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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Aug 29. 2022

열 배 아니면 스무배의 가치로 느껴지게 만들어야지

<우리는 왜 예술을>인터뷰1-(3):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박귀주

우리는 왜 예술을,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박귀주






사람들한테 느껴지는 가치는 최소한 열 배 아니면 스무 배는 되게 만들어야지.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도슨트는 교육적으로 관람객들에게 뭔가 전달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 아무래도 현실적으로는- 그렇죠. 그럴 수밖에 없죠. 미술관에서 해야 될 전시에 대한 교육 역할을 대신해주는 거죠. (미술관으로부터) 일임을 받은 거잖아요. 그러니 아무래도 전시에 대한 내용을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죠.

특히 (전시에서) 작가들의 작품이 어렵거나 이럴 때. 예를 들어 (작가들이) 관람객이 이걸 다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뭐 다만 (혼자) 감각적인 차원에서 이렇게 저렇게 (했을 뿐이라고) 말하면 참 듣기가 그렇더라고요. (웃음) 이 사람들은 이 넓은 전시장을 자기가 혼자 그렇게 쓰는데 왜 관람객들한테 이해를 시키려고 하지 않지, 그런 생각이요. 예를 들어 가수들이 노래를 할 때는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건데 ‘어 나는 안 들어도 상관없어요’ 이렇게 말하는 거하고 비슷한 거 같아요.      


학예사가 기획자라면 도슨트는 그걸 설명해주는 전달해주는 사람이잖아요. 서로 다른 의미의 매개자인데, 도슨트에게 따로 전문성이 존재한다고 느끼시는지요.

박: 네, 전문성이 존재하죠.

아무래도 도슨팅할 때 전시를 함께 준비한 동료들이 피어(도슨트활동의 피드백)를 해줘야지 도슨팅을 보완하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술관) 직원들이 물론 (피어를) 볼 수 있어요. 일반적인 거는. 근데 전시 공부를 하고 도슨트 스크립트를 직접 써보지 않고 하는 거니까 차이가 있을 거예요. 못 보는 부분이 생기실 거에요.

도슨트를 그래도 몇 년 하시고 나면 (다른 도슨트분들의 도슨팅을) 들으면 ‘아, 이 부분이 걸리는구나’하고 귀에 들어오게 되잖아요. 근데 처음에는 그게 안 들려요. 처음에 한두 해에는 선배들 설명 들으면 무조건 잘하시는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잖아요.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설명은 어떤 설명일까요.

박: 저도 완벽히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지만, (웃음)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도슨트 설명은 일단은 내용이 있어야 하고요. 재미도 있어야 되요. 내용을 너무 없이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도슨트가) 공부를 해야 된다는 얘기구요. 어려운 내용이지만 되도록 조금 쉽게 풀어서 관람객이 편안해하면서도 그래도 조금 얻은 게 있었다고 심적으로 그리고 지식면에서도 둘 다 고렇게 생각할 수 있으면 가장 이상적이죠.

저는 도슨트를 할 때 작가를 완벽하게 파악을 해서 ‘짠 나는 이렇게 잘 알고 있어’라고 과시하는 거보다는 그냥 짧은 팩트라도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설명을 해도 무난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처럼 전시의 규모가 크고 작품 수가 많아서 짧게 축약을 해야 되는 경우에 해당이 되는 거 같아요. 그런데 외부 기획전시 같은 건 조금 다르죠. 예를 들어 반 고흐전이나 르누아르 전 이런 거는 관람객들이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좀 더 자세하고 약간 더 (마음을) 건드리는 감동적인 부분을 원하면서 온 거잖아요. 그러니 거기에 맞춰야 된다고 생각해요. 요컨대 전시 성격에 따라서 좀 차이가 있을 거 같애요.

재미는, 꼭 농담을 집어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미술관 설명에 맞는 재미는 약-간의 에피소드 종류가 마땅할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작가와 관련된 아니면 작품과 되도록 관련된 살짝 곁다리 이야기. 그러니까 조금 더 플러스 되는 이야기. 너무 질이 떨어지는 농담을 일부러 집어넣는 그런 건 굳이 필요 없는 거 같더라고요.      


곁에서 지켜보면서 선생님께서 자원봉사치고는 굉장한 수고를 하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명의 도슨트로 성실하게 대부분의 전시에 참여하시고 다른 도슨트들의 피어(도슨팅 피드백)활동을 하시고 또 도슨트들의 모임을 이끌어오신 게 애정을 넘어 사명감처럼 느껴졌거든요. (웃음)

저는 (자원봉사자로) 팔천원을 받고** 설명을 하고 있지만 제 설명이 팔천원짜리 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는 그런 쪽으로는 지나치게 고집이 있는 거 같아요. 처음 (도슨트를 시작)할 때부터 살짝 기분 상하는 일이 있어도 나중에 내 설명이 필요해서 이분들이 요청하게 해야지’ 이런 마음을 가지고 지금은 어차피 잘 모르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겠다 생각했었어요.

근데 (도슨트활동을) 해오면서 보니까 (서울시자원봉사제도가) 지금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시스템이에요. 아무리 시장님을 직접 만나도 그게 해결이 될 부분은 아니지 싶어요. 여러 가지 급한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좋은 쪽으로 볼 수도 있고 나쁜 쪽으로 볼 수도 있는데, ‘아이 내가 거의 돈을 받지 않지만 그래도 그게 사람들한테 느껴지는 가치는 최소한 열 배 아니면 스무 배는 되게 만들어야지. 나 스스로 만족을 하는 설명이 되어야지. 그냥 대충하는 거는 아니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는 사람만 알겠지 생각하고 하는 게 저한테도 편한 거에요. 도슨트가 많이 도움이 되는구나 (활동으로 깨닫게) 해서 (도슨트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구요.    

  

도슨트 제도 그리고 운영 자체가 잘 정착이 됐으면 하시는 게 느껴지네요.

네 바람이 있죠. 청소년 도슨트 교육이 들어오는 걸 보고 꼭 미술관 전시가 아니라도 도슨트 교육을 필요로 하는 데가 생기는구나, 차츰 한두 군데씩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고 싶어하는 데가 생기니까 (도슨트의 활동 반경이) 아무래도 조금씩 늘어나겠지 싶었어요. 그러면 (다른 도슨트) 선생님들한테도 기회가 조금 더 넓어지는 거잖아요. 넓어진다고 해서 (웃음) 돈을 많이 번다, 이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요. (웃음)

그리고 (도슨트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을 오랫동안 알게 되니까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잖아요. 거의 십 년, 십몇 년 넘은 사람들도 많거든요. 미술관에 나오시는 분들하고는 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거니까 그 관계가 오래가더라고요.




*본 인터뷰는 2018년 석사논문을 위한 질적 연구에서 도슨트 활동에 관한 약 6개월 간의 참여관찰과 다섯 차례의 심층 인터뷰의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정리를 하며 박귀주 선생님의 뒤를 쫓아다니며 활동을 관찰하고 인터뷰 속에 오갔던 농담, 선생님의 차분하고도 단아한 목소리가 떠올랐고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던 도슨트 활동에 대한 꾸준한 애정, 행간의 진심을 최선을 다해 전하고 싶었다.

**자원봉사 도슨트의 활동비는 2018년 금액으로 2022년 현재는 서울시의 자원봉사자 금액기준(약 만 이천원)을 따르고 있음을 밝힌다.


***도슨트(docent)란 전시해설로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슨트는 전시의 기획의도에 따라 관람객을 이끌고 전시실을 돌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해설을 하는데 이때 작품에 대한 단순한 정보전달뿐 아니라 작가의 삶이나 기법적인 특징, 사회문화적인 배경 등 풍부한 맥락을 함께 전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1907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제도로 시작되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도슨트 제도가 유입되었다. 미술관은 우리나라 법에서도 밝히고 있듯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곳”이지만 대중예술에 비해 미술전시의 관람률은 높지 않다. 미술관도 이를 인식하고 관람객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도슨트 제도는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에서 대부분 자원봉사로서 도슨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시립미술관은 2003년부터 ‘도슨트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슨트 제도를 운영해온 모범사례로 꼽힌다. 도슨트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본인의 논문 “미술관 도슨트의 역할 갈등에 관한 문화기술적 사례연구”를 참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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