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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Aug 27. 2022

'이분들이 자알 들었다' 확신이 들 때가 있어요

<우리는 왜 예술을>인터뷰1-(2):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박귀주

우리는 왜 예술을, 

서울시립미술관 도슨트 박귀주





이분들이 자알 들었다하고 확신이 들 때가 있어요.      


도슨트할 때 어떤 부분이 가장 그 즐거우세요. 설명하실 때 성취감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박: 예. 아무래도 호응도가, 반응이 있다고 느껴질 때죠. (웃음)


호응도는 어떤 걸로 감지하세요. 선생님.

박: 꼭 외향적인 제스처는 (웃음) 아니고, 끝나고 인사를 받는다거나 아니면 분위기 같은 걸로요.

제가 요번에 (새로운 전시 도슨트를 준비하려고) 오민 작가 작품을 보면서, 도슨트가 도슨팅을 하는 게 살짝 일종의 공연 같잖아요, 고 부분에서 맞아떨어지는 게 있어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집중을 하잖아요. 예를 들어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들이 미친 듯이 연습을 하면 이게 소리만 들리게 되는 순간이 온다는 거예요. 거의 무의식적으로 손은 자기도 모르게 가고 있고 소리만 들리면, 그게 좋지 않다는 거예요. 폐쇄적인 자기 틀로 들어가는 거니까 사람이 그걸 끄집어내서 약간 떨어져서 자기를 볼 수 있어야지 좀 더 넓은 의미에서 현대음악 작곡을 할 수 있다는, 이런 견지로 작품을 만들었더라고요.

이 작가가 특별한 말을 했어요. 공연하는 사람들이 연습을 할 때 시선 가지고도 연습을 하고 여러 가지로 하는데 그 (다양한 방식으로) 보는 연습할 때 마음으로 들어오는 시점이 있대요. 그래서, ‘응? 그게 뭐지’ 했는데 아마 그건 공연 연습을 하는 사람만 알아듣는 말인 거 같더라고요. ‘그냥, 미친 듯이 계속 연습을 하는데 그렇게 하다가 보면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풀어지면서 즐기는 순간순간들이 생긴다’ 이렇게 표현을 하더라고요. 공연자들은 나이가 어린 데도 (웃음) 인생을 다 산 거 같아요. (웃음)


도슨트 활동할 때도 그런 느낌이 있는 거죠. 선생님도 공연한다는 느낌 받으세요?

박: 예, 받죠. 처음 딱 시작해서 (웃음) 끝까지 잘 마무리를 해야지 이게 한 편의 공연처럼 짠하고 끝나는 거죠.      


도슨트로 관람객을 만났을 때 어떤 걸로 상호작용을 한다고 느끼시는지.

박: 보통은 상호작용이라고 그러면 한 사람이 말을 하고 반대편에서 무슨 제스처를 취할 때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제가 생각할 때는 관람객 성격에 따라서 외향적으로 수긍을 잘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별로 크게 공감하지 않는데도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봤을 때 듣는 자세가 외향적으로 (상대방이 알아차릴 수 있게) 되시는 분들이 있고 그냥 다른 곳을 보면서 들으시는 분들도 있고요.

한데 제가 오래 해보다 보니까 우리나라 관람객분들은 외적으로 잘 표현을 안 하세요. 특히 미술관 관람객일 때는 의무감이 없거든요. 예를 들면, 토론 프로그램하고는 완전히 다른 거 같아요. 토론 프로그램은 말하기를 즐겨하고 말하려고 작정을 하고 오신 분들, 그런 성격들이라면 미술관 관람객들은 별로 그러신 거 같지는 않아요. 가끔 아닌 분들도 계시기는 하지만. 저는 상호작용을 했다고 막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않고요. 관람객이 끝까지 따라와서 마지막에 박수를 치실 때, 고 때가 ‘아, 이분들이 제대로 들어주셨구나’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요.

다만 딱 집어서 표현을 하기는 그런데 ‘아, 이분들이 자알 들었다’ 하고 확신이 들 때가 있어요.

어떨 때에요, 선생님?

박: 이제 전체적으로 좀 집중하는,


아, 밀도가 다르군요.

박: 예에, 집중해서 듣는 관람객분들요.     


그렇다면 기억나는 관람객이 있으세요? 혹은 관람객하고의 에피소드도 좋고요,

박: 있죠. 제가 피어 도슨트 안내에서 선배 도슨트 설명에서도 두세 번 정도 얘기했는데 여자아이를 데려오는 아이 아빠가 있었거든요. 주말마다. 주말 선생님들은 다 아세요. 예쁜 여자아이를 항상 안고 있었어요. 딸 둘 중에서 아마 하나만 미술관 오기를 더 좋아했나 봐요. 그 아빠가 어려서부터 데리고 오니까요. 음 걔가 되게 예뻤어요. 끝까지 계속 들어요. 아빠한테 교육을 잘 받아서 끝나면 꼭 선생님들한테 인사하고. 설명한 사람한테 땅콩 하나씩 아몬드 하나씩 이렇게 꺼내 가지고요. (가방에서 꺼내는 동작을 하며 웃음)


어, 너무 귀여운데요?

박: 예, 그랬어요. 걔가 아마 지금쯤 많이 컸을 거예요. 그 아이 아빠가 아는 거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세요. 그래서 질문도 막 하시고 조금만 아니다 싶으면 자기 아는 거 얘기하시고 해서 처음에는 도슨트 선생님들이 (웃음) 좀 저어했는데 계속 보니까 미술을 좋아하는 분이더라고요. 그리고 딱히 돈 안 들여도 여기 놀러 오면 애들도 뛰어놀고 놀기 좋잖아요. 젊은 부부가. 집이 미술관 근처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오시는 분이 계셨어요.

또 어떤 분들은 끝나고 가시면서 ‘정말 잘 들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거나. 옛날에 천경자 전을 할 때는 어떤 분이 저한테 정말 너무 황송한 표현을 쓰셨어요. 미국에서 잠깐 다니러 오셨다가 (천경자 전에) 올 기회가 있어서 왔는데 귀인을 만나서 귀한 설명을 들어서 (웃음) 정말 반가웠다고 정말로 감사하다고. 자기 추억이 이렇게 되살아나게 돼서 감사하다고요. 그럴 땐 저도 고맙죠.      


도슨트로서 관람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고 느끼시나요.

박: 예, 있죠. 직접 영향을 미친 다기보다 일단은 시립미술관의 이미지를 살짝 (웃음) 전하는 건 있을 거고요. 음 (생각) 관람객들이 관람을 하러 왔을 때 되도록 편하게, 제 설명은 완전히 편하지는 않아요, 완전히 쉽게 푸는 건 아닌데, 되도록 설명 들은 게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생각되면 좋죠. (웃음)       


음 완전히 편안하게는 안 하신다고 했잖아요. 이유가 있으신 거죠.

박: 그렇죠. 수준을 완전히 낮춰서 관람객 비위를 더 맞출 수는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또 너무 낮추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거기에 제가 교육자라는 입장이 들어가 있는 거 같아요. 저도 모르게. 전시에 대한 그러니까 작가나 작품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그런 의미에서요.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말을 전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들어있는 거 같고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전시를 보러 와서 도슨트를 들으시는 분들은 여러 부류가 있을 텐데요. 전시를 정보 면에서 생각할 때 정보를 좀 전달해 줘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람객 중에는 굳이 정보를 습득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우리 관람객들은 불특정 다수잖아요. 그중에 (정보가 필요한 분들이) 섞여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일부라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거죠.




본 인터뷰는 2018년 석사논문을 위한 질적 연구에서 도슨트 활동에 관한 약 6개월 간의 참여관찰과 다섯 차례의 심층 인터뷰의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정리를 하며 박귀주 선생님의 뒤를 쫓아다니며 활동을 관찰하고 인터뷰 속에 오갔던 농담, 선생님의 차분하고도 단아한 목소리가 떠올랐고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 담겨있던 도슨트 활동에 대한 꾸준한 애정, 행간의 진심을 최선을 다해 전하고 싶었다.


* 도슨트(docent)란 전시해설로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 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도슨트는 전시의 기획의도에 따라 관람객을 이끌고 전시실을 돌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해설을 하는데 이때 작품에 대한 단순한 정보전달뿐 아니라 작가의 삶이나 기법적인 특징, 사회문화적인 배경 등 풍부한 맥락을 함께 전함으로써 관람객이 작품을 좀 더 잘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1907년 미국 보스턴 미술관에서 제도로 시작되고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광주비엔날레를 기점으로 도슨트 제도가 유입되었다. 미술관은 우리나라 법에서도 밝히고 있듯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곳”이지만 대중예술에 비해 미술전시의 관람률은 높지 않다. 미술관도 이를 인식하고 관람객과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도슨트 제도는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에서 대부분 자원봉사로서 도슨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특히 시립미술관은 2003년부터 ‘도슨트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슨트 제도를 운영해온 모범사례로 꼽힌다. 도슨트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본인의 논문 “미술관 도슨트의 역할 갈등에 관한 문화기술적 사례연구”를 참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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