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강에서 본 상트

by 문성 Moon song Kim

상트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카잔 성당과 네바강변이었다. 상트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그리고 떠나기 직전까지도 그리고 떠나오고 나서도 상트를 떠올리면 그 두곳이 가장 마음에 남았더랬다. 성당에서 무신론을 위한 전시장에서 박물관이 되기까지 파란만장한 카잔성당의 역사도 역사였지만 매번 그 앞에 서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반원형의 고색창연한 건축과 자유로이 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잔디광장이 그곳을 떠나고 싶지 않게 했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도심과 옛 것과 현재가 어우러지는 예술적인 아니 예술 그자체인 상트만의 분위기를 느끼게 했었다. 그곳에서 한참을 보내고 네프스키 대로를 따라 천천히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하나하나 음미했다. 그렇게 걷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네바 강변을 걷다가 다리를 건널 즈음에는 그토록 길던 하루도 가고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다리 중간 중간, 강변의 가로등 아래 곳곳에 연인들이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한 명만 지날 수 있을 만큼 좁은 다리의 인도에서도 두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걷고 있었다. 다리 난간에 걸터앉아 서로만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란히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서로의 귓가에 속삭이고 있었다. 그들은 그대로 상트의 풍경의 일부 같았다. 그들도 그들 뒤로 펼쳐진 건축물도 그 모든 것을 감싸안은 듯 가볍게 반짝거리는 햇살까지도. 나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이제는 악장의 분과 초까지 외우고 있는 차이코프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을 들으며 다리를 끝까지 건넜다. 그리고 문득 뒤를 돌아봤다.
붉은 빛이 옅은 오렌지 빛으로 다시 푸른 빛으로 변해가며 여둠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그들의 모습과 건축물들 역시 어둠속에 희미하게 스러질 때까지 상트의 풍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눈물이 주륵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무나 낭만적인 그 순간 그 곳이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도 너무나 외로웠다. 내 옆에 누군가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차라리 어린 시절의 아련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가까웠다. 이제 상트에서의 사랑스러웠던 순간들과 싫었던 순간들을 뒤로 하고 떠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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