이로 햇살이 비추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바람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리는 그곳에 마치 그들의 이생이 있는 듯 여겨졌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가 그치고 다시 눈부신 햇살에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사라지는 동안에도 비석과 기둥이 만든 처마 아래 서서 그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곳을 떠나기 위해 발길을 돌리다 말고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곳의 풍경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이따금 기억속에서 떠올려보며 그날처럼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보데비치 수도원의 역사와 정보, 노보데비치수도원의 풍경이 궁금하다면
http://russiainfo.co.kr/2215

노보데비치 수도원에 묻혀 있는 이들이 궁금하다면, http://novodevichye.com


이전 11화아르바트거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