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과거로 향하는

by 문성 Moon song Kim

오래된 티켓들은 다시금 여행지를 구체적으로 기억하게 한다. 장소가 떠오르고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을 특히 사람들과의 순간들을 되살아나게 한다.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어리둥절한 상태로 기차역을 헤매고 다니는 나를 구해준 어떤 러시아인의 낯선 친절. 기차역에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고 우여곡절끝에 도착한 나에게 끊임없이 돈이야기를 하던 민박집주인의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던 불친절. 도착한 바로 전날 일어난 체첸반군의 테러에 총을 들고 내가 가는 곳곳을 누비던 삼엄하던 군인들. 처음 만났음에도 오랜 친구처럼 모스크바를 안내해주던 유학생 친구. 이틀치 숙박비로 그림을 사게 만들었던 더벅머리에 허름한 옷을 입고 있던 아르바트 거리 화가. 어디서 무슨 티켓이든 티켓을 사러갈 때마다 불쾌하게 만들었던 쌀쌀맞고 무표정하던 매표원들. 그럼에도 티켓을 내고 들어가고 나면 들어가길 잘했다고 느끼게 했던 그곳들. 모스크바.

나는 그곳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더 보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초조해했다. 분열적인 두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모스크바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그 둘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머물 것인지 떠날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자마자 그 고민을 잊어버리고 말 것을 생각지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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