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정말로 하나뿐이다.
살아 있기 위해서.

<온 더 무브>, <인섬니악 시티> 책으로 읽는 사랑

by 문성 Moon song Kim

1.

간만에 연락한 친구가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느냐고 물었다. 다른 이들에게 두 달은 꽤 긴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잠깐 침묵하다 답했다. 기억하지 않다가 떠오르는 것보다는 늘 기억하고 있지만 감정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엄마는 지금까지 내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사람이었고 동시에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이제 내 곁에 없지만 그 사람이 나와 함께 보낸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나에게 남겨둔 많은 것들이 앞으로도 나와 함께할 것임을 안다. 아마도 그 무게는 앞으로도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 다만 그것들을 어떻게 보듬고 꾸려갈 것인지는 내 몫 이리라.


2.

올리버 색스를 보내고 그와의 순간들을 돌이켜보았을 빌 헤이스를 떠올린다. 그렇다. 어쩌면 나는 과하게 타인의 관계를 이상화하고 있는 걸까.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관계에 모녀관계였던 엄마와 나의 관계를 억지로 투영하고 있는 걸까. 단지 위안을 얻고 싶어서.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들의 관계는 엄마와 나의 관계와 달랐고 아름다운 글을 남겼음에도 그들 역시 두려움과 슬픔,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힘겨워했는지도 모른다. 혹 그렇다 하더라도,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이 남긴 글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관계 속에서만이 얻을 수 있었던 모든 것들. 그 안에서 겪은 기쁨과 슬픔 그리고 상실할 것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껴안았던 기어이 상실하게 되는 순간에도 의연하게 맞이했던 그들의 마음을. 그리고 상실 뒤에 남은 자의 마음을.


3.

... 마흔여덟 나이에 뉴욕으로 옮기면서 배운 것이 있다면, 그건 내가 아직은 새 장소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더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를 얼마나 그리워할지 이미 아는데, 떠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

뉴욕 없이 살아간다는 생각조차 견딜 수 없다고, 그만큼 뉴욕을 사랑한다고 했던 웬디의 말이 기억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슬프면서도 가장 낭만적인 말로 들린다. 뉴욕이 그 마음을 돌려줄 수 없기에 슬프며,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남편, 아내, 여자 친구, 파트너, 애인-에 대해 서보 다도 더 자주 하는 말이기에 슬프다. 그들이 당신 없이 살아간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그런데 살아간다. 그들도. 우리도. 매일 아침 눈 뜨면 물음이 일어나곤 한다. 뭐 하자는 거지? 살아서 뭐하게? 답은 정말로 하나뿐이다. 살아 있기 위해서.

2016년 8월 30일, 뉴욕


<인섬니악 시티> 빌 헤이스


4.

나는 엄마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던 순간에도, 알츠하이머로 점차 기억을 잃어가던 순간에도, 내 눈앞에서 숨을 몰아쉬며 떨어져 가는 혈압과 맥박을 지켜봐야만 했던 순간에도, 엄마가 없는 순간을 살아간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살아간다. 올리버 색스를 잃은 빌 헤이스를 포함해 사랑하는 이를 잃은 다른 무수히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매일 아침 눈뜨면 물음이 일곤 한다. 뭐 하는 거지. 살아서 뭘 해야 하지. 빌의 말처럼, 답은 정말로 하나뿐이다.

다만. 살아있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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