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성 moon song Aug 05. 2022

우리는 왜 예술을 경험하려 하는가

<우리는 왜 예술을> 인터뷰집 서문

<우리는 왜 예술을>인터뷰집 서문


1. 우리는 왜 예술을 경험하려 하는가.

우리는 왜 예술을 경험하려 하는가.

다시 말하면, 우리는 왜 예술을 만들려/함께 나누려/즐기려 하는가.  

철학자들의 논리, 경제학자들의 통계, 언론이 떠들어대는 시장의 값어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예술이 가치로운 무엇임을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과연 그런가. 나는 늘 고민스러웠고 그랬기에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예술 작업을 하거나 함께 나누거나 혹은 즐기려고 하는가. 다른 이들은 예술을 자신의 삶에서 가치로운 무엇으로 경험하고 있는가.


2. 고민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고민은 나로부터 비롯되었다.

나는 왜 예술계에서 일하는가.

예술계 언저리에서 일하기를 택하면서도 일하면서도 늘 고민했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 그림 그리는 걸 멈출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연습장을 온통 그림으로만 채우면서도 고민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나는 왜 선생님이, 엄마 아빠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걸 하고 있지.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힘들었고 고통스럽기도 했었다. 입시를 위해 다닐 학원비는커녕 재료도 살 수 없는 집안형편에 그림으로 대학을 나온다 해도 그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1%도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고 다른 전공으로 진학을 하고도 결국 나는 빛나는 작품들을 배우기를 택했고 조금이라도 작품들 곁에 있을 수 있는 일을 택하다 보니 어느새 큐레이터, 아트디렉터라는 직함을 갖게 되었고 다시금 짬짬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을 만났다. 나와 같이 예술계에서 일하기를 택한 이들이었다. 작품이나 전시에 가려져 관람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더라도 결국은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계에서 일하기를 택해 예술계 언저리에서 머무르는 이들. 그들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늘 궁금했다. 그들은 왜 예술을 함께 나누려 하는가. 더러는 나도 모르게 질문이 튀어나오기도 했고 긴 대화로 귀결되기도 했다. 왜 혹은 어떻게. 그것에 따라 작업의 방향도 나눔의 방식도 즐거움의 크기도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더더욱 고민스러웠다. 왜 혹은 어떻게를 잘 알게 된다면 작업의 방향도 나눔의 방식도 즐거움의 크기도 최대치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더더욱 알고 싶었다.


3. 이따금 먼저 묻는 이들도 있었다.

이따금 먼저 묻는 이들도 있었다.

주로 나를 낯설게 혹은 신기하게도 보는 이들이었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정말로 예술이 다른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 혹은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냐고 묻기도 했다. 혹은 정말로 예술이 좋으냐고 의심스럽게 묻는 이도 천진난만한 얼굴로 저 작품이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게 맞느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나는 그들을 붙들고 설명을 하기도 했고 고백하듯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고 이따금은 침묵을 지키기도 했다. 처음에는 답답해하는 그들을 나 역시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는 경험 속에서 느낄 수 없었다면 즐거움은커녕 이해도 어렵겠구나 답답함을 느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예술이 일상의 어떤 순간의 경험을 바꾸고 그렇게 삶의 어느 장면들을 나아가 삶의 방식도 결국은 삶의 방향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경험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내 안에서도 그들과 같은 질문이 목구멍 너머 튀어나오곤 했다. 순간순간 부딪히는 상황들 속에 회의에 빠져서 혹은 좌절감에 종종 무력감을 느끼며 허우적거릴 때면 나 역시도 그들과 같은 의문과 함께 다시금 자문하고 있었다. 우리는 왜 포기하지 않고 예술을 만들려/함께 나누려/즐기려 하는가.

 

4.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답을 찾다

지금까지 예술계 언저리에서 작업한 인터뷰 속에서,

그러니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답을 찾아보려 한다.

지금까지 예술계 언저리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 그리고 나 자신이 갖고 있던 질문들. 사람들의 답변들 그리고 그들과 나눈 대화들을 더듬어보고자 한다. 그들은 왜 예술을 경험하려 하는가. 그들의 삶에서 예술은 어떤 의미인가. 그 안에서 나도 지금 나의 답을 찾고 싶다. 현재의 나에게, 예술은 어떤 의미인가. 어떻게 예술을 만들려고/함께 나누려고/즐기려고 하는가.

혹 이 글을 읽는다면 다른 이들도 자신의 삶에서 예술의 의미를 찾고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예술이 나에게 필요한가. 예술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나. 내 삶에서 왜 예술이 의미가 있었던 순간이 있었나. 혹 내 인생의 어떤 장면에서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혹은 기쁨이 되었던 순간을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 예술의 향유와 더불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